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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뚫을테면 뚫어봐”… 바이킹의 후예들 육탄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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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스웨덴 등 북유럽 팀들 / 타고난 체격·파워 앞세워 수비 / 아이슬란드, 아르헨戰서 증명 / 한국, 스웨덴戰 앞두고 큰 부담

축복받은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한 거친 수비, 강렬한 역습과 위협적인 세트피스. 이는 화려한 기술의 슈퍼스타들이 주목받는 현대축구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요소들이다. 그러나 ‘이기는 축구’를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덕목들이기도 하다. 이런 탄탄한 축구를 오랜 시간 갈고닦아온 나라들이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로 대표되는 북유럽 ‘바이킹’의 후예들이다.

투박하지만 강한 북유럽 축구가 2018 러시아월드컵 초반 돌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도 단순하지만 효율적 축구로 중남부 유럽과 남미 등 세계 축구 강호 사이에서 ‘다크호스’로 꼽혔지만 올해 대회에는 특유의 장점이 한층 더 살아난 모습이다.

‘바이킹 축구’의 위력은 북유럽 팀 중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최상위(12위)인 덴마크가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덴마크는 17일 사란스크 모르도비아 아레나에서 열린 2018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후반 14분 터진 유수프 포울센(24·라이프치히)의 결승골로 페루를 1-0으로 제압했다.

볼 점유율은 48%로 페루에 밀렸고 유효슈팅도 3개로 페루(6개)의 절반에 그쳤지만 끝내 한 골을 만들어내고 이를 지켜 경기에서 승리했다. 전형적인 북유럽 축구의 승리 공식이다. 반면 페루는 전반 막판 이번 대회에 처음 도입된 비디오판독(VAR)을 통해 페널티킥을 얻어냈지만 크리스티안 쿠에바(27·상파울루)가 천금의 기회를 허공으로 날리면서 결국 점수를 뽑아내지 못했다.

세계일보

덴마크 미드필더 토머스 딜레이니(왼쪽)가 17일 사란스크 모르도비아 아레나에서 열린 페루와의 경기에서 상대 선수와 공을 다투고 있다. 사란스크=AFP연합뉴스


북유럽 축구의 위력은 아르헨티나와 1-1로 비긴 아이슬란드의 선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 경기에서 아이슬란드는 평균 신장 180cm 중반에 이르는 수비수들의 육탄 수비를 바탕으로 리오넬 메시(31·FC바르셀로나), 세르히오 아궤로(30·맨체스터시티) 등 세계적 스타들 이끈 아르헨티나의 파상공세를 단 1실점으로 막아냈다. 아르헨티나는 볼점유율 72%-28%, 슈팅 수 26-9로 경기를 지배하고도 끝내 아이슬란드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다.

특히 아이슬란드의 ‘영화감독’ 출신 골키퍼 하네스 하들도르손(34·라네르스FC)의 선방도 빛났다. 후반 19분 하들도르손이 메시의 페널티킥을 막아낸 장면은 이 경기의 백미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누구보다도 정교한 왼발을 지닌 메시가 아이슬란드 골문 왼쪽을 향해 정확하게 슛팅을 했지만 오른쪽으로 몸을 날린 하들도르손의 거미손이 끝내 이를 막아냈다. 하들도르손과 아이슬란드 수비는 8강 돌풍을 일으켰던 유로2016 대회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레알 마드리드)가 이끈 포르투갈의 파상공세도 한 골로 막아내며 1-1로 승점을 따낸 바 있다. 세계 최고 골잡이 2명을 상대로 한 검증까지 통과해 막강 수비임을 입증한 셈이다.

이런 ‘바이킹 축구‘의 단단함은 북유럽 축구의 ’맏형‘ 스웨덴과의 일전을 앞둔 한국 대표팀에게도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스웨덴은 마땅한 공격수의 부재 속에 득점력 빈곤을 겪고 있지만 올 들어 치른 A매치 6경기에서 단 3실점만 기록하는 등 짠물수비는 여전하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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