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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머리 싸맨 신태용 "벤치만 지키니… 유럽파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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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지동원 출전기록 '0'… 손흥민도 주전 아슬아슬

申, 러·튀니지와 평가전 앞두고 경기력 떨어진 유럽파때문에 고민

A매치 한번도 뛴 적 없는 이승우·이진현 등도 거론

"요즘 밤잠 설치는 일요? 없어요."

한국 축구팬들은 요즘 밤에 씁쓸한 단잠을 잔다. 그동안 유럽 축구 시즌이면 새벽까지 깨서 한국인 유럽파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봤지만 이번 시즌 들어 유럽파 선수들을 경기장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된 탓이다.

지난 시즌 축구팬들의 밤잠을 앗아갔던 대표적인 유럽파 손흥민(25·토트넘)은 올 시즌 초반 준주전급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지난 10일 에버턴전에서도 팀이 3대0으로 이기고 있던 후반 40분에야 투입돼 별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붙박이 주전이었던 아우크스부르크 구자철(28)도 새 시즌 3경기 중 1경기에만 풀타임 출전했다. 석현준(26)은 포르투갈 FC포르투에서 밀려 프랑스 트루아로 이적한 후 아직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다. 최근 그라운드에서 일제히 사라진 이들을 두고 "유럽파 실종 사건이 일어났다"는 말이 나온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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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대표팀 감독으로선 당황스러운 전개다. "오는 10월 유럽에서 치르는 러시아전(7일·모스크바)과 튀니지전(10일·칸)에 유럽파 선수들을 대거 발탁하겠다"고 공언했는데, 막상 뽑으려고 보니 경기력이 온전한 선수가 없는 것이다. 각급 대표팀 핵심이었던 유럽파 선수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한국 축구의 기둥인 이들의 '단체 공백'은 여러 이유가 복합 작용한 결과물이다. 박지성·이영표 등이 전성기에 유럽으로 건너갔던 예전과 달리 최근 수년간은 유망주 단계에 있는 20세 안팎의 선수들이 유럽 프로팀에 입단했다. 이들이 기량을 닦아 동료들을 압도하고 주전으로 올라서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지동원(26·아우크스부르크)은 20세 때, 석현준은 18세 때 유럽행을 택했다. 이들은 아직 기량이 만개하지 못하고 있다. 구자철과 기성용(28·스완지시티)은 잦은 부상으로 고전하는 케이스다.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29)과 박주호(30·도르트문트)는 경쟁에서 밀려났을 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팀에서 이적 제의가 수차례 왔지만 거절했다. '계속 남아서 경쟁하겠다'는 의도였지만 반전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박주호는 이번 시즌 1군 명단에서 아예 빠졌다.

신 감독으로선 머리를 싸맬 수밖에 없다. '뛰지 못하는 대표팀'을 구성할 순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신 감독이 A매치 경험이 전혀 없는 청소년 대표 출신에게까지 눈길을 돌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이탈리아 헬라스 베로나로 이적한 이승우(19)에 대해 "지난 주말 벤치 명단에 든 걸 알고 있다. 계속 체크하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오스트리아 빈으로 이적한 이진현(20)의 승선 가능성도 언급된다. 이들을 선발하는 게 '시기상조'라는 얘기도 있지만 지금 대표팀이 찬밥 더운밥 가릴 형편이 못 된다.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은 "팀이나 리그의 이름값에 연연하지 말고 뛸 수 있는 곳, 꾸준히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는 팀을 찾아가는 게 선수 자신과 대표팀 모두에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희찬이 좋은 예다. 빅클럽 이적 대신 작은 리그인 오스트리아 잔류를 택한 그는 올 시즌 팀 7경기 중 6경기에 출전해 3골을 넣었다. 팀에서 국내 리그보다 중요한 유럽 대항전에 대비해 그를 아껴두는 상황이다. 권창훈도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프랑스 하위권 팀에 입단해 반년 만에 주축이 됐다. 둘은 리그의 기세를 이어 최근 대표팀 경기에서도 연달아 선발 투입돼 활약했다. 러시아월드컵 출전 가능성도 그만큼 올라가고 있다.

[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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