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C U-23 선수권 우승 좌절에도… 사상 첫 결승 이끈 지도력에 큰 찬사
생소한 폭설 뚫고 연장까지 갔지만… 승부차기 직전 아쉬운 실점에 무릎
사진 출처 AFC 홈페이지 |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왜 그렇게 풀이 죽어 있나!”
벤치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베트남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박항서 감독(59·사진)의 격려에 기운을 되찾았다. 27일 중국 창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2로 패한 직후였다. 베트남 선수들은 자국 국기를 들고 관중석을 돌기 시작했고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던 베트남 팬들도 고개를 들어 큰 박수를 보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2위의 베트남을 이번 대회 결승까지 이끈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의 마법사’로 떠올랐다. 동남아 팀이 이 대회 결승에 오른 것은 베트남이 처음이다. 베트남 언론은 지난해 10월 지휘봉을 잡은 이후 단기간에 팀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박 감독의 리더십에 주목했다. 베트남 언론 ‘베트남 뉴스’는 “박 감독은 강력한 동기 부여를 통해 우리 선수들을 전사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박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경기 전 선수들을 라커룸에 모아 놓고 “경기장에 나가서 우리가 한 팀이라는 것을 증명해라”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베트남 축구 팬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따뜻한 마음씨로 선수들을 이끈 박 감독은 ‘국민 오빠’다”라며 극찬하고 있다.
쌀이 명물인 베트남의 히딩크라는 뜻에서 ‘쌀딩크’라는 별명도 붙었다.
결승전이 열린 이날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는 붉은 물결이 일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가 펼친 열띤 거리 응원전과 비슷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 국기와 박 감독의 사진을 든 팬들이 광장이나 운동장에 모여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보면서 응원전을 펼쳤다.
자국 팬들의 응원에 힘입은 베트남 선수들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투지 넘치는 경기를 펼쳤다. 폭설과 영하 9도의 추위 속에서도 베트남 선수들은 온몸을 던져 개인기가 좋은 우즈베키스탄의 공격을 막았다. 베트남은 전반 8분 우즈베키스탄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전반 41분에 응우옌꽝하이가 그림 같은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공격수 응우옌꽁프엉은 “대부분의 선수가 눈이 내리는 가운데 경기를 뛴 경험이 없었다. 낯선 환경이었기 때문에 열심히 뛰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연장까지 접전을 펼치던 베트남은 연장 후반 종료 직전 우즈베키스탄 안드레이 시도로프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아쉽게 패했다. 박 감독은 “우승을 아쉽게 놓쳐 응원해준 팬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선수들은 모든 능력을 쏟아냈으며 때로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선수들이 내 지도자 인생에서 크게 기억에 남을 순간을 만들어 줬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박 감독에게 “대한민국과 베트남이 한결 가까운 친구가 된 것 같아 기쁘다”는 축전을 보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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