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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손흥민에 윙백 수비를 맡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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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4강 첼시戰서 윙백 출전]

- 이영표가 활약한 그 포지션

손, 경기 내내 자리 잘 못찾아

- 페널티킥 내주는 실수도

언론 "포체티노의 도박 실패"

손의 득점력 아까워 수비 맡긴듯

23일 영국 런던 웸블리 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 FA컵 4강전 첼시와 토트넘의 경기. 1―1이던 전반 43분, 첼시 모지스가 토트넘 진영 페널티 박스 안에서 돌파를 시도하자 근처에 있던 토트넘 손흥민이 급히 달려와 미끄러지며 태클했다. 손흥민은 공을 건드리지 못했고, 모지스는 큰 동작으로 넘어졌다. 곧바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손흥민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양손을 흔들며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공격수 손흥민은 이날 첼시전에서 이례적으로 수비적인 미드필더(왼쪽 윙백)로 출전했다. 지금까지 토트넘에서 수비수들이 맡던 자리다. 포체티노 감독이 잉글랜드 FA컵 전체 득점 1위(6골)인 손흥민에게 FA컵 준결승전에서 측면 수비를 맡긴 것이다. 2015년 손흥민이 토트넘으로 이적한 이후 이 자리에 선 건 첼시전이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손흥민은 주로 날개 공격수, 혹은 원톱으로 공격에 나섰다.

'윙백' 손흥민 전술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손흥민은 전반 막판 페널티킥을 내줘 실점의 빌미가 되는 등 수비에서 제 몫을 하지 못했다. 공격에선 슈팅을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결국 후반 23분 전문 수비수 워커와 교체됐다. 토트넘은 이후 2골을 더 내주며 2대4로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날 손흥민이 맡은 '윙백' 포지션은 수시로 측면을 따라 움직이며 전후방 공·수를 모두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전문 수비수들이 주로 맡는 자리다. 한국 축구의 전설적인 측면 수비수 이영표가 활약했던 바로 그 자리다. 손흥민의 '윙백' 출전은 현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BBC는 "손흥민은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최근 경기와 달리 공격에서도 위협이 되지 못했다"며 "손흥민을 왼쪽 윙백으로 출전시킨 변칙 전술은 실패"라고 했다. 런던 이브닝 스탠더드는 "포체티노의 도박은 PK라는 역효과만 냈다"고 했다.

손흥민은 이날 전까지 리그와 FA컵 6경기에서 8골을 터뜨리는 등 날카로운 득점 감각을 과시하고 있었다. 정규리그 팀 내 득점 순위는 해리 케인(20골), 델리 알리(16골)에 이어 손흥민이 12골로 3위다. 그런데도 감독이 손흥민을 수비수로 투입한 이유는 뭘까.

워낙 파격적인 기용이어서 여러 해석이 나온다. 우선 현재 토트넘이 주로 쓰는 전술상 '공격수' 손흥민의 입지가 좁다는 해석이 있다. 토트넘 공격진은 케인, 알리, 에릭센, 손흥민으로 구성돼 있다. 주 공격수는 케인과 알리이며 에릭센도 득점7, 어시스트12로 공격진에 힘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격수가 3명일 때도 손흥민이 수비로 기용된 적은 없었다. 첼시전 파격 전술은 역설적이게도 최근 손흥민의 활약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손흥민을 선발에서 빼긴 아깝기 때문에 수비적 역할이라도 맡겨 출전시키는 쪽을 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윙백' 손흥민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동료들이 경기 중 자리를 잘 찾지 못하는 그에게 수시로 위치를 조정해줬다. 우왕좌왕하다 후반 23분 교체돼 나온 손흥민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손흥민은 한국인 유럽 무대 최다골 기록 경신을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토트넘은 27일 새벽(한국 시각) 크리스털 팰리스와 정규리그 38경기 중 33번째 경기를 갖는다.

[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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