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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40초 자투리 영상 보려고… 광고 1분 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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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들 수익 노린 '변칙 편성'

광고 후 보너스 영상 보여주기… 한 프로그램 1·2부로 쪼개기도

"단기 수익에만 지나치게 의존… 시청자 잡을 킬러 콘텐츠 필요"

'광고 후 에필로그를 확인하세요.'

SBS 수목드라마 '수상한 파트너'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무렵 '에필로그'를 예고한다. 에필로그는 30~40초 분량의 후일담. 덤으로 얻은 이 볼거리가 '공짜'는 아니다. 15초 광고 4편이 지나가야만 30~40초 안팎의 이 '자투리'를 감상할 수 있어서다. '다음 회 예고' 정도로 한 회차를 끝내던 지상파 드라마가 호기심을 자극해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새로운 전략을 들고나온 셈이다.

조선일보

SBS '수상한 파트너'는 방송이 끝날 무렵 '광고 후 에필로그를 확인하라'며 60초 광고를 내보낸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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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케이블·종합편성채널 등 다(多)채널 시대에 광고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방송사의 '편성 전략'이 수익 극대화로 통일되고 있다. 편성이란 '목표로 한 시청자를 최대한 자기 채널로 끌어들이려 자사 프로그램에 시간을 부여하는 행위'다. 방영 시간대를 정하는 전통적 전략부터 지상파의 유사 중간 광고 논란을 빚은 'PCM(premium commercial)' 도입, 60분짜리 예능을 120분으로 늘려 한 프로그램을 1·2부로 나누는 '쪼개기 편성' 등 생존 전략이 다양하다.

'프로그램별 황금시간대 찾기'는 여전

편성은 '시간 싸움'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선보이며 방송사 최초 '금토드라마' 시대를 열었던 tvN은 이달 10일 조승우·배두나 주연의 '비밀의 숲'을 첫 방송 하면서 '토일드라마'로 편성 시간을 바꿨다. 시청률 2.6%(닐슨코리아)로 종영한 '시카고 타자기'가 tvN 금토드라마의 유작이 됐다.

후속작 '비밀의 숲'은 토~일 오후 9시에 방송된다. 물론 우회다. '금요일을 불태운다'는 뜻의 '불금'이란 속어가 관용어로 쓰일 만큼 금요일 오후 시간대와 드라마 시청 패턴 사이에 궁합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tvN 관계자는 "야외 활동 시간이 길어지는 계절적 요인과 주말을 더 즐기려는 시청자의 라이프 스타일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했다. '비밀의 숲'은 6화까지 4%대 중반의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변칙 광고, '방송사 자구책 vs 지나친 상업주의'

'변칙 광고'도 나타났다. 지상파 3사는 최근 '유사(類似) 중간 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10일 MBC와 SBS가 각각 '군주―가면의 주인'과 '수상한 파트너'를 첫 방송 하면서 70분 분량의 한 회를 35분씩 둘로 쪼개 그 사이에 광고를 삽입한 데 이어 수신료를 걷는 KBS도 이달 2일 '최고의 한방'을 시작하면서 이 전철을 밟았다. 형식상 독립된 프로그램 사이에 들어간 광고라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중간 광고가 금지된 지상파가 사실상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 광고비'는 1조6628억원으로 '케이블프로그램제작사(PP) 광고비' 1조9459억원보다 낮았다. 지상파는 "광고 수익이 악화되는 가운데 마련한 자구책"이라고 항변한다. 반면 지나친 상업주의라는 의견도 나온다. 윤석진 대중문화평론가는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던 지상파가 다채널 경쟁 시대 이후 '프로그램 질 개선' 같은 본질적 회생안보다는 단기적인 수익에만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지상파도 시청자 사로잡는 '킬러 콘텐츠' 만들기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했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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