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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정현, ‘우상을 넘어 황제까지.’...4강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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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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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우상을 넘어 황제까지.’

한국 남자 테니스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정현(22·세계랭킹 58위)이 ‘우상’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14위)를 제물로 호주오픈 8강 기적을 만들었다.

정현은 22일 호주 멜버른 로드레이버에서 열린 호주오픈 16강전에서 전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를 완파했다. 세트스코어 3-0으로 꺾고 한국 남자 테니스 사상 처음으로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8강에 올랐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8강을 넘어 4강, 그 이상도 가능한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정현의 8강 상대는 세계랭킹 97위의 테니스 샌드그렌(미국)이다. 그 역시 이번 대회에서 정현 만큼이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또 다른 주인공이다. 샌드그렌은 16강에서 세계랭킹 5위인 도미니크 팀(오스트리아)을 3-2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정현과는 지난 9일에는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린 ATP 투어 ASB 클래식 1회전에서 만나 1-2로 패했다.

정현이 즈베레프, 조코비치와의 경기에서 보여줬던 기량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샌드그렌을 물리 칠 수 있다. 정현은 이번 대회에서 멈추지 않는 체력과 빠른 움직임, 그리고 상대의 멘탈을 무너뜨리는 끈질긴 승부로 승리를 챙겨왔다.

즈베레프와 3회전 경기에선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으면서 상대를 괴롭혔다. 그 결과 5세트 경기에선 즈베레프가 자멸하게 만들어 6-0이라는 믿기 힘든 스코어로 승리를 따냈다.

조코비치와의 경기에서도 정현의 빠른 움직임과 끈질긴 승부가 돋보였다. 조코비치는 정현의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날카로운 공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마다 정현에게 막혔다. 쉴 새 없는 움직임으로 조코비치의 공격을 차단했다. 뿐만 아니라 조코비치가 틈을 보이면 과감한 공격으로 허를 찔렀다. 1세트 타이브레이크, 2세트 5-5 상황에서 연속된 승리, 그리고 3세트 막판 연속적으로 나온 기적 같은 수비는 조코비치의 혼을 빼놨다.

샌드그렌은 서브가 강하다. 16강전에서 도미니크 팀을 상대로 20개의 서브 에이스를 기록했을 정도로 위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서브 하나만으로 경기를 완전히 주도할 수는 없다. 정현은 3회전에서 비슷한 공격성을 가진 즈베레프를 꺾었다. 강한 서브를 가진 선수를 다룰 줄 아는 능력이 쌓였다.

체력적인 측면에서도 정현이 앞선다. 샌드그렌은 16강에서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정현은 조코비치를 3세트 만에 물리치면서 체력을 비축했다. 게다가 강호들을 연속으로 꺾으면서 자신감 또한 하늘을 찌르고 있다. 샌드그렌이 만만한 상대는 아니만 지금까지의 기세와 기량을 발휘한다면 4강은 충분하다.

정현이 4강에 오르면 그 다음 상대는 더 막강하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세계랭킹 2위)-토마스 베르디흐(체코·20위) 경기 승자와 맞붙는다. 정현은 16강이 끝난 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더 높은 곳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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