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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손흥민 존'에서 대역사 썼다… 아시아인 최초 EPL 득점왕[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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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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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 손흥민이 2022년 5월 23일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오른 후 EPL 득점왕 트로피인 '골든부트'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사진=손흥민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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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꿈꿔온 것이 현실이 됐다"

2022년 5월23일. 축구선수 손흥민(당시 30세·토트넘)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오르며 새 역사를 썼다.

손흥민은 2022년 5월 23일(한국시간) 영국 노리치 캐로 로드에서 열린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경기 38라운드 노리치 시티와 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이날 토트넘은 노리치 시티를 5:0으로 꺾으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확정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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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 손흥민이 2022년 5월 23일(한국시간) 영국 노리치 캐로우 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노리치와의 토트넘 홋스퍼 경기에서 골을 넣은 후 축하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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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손흥민은 3:0으로 토트넘이 앞선 후반 23분 루카스 모라의 원터치 패스를 받아 골대 오른쪽 구석을 빠르게 찌르는 슈팅으로 시즌 22호 골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후반 30분 노리치 시티의 골문 앞 혼전 속 흘러나온 공을 잡은 손흥민에게 기회가 왔다. 손흥민은 이른바 '손흥민 존'이라 불리는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오른발로 감아 차는 슈팅으로 멋진 골을 터뜨렸다. 시즌 23호 골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손흥민은 노리치 시티 경기 전까지 모하메드 살라(당시 30세·리버풀)에 한 골 뒤처져 있었으나 이날 경기 후반 7분 간격으로 연이어 두 골을 터뜨리며 득점 단독 선두에 올랐다.

그러나 같은 날 울버햄튼 원더러스와의 경기에 교체 출전한 살라가 득점에 성공해 리그 득점 동률이 됐고, 23골을 기록한 손흥민과 살라는 함께 '골든부트'(득점왕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프리미어 리그는 득점이 같을 경우, 다른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해당 선수를 공동 수상자로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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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 손흥민이 2022년 5월 23일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오른 후 EPL 득점왕 트로피인 '골든부트'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사진=손흥민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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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득점왕을 차지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일이었는데 현실이 됐다. 정말 감격스럽다"고 오랜 꿈을 이뤄 벅차오르는 마음을 전했다.

특히 손흥민은 역대 EPL 4번째로 페널티킥 득점 없이 순수 필드 득점(페널티킥을 제외한 득점)으로만 득점왕에 올라 더욱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살라의 경우 23득점 중 5득점을 페널티킥으로 넣었다.

손흥민은 한국인으로는 물론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EPL 득점왕에 올랐다. 잉글랜드를 비롯해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5대 빅리그로 범위를 넓혀도 아시아인 득점왕은 손흥민이 최초다.

뿐만 아니라 손흥민은 아시아인 유럽 1부리그 최다득점 기록도 경신했다. 이란 출신인 알리레자 자한바크시가 2017∼2018시즌 네덜란드에서 올린 21골이 최다 골이었다.


"살라가 뭐 주냐" 노리치 골키퍼 타박한 토트넘 동료…득점왕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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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치 시티 골키퍼 팀 크룰에게 항의하는 토트넘 홋스퍼의 에릭 다이어 / 사진=토트넘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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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골든부트'를 위해 애써준 토트넘 동료들의 모습도 화제가 됐다. 동료들이 마음을 모아 함께 만든 '득점왕'이라는 사실이 축구 팬들에 감동을 안겼다.

이날 경기에서 토트넘 동료들은 2-0으로 승기를 굳히자 손흥민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애썼다.

당시 에릭 다이어는 노리치 시티의 골키퍼 팀 크룰이 손흥민의 슈팅을 자꾸 걷어내자 "살라가 너한테 뭐 주냐"(What's Salah giving you)라며 짜증 섞인 얼굴로 분노를 터뜨렸다. 이에 크룰은 "살라?"라고 되물으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손흥민의 득점왕 등극을 위해 반드시 골이 필요한 순간, 손흥민의 7년 절친인 다이어는 크룰의 선방이 원망스러워 타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마음이 전해진 걸까. 이 장면 이후 손흥민은 바로 23호 골을 터뜨려 골든부트를 품에 안았다.

영국 매체 '스포츠 바이블'도 손흥민의 득점왕을 위한 다이어의 진심에 주목했다. 매체는 "토트넘 센터백 다이어는 크룰이 계속해서 손흥민을 막자 '모하메드 살라를 위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농담 섞인 말을 건넸다"고 전했다.

이에 손흥민도 득점왕 소감에서 "동료들이 나를 정말 많이 도와줬다"며 "오늘 정말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팀 동료들이 '넌 해내야만 해. 다른 기회가 올 거야'라고 얘기해줬다"며 고마워했다.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은 "우리는 오늘 챔피언스 리그 출전권과 '쏘니'(손흥민 애칭)의 골든부트라는 2개의 목표를 위해 싸웠다"며 "손흥민은 엄청난 업적을 세웠다. 매우 기쁘다"며 손흥민의 득점왕을 축하했다.

직전 시즌 득점왕이었던 당시 팀 동료 해리 케인(현 바이에르뮌헨)은 손흥민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손흥민은 득점왕 자격이 있다. 이번 시즌 완전히 다른 클래스를 보여줬다"며 함께 기뻐했다.


아시아인 최초 EPL '득점왕'…축구 팬들 "아시아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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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가 A매치 경기 소화를 위해 2022년 5월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손흥민은 2022년 5월 23일 받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트로피인 '골든부트'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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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쓴 아시아인 최초 '득점왕' 역사에 영국 현지 매체들은 "골든부트를 차지하며 훌륭했던 시즌을 마무리했다", "손흥민의 23골은 모두 페널티킥 없이 이룬 기록" 등 찬사를 보냈다.

한준희 축구해설가는 "손흥민은 이미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른 세계적 공격수였다"며 "득점왕 타이틀은 완벽하게 역사적, 기록적으로도 그의 위상과 위력을 증명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축구에는 재연되기 어려운 역사이고 재연된다면 그 역시 손흥민이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매체와 축구 팬들도 손흥민의 득점왕 소식에 들썩였다.

중국 누리꾼들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웨이보를 통해 "손흥민이 EPL 골든 부트를 수상한 것은 아시아인들의 자부심이다. 중국 축구협회는 왜 이런 천재를 키울 수 없는지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 "실력이 확실히 강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본 누리꾼 역시 "나는 일본인이지만 손흥민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솔직히 너무 부럽다. 야구에서 오타니 쇼헤이(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보다 더 재능 있다고 생각한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일본 누리꾼은 "손흥민이 아시아 축구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웠다고 생각한다.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며 손흥민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EPL 역사상 득점왕에 오른 선수는 오직 25명뿐이다.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로서는 최초로 티에리 앙리, 앨런 시어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루이스 수아레스 등 전설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토트넘 출신으로는 테디 셰링엄, 해리 케인에 이어 3번째 득점왕이다. 손흥민이 살라와 함께 득점왕에 오른 이후 시즌은 모두 엘링 홀란(24·맨시티)이 득점왕을 차지했다.

이은 기자 iame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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