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여기는 맨유 아닌 미국 축구장… MLS, 美스포츠 뒤흔들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유럽 퇴물들의 말년 무대였지만 과학적 마케팅·데이터 분석으로 젊은층 눈길 붙잡는데 성공

연령·성별·인종별로 고객 분석, 지역사회 돌며 발로 뛰며 홍보

애틀랜타는 평균 관중 4만여명… K리그는 갈수록 떨어져 6700명

프로 스포츠의 천국인 미국에서도 축구는 마이너 종목이었다. 풋볼(미식축구)·야구·농구·아이스하키라는 4대 종목의 위상이 굳건한 가운데 그동안 미국 프로축구 MLS(메이저리그 사커)는 전성기 지난 유럽 스타들이 '말년'이나 보내는 곳이란 인식이 강했다. 이런 MLS가 폭발적인 관중 증가를 보이면서 미국 프로 스포츠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재작년 평균 관중 2만명을 돌파한 MLS는 올 시즌에도 평균 관중 2만1708명(19일 현재)을 동원하고 있다. 매년 평균 관중이 떨어져 올 시즌엔 6715명(클래식)을 기록 중인 K리그로선 부러울 따름이다.

MLS 관중 폭발의 중심엔 신생팀 애틀랜타 유나이티드가 있다. 홈 개막전에서 5만5297명의 구름 관중을 끌어모은 애틀랜타는 지난 17일(한국 시각) 올랜도시티와 홈 경기에서 7만425명이라는 MLS 사상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다. 올 시즌 경기당 평균 관중이 4만7926명으로 1위다. 축구 불모지로 불린 애틀랜타의 놀라운 변신이다. 올해 K리그 관중 1위인 FC서울의 평균 관중이 1만6219명이다.

조선일보

맨유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도, FC바르셀로나 홈구장 캄프누도 아니다. 이곳은 최근 미국의 축구 흥행을 선도하고 있는 MLS(메이저리그 사커) 애틀랜타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메르세데스 벤츠 스타디움이다. 지난 17일 올랜도 시티와의 홈경기에서 애틀랜타 팬 7만여명이 관중석을 가득 채운 모습. 유럽 명문 구장을 연상케 한다. /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애틀랜타 유나이티드는 불모지에 축구를 정착시키기 위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 끝에 2014년 4월 창단했다. 애틀랜타는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팀이 관중 동원에 애를 먹어 두 번이나 연고지를 옮겼고, 야구나 농구도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않으면 큰 관심이 없는 곳이었다. 애틀랜타에서 축구의 정착 가능성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팬들을 확보하기 위해 애틀랜타 구단은 연령과 성별, 인종, 소득 수준별 체계적인 데이터 분석 작업부터 시작했다. 분석 결과, 2000년대 미국에서 축구가 생활 스포츠로 자리를 잡으며 어릴 때부터 공을 찼던 20~30대 젊은 층이 주요 타깃이 됐다. 이민자 가정의 비율이 높아 유럽이나 남미 출신 '축구광 가족'이 많다는 것도 주요 마케팅 포인트였다. 구단은 젊은이들이 많은 스포츠 펍(pub·선술집)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바닥부터 관중을 끌어모았다. 영국 가디언은 "전형적인 미국 4대 스포츠 대신 새로운 것을 찾던 젊은이들에게 MLS가 먹혀들어가기 시작했다"며 "특히 축구가 민족과 인종을 넘어 사랑받는 세계 스포츠라는 점이 젊은 층의 감성을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선수들은 지역 학교나 병원 등을 부지런히 돌며 각종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발로 뛰는 홍보에 동참했다.

조선일보

지역 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유나이티드는 개막도 전에 2만2000장의 시즌 티켓을 팔았다. 현재는 시즌 티켓을 가진 팬만 3만5000명에 달한다. 최근 MLS 사례를 들어 K리그 컨설팅을 진행한 김정윤 웨슬리퀘스트 이사는 "철저히 수요자 중심으로 생각하는 MLS와 달리 K리그는 여전히 '우리가 경기할 테니 보러 오라'는 공급자 마인드에 머물러 있다"며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대체 상품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객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토대로 한 체계적 마케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K리그는 경쟁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마케팅으로 끌어모은 팬들을 붙잡는 데는 콘텐츠가 중요하다. 애틀랜타 유나이티드는 FC바르셀로나와 아르헨티나 사령탑을 지낸 타타 마르티노를 작년 9월 감독으로 선임했고, 이름값만 있는 '퇴물 선수' 대신 젊고 빠른 선수들로 로스터를 채워 공격 축구를 보여줬다. 현재 동부 콘퍼런스 5위인 애틀랜타는 리그에서 둘째로 많은 57골을 터뜨리며 팬들에게 화끈한 축구를 선보이고 있다. 관중은 또 다른 관중을 부른다. 시카고 트리뷴은 "축구를 잘 모르는 애틀랜타 시민들이 뜨거운 응원 열기를 느끼기 위해 경기장으로 간다. 팬들은 점점 더 늘고 있다"고 전했다.

[장민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