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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남성은 스펙, 여성은 외모? 시대착오적 ‘로맨스 패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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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의 리얼 관찰형 예능 도마에

“전개 궁금” 긍정 반응도 있지만 “웃프다”는 지적도 적지 않아

경향신문

지난 설 연휴에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영향으로 ‘파일럿 프로그램(시험 방송 뒤 시청자 등의 반응을 보고 정규 편성하는 것)’이 예년보다 적었다. SBS 파일럿 프로그램 <로맨스 패키지>는 몇 안되는 프로그램 중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대착오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남성 출연자의 경우 직업·재력 등 이른바 ‘스펙’을, 여성 출연자는 미인 대회 입상 등 주로 외모를 집중적으로 강조하는 등 과거 논란이 됐던 프로그램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로맨스 패키지>는 남성 5명과 여성 5명이 한 호텔에 3박4일 동안 투숙하며 서로 짝을 찾는 리얼리티 관찰형 예능 프로그램이다. 방송인 전현무와 한혜진이 MC로 등장해 일정을 알려주며 개입한다. 총 3회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지난 15·17일 각각 1·2회가 방송됐다.

시청률(닐슨코리아)은 15·17일 3~5%대로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출연자들이 화제가 됐다.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은 첫째날에는 직업·나이 등 상대방의 정보를 알지 못하고, 둘째날 자기소개 시간에 알게 됐다. 2011~2014년 방송됐던 같은 방송사 프로그램 <짝>과 유사한 설정이다. 다만 <로맨스 패키지>는 <짝>과 달리 호칭은 ‘남자 1호’ ‘여자 1호’ 등이 아니라 ‘101호’ ‘106호’ 등 출연자들이 배정받은 방번호로 불렸다. 그러나 출연자들끼리는 쉽게 1호, 6호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둘째날 방송에서 남성과 여성 출연자들은 직업과 출신학교 등을 소개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인 남성 출연자들은 자신을 ‘연매출 80억원의 프랜차이즈 요식업체를 경영하는 사업가’ ‘유명 IT기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땅 200평 보유’ ‘서울대 법대 출신 변호사’ ‘연세대 졸업 치과의사’ 등의 직업을 중심으로 소개했다. 이에 비해 20대 중반에서 20대 후반(1명 30세)으로 구성된 여성 출연자들은 ‘미스 춘향 진’ ‘미스코리아 서울 선’ 등 외모 관련 이력을 중심으로 소개했다. 남성 출연자의 승용차를 타고 데이트를 가는 부분에서 소유 중인 차가 공개됐는데, 대부분 고급 승용차였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다른 사람들의 연애를 지켜보고, 어떻게 전개될지 매우 궁금하다’ 등의 긍정적 반응도 많았다. 어떤 커플이 나올지 예측하는 ‘커플 맞히기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반면 ‘웃프(웃기고 슬프)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돈 없고 못생기고 빽 없으면 연애도 하면 안되는 것 같은 생각은 나만 드는 건가?”라며 “돈 많거나 학벌 좋거나 인물이 좋아야 연애하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TV 보는 내내 하게 됨”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다소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고착화된 성역할관으로 만든 연애 매칭 프로그램이다보니 신선함이 떨어진다”며 “사회적으로 젠더감수성이 중시되는 가운데 남성은 재력 스펙, 여성은 외모라는 1차원적이고 익숙한 방식으로 제작됐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매칭 프로그램이 가장 중요한 것은 출연자인데, 출연자 구성이 기존 방식대로 답습됐다”며 “혼자 사는 ‘1인 라이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시대에 매칭 프로그램은 부자연스럽고, 공감 얻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제작진 측은 파일럿 프로그램으로서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정규 편성이 되면 지적된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로맨스 패키지> 제작 관계자는 “어떤 프로그램인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출연자 공개모집이 어려웠다”며 “특히 남성보다 여성 지원자들이 적어 다양한 직업군을 출연시키지 못해 아쉽다. 여성 출연자들의 직업도 전문직인데 외모에 가려진 측면도 있다. 정규 편성이 되면 시청자 등의 반응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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