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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저 닮아 겨울 참 싫어하던 아이가… 겨울올림픽 金 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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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윤성빈 어머니 조영희씨, 관중석서 딸과 함께 응원

"대견하다 아들, 사랑한다"

윤성빈(24)이 한국 썰매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지난 16일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엔 관중 5200명이 몰렸다. 그중엔 윤성빈의 어머니 조영희(45)씨와 여동생 윤지희(20)씨가 있었다.

두 사람은 좀처럼 관중석에 앉지 못했다. 그렇다고 다른 관중처럼 응원하면서 경기를 본 것도 아니었다. 전광판에 트랙을 달리는 아들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중계됐지만 어머니는 그 영상을 쳐다보지 못했다.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도저히 볼 수가 없다"는 이유였다. 금메달을 따낸 국민 영웅이 어머니를 제대로 만난 건 기자회견까지 다 끝나고 난 다음이었다. 회견장 밖에서 기다리던 조씨는 아들이 나오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꼭 끌어안았다. "대견하다 아들. 사랑한다."

조선일보

윤성빈이 지난 16일 평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4차 주행에서 금메달을 확정 짓자 어머니 조영희(가운데)씨가 손을 번쩍 들며 환호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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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오랜 기간 아들의 도전을 묵묵히 뒷받침했다. 경남 남해군 출신인 윤성빈은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이후 어머니와 외할머니 손에 컸다. 태몽은 '큰 바위에 호랑이가 올라가는 꿈'이었다고 한다. 17일 만난 조씨는 "성빈이는 어릴 적부터 운동을 좋아하고 특별히 투정도 부리지 않는 아이"라고 했다. 윤성빈이 다니던 초등학교엔 축구부가 없었지만, 축구에 소질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남해군 대표로 뽑혔다. 3학년 땐 육상 단거리·높이뛰기 종목 남해군 대표로 도민체전에 나가 1등을 했다.

윤성빈은 중2 때 서울로 올라왔다. 낯선 환경에서도 운동을 통해 친구를 만들고 어울렸다. 서울 신림고 농구 서클에서 동아리 활동을 했던 그는 당시 학교 체육 교사였던 김영태 서울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이사의 눈에 들었다. 그의 추천으로 스켈레톤에 입문했고, 그렇게 한국 썰매의 전설이 시작됐다.

조씨는 "2012년 11월 어느 날 밤의 전화 한 통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처음 미국 전지훈련을 갔는데 갑자기 아프다고 울면서 전화가 왔어요. 그때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스스로 결정해라. 너의 결정을 믿는다'고 말했었어요." 어머니의 말에 마음을 다잡은 윤성빈은 다시 썰매에 올라탔고, 천천히 성적을 끌어올리며 입문 6년 만에 세계 최정상에 우뚝 섰다.

조씨는 "성빈이도 저도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예전엔 겨울을 참 싫어했었다"고 했다. 한때 겨울을 싫어하던 아이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윤성빈은 쑥스러운 듯 어머니를 한 번 봤다. "지금도 추위는 탑니다. 그러나 저는 여름이 훨씬 더 싫어요."

[평창=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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