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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감독을 나이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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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데스리가 최연소 30세 감독 나겔스만 '獨 2016 감독상'… 무명선수 출신의 인생역전]

- 21살 부상 은퇴, 1군은 밟지도 못해

작년 호펜하임 최연소 감독 맡아… 젊은 선수 중용, 팀워크 강조

드론 띄워 선수 움직임 분석도

- 강등권 팀 구하고 올시즌 4위 돌풍

비판 언론도 "그는 아기 무리뉴"

1987년 독일 남부 인구 2600명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소년은 축구를 좋아했다. 독일 프로축구 2부 리그 소속인 TSV 1860 뮌헨의 17세 이하 팀 주장 완장이 그의 팔에 둘러졌다. 19세 이하 팀을 거쳐 2006~2007시즌에는 성인 2군 팀까지 올라섰다. 2007~08시즌에는 현재 한국 국가대표인 구자철·지동원이 소속돼 있는 분데스리가의 FC아우크스부르크 2군으로 이적했다.

프로 선수의 꿈이 이뤄지기 직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설상가상으로 무릎 부상이 찾아왔다. 두 차례의 수술 끝에 의사는 그에게 선수 생활 종결을 선언했다. 21세 때였다. 소년이 축구사에 기록도 하나 못 남기고 은퇴하는 순간이었다.

조선일보

30세 감독의 카리스마가 독일 프로축구를 흔들고 있다. 분데스리가 호펜하임의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이 19일 레버쿠젠과의 경기에서 선수들을 향해 지시하는 모습. 올 시즌 팀을 4위에 올려놓은 나겔스만은 21일‘올해의 독일 감독상’을 받았다. /D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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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학에 들어가 경영학을 공부했지만 4학기 만에 스포츠과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이 결정이 없었다면 독일 축구는 '아이돌 감독'을 만날 수 없을 뻔했다. 분데스리가 TSG 1899 호펜하임의 율리안 나겔스만(30) 감독 얘기다.

나겔스만 감독이 21일 독일축구협회가 선정한 '2016년 올해의 독일 감독상'을 받았다.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는 이날 '분데스리가 역사상 가장 어린 감독이 최고의 감독 자리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1군 무대를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하고 선수 생활을 끝낸 나겔스만은 지도자 무대에선 '고속 승진'했다. 2012~13시즌 호펜하임의 코치로 지도자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2014년 호펜하임 주니어팀(19세 이하)을 독일청소년대회 정상에 올려놓았고, 2016년 2월 분데스리가 역사상 최연소인 29세로 호펜하임 감독에 선임됐다. 선수 중에는 그와 '동갑내기 친구'이거나 '형'이 여럿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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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호펜하임은 강등권인 17위였다. 나겔스만을 선임한 호펜하임 구단 이사회의 결정에 "성적이 안 되니 어린 감독을 데려다 놓고 마케팅 쇼를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끝내는 등 아픔을 일찍 경험한 '애어른' 나겔스만은 마치 베테랑처럼 자기 스타일을 만들기 시작했다. 유소년 지도 경력을 발휘해 빛을 보지 못했던 젊은 선수들을 중용했다. 정장 대신 티셔츠, 청바지를 즐겨 입었고 무엇보다 '한번 해보자'는 팀워크를 강조했다. 지도 방식도 다른 인물들과 달랐다. 그는 훈련장 공중에 드론을 띄워 선수들의 움직임을 촬영해 움직임을 분석했다.

강등 위기의 호펜하임은 나겔스만이 지휘봉을 잡은 뒤 1부 리그 잔류(15위)에 성공했다. 이때부터 그를 조롱했던 독일 언론은 되레 그를 향해 '아기 무리뉴'라는 별명을 붙이고 치켜세우기 시작했다. 선수로 빛을 보지 못하고 23세에 은퇴해 통역관을 거쳐 명장의 반열에 오른 주제 무리뉴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과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이돌 감독의 경력은 올 시즌 들어 더욱 빛나고 있다. 지난해 강등을 면한 호펜하임은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25경기에서 11승12무2패(승점 45)로 바이에른 뮌헨, RB라이프치히,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 이어 4위를 달리고 있다. 3위 도르트문트와의 승점 차는 '1', 2위 라이프치히와는 3 차이다. 나겔스만 감독은 올해의 독일 감독상을 받은 뒤 이런 소감을 밝혔다. "한 가지만 약속하겠습니다. 영광스러운 이 상이 부끄럽지 않도록 앞만 보고 달리겠습니다."



[석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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