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17번홀의 기적' 인주연, 생애 첫 승 드라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NH투자증권 챔피언십 연장 끝에 김소이 꺾고 정상

2부 투어 전전하다 59개 대회 만에 첫 우승 감격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또 다시 17번홀의 기적이 우승의 주인공을 바꿔 놨다.

우승을 놓고 1타 차 승부가 펼쳐지던 17번홀(파5). 인주연은 약 5m에서 회심의 버디 퍼트를 했다. 홀을 향해 굴러간 공은 컵 안으로 떨어지면서 버디가 됐다. 오락가락한 경기로 생애 첫 우승 문턱에서 흔들리던 인주연은 1타 차 단독 선두로 나가며 우승의 불씨를 되살렸다.

13일 경기도 용인시 수원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NH 투자증권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우승상금 1억4000만원) 마지막 날 4라운드. 첫 우승을 노리는 인주연(21)과 김소이(23)가 합계 9언더파 207타를 쳐 연장전에 돌입했다.

인주연과 김소이는 우승이 없는 무명이다. 인주연은 2015년부터 정규투어와 드림(2부) 투어를 오갔다. 2015년 투어 첫 해 25개 대회에 출전해 상금랭킹 70위, 지난해 71위로 시드를 유지하지도 못했다. 김소이도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2014년 데뷔한 그는 117개 대회를 뛰었으나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우승이 없는 둘의 연장 승부는 더 긴장감이 흘렀다. 게다가 이날 경기엔 약 1만8000명의 갤러리가 운집했다. 엄청난 갤러리 앞에서 우승을 다퉈야 했기에 부담이 더 컸다.

‘장타’라는 확실한 무기를 갖고 있는 인주연이 조금 더 강했다. 인주연은 이번 시즌 드라이브샷 평균거리 259.5야드로 전체 10위에 올라 있다. 반면 김소이는 244야드로 15야드 가까이 덜 나간다.

인주연은 이날 장타 효과를 톡톡히 봤다. 경기 초반 보기 2개와 더블보기 1개를 적어내며 흔들리던 그는 장타를 앞세워 버디를 만들어 냈다. 이날 기록한 4개의 버디 모두 파5 홀에서 나왔다. 전장이 긴 파5 홀에서는 장타를 치는 선수가 버디를 할 확률이 높다. 연장 승부에서도 인주연은 장타로 김소이를 압도했다. 평균 20야드 앞에서 경기하다보니 훨씬 편안한 위치에서 버디를 노렸다.

▶17번홀 극적인 드라마 이유는?

17번홀은 숱한 대회에서 우승을 가르는 명승부를 연출해왔다. 지난 6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교촌 허니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도 우승을 가른 건 17번홀이었다. 김해림은 이 홀에서 극적인 버디를 잡았고, 2타 차 앞서던 이다연은 더블보기를 해 순식간에 역전됐다. 남은 홀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역전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엔 힘겨웠다. 같은 날 일본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살롱파스컵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1타 차 2위였던 신지애는 17번홀에서 이글을 잡아냈다. 선두를 달리던 스즈키 아이가 보기를 하면서 순위가 뒤집혔다.

17번홀에서 극적인 승부가 자주 연출되는 건 심리적으로 가장 변화가 크기 때문이다. 우승을 앞에 둔 선수는 지켜야 하는 부담, 추격하는 입장에선 남은 기회가 많지 않기에 승부를 건다. 김해림과 신지애가 버디와 이글을 뽑아낼 수 있었던 것도 공격적으로 승부를 걸었기에 가능했다. 앞서 있던 상황에서 버디나 이글로 역전을 허용하면 그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인주연의 우승에 발판이 된 것도 17번홀에서 나온 버디 덕분이다. 공동 선두였던 인주연은 이날 계속해서 흔들렸다. 자칫 생애 첫 우승의 기회를 날릴 수 있는 상황까지 몰렸다. 인주연은 17번홀에서 승부를 걸었다. 전략이 통했고, 극적으로 버디를 만들어 내면서 1타 차 선두가 됐다. 뒤이어 18번홀에서 김소이가 버디를 잡아내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지만, 17번홀에서 버디가 아니었더라면 눈 앞의 우승을 내줄 수도 있었다.

무명의 설움을 씻게 해준 첫 우승이라 더 감격스러웠다. 인주연은 그동안 선두로 나섰던 경기에서 번번이 뒤집혀 우승을 하지 못했다. 자신의 약점을 알게 된 인주연은 기술보다 멘탈 강화에 집중했다. 인주연은 “라운드가 끝나면 글로 쓰고 읽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마음을 가다듬는 훈련을 많이 했다”면서 “중요한 순간 무너지지 않기 위해 계속 노력 중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 때마다 코스의 상황을 그려 놓은 야디지북에 ‘차분하게 침착하게 자신 있게’라는 글을 적어 놓고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이날 마지막 두 홀을 남긴 승부처에서 흔들리지 않았던 것도 꾸준하게 실시해온 멘탈 훈련의 효과도 있었다. 인주연은 “경기 초반 떨린 상태에서 경기하다보니 실수가 많이 나왔다”며 “이후 차분하게 경기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59개 대회 만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그는 “부모님께 감사드린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우승은 인주연에게 큰 변화를 안겨줬다. 시드를 걱정하던 불안감은 2년 동안 하지 않게 됐다. 또 우승상금 1억4000만원을 거머쥐어 안정적인 투어 활동의 기반도 만들었다. 우승으로 자신감까지 얻었으니 모든 걸 갖추게 됐다.

김아림(23)은 이날만 8타를 줄이면서 합계 8언더파 208타로 3위에 올랐고, ‘슈퍼루키’ 최혜진(19)은 박민지(21) 등 4명과 공동 4위(7언더파 209타)로 대회를 마쳤다.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