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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中공안 8000명 '人의 장막'… 한국 응원단 둘러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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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월드컵 한·중戰 '中 공안경비 24시' 르포]

폭풍전야 창사市 분위기 고조… 취재진 식당까지 따라와 경비

- 티켓 5만5000석 일찌감치 동나

中 3m 가림막 쳐놓고 극비 훈련

조선일보

이태동 기자


21일 낮 12시쯤 중국 후난성 창사 시내의 식당. 한국 취재진 30여 명이 호텔에서 식당으로 이동하자 검은 정복의 건장한 남성 5~6명이 따라붙었다. 이들은 취재진이 식당에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하더니 그대로 식당 밖 문 앞에 경비를 서듯 정자세를 취했다. 23일 한중전을 앞두고 취재진이 뜻밖의 봉변을 하지 않도록 보호하겠다며 중국 측에서 파견한 공안이었다.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6차전 한중전을 앞두고 긴장이 높아지면서 한국인들이 무리진 어느 곳에나 공안들이 따라붙고 있다. 사고방지를 위해서라고 한다. "축구가 아니라 공안 보러 온 기분"이라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다.

중국 측은 한국의 안전 보장 요청에 따라 공안을 대폭 증강 배치했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움직였다 하면 대대적으로 공안이 따라붙는다. 호텔 문을 나서서 버스를 타는 순간까지 공안이 늘어서서 경비를 선다. 훈련장까지 가는 버스엔 당연히 공안 에스코트가 붙는다. 물론 평소에도 선수들 숙소 앞은 공안의 경비로 삼엄하다. 심지어 한국 취재진 숙소 앞에도 별도의 공안 경비 병력이 있다. 이들은 20일엔 취재진 버스까지 에스코트해 줬다.

한중전이 열릴 창사 허룽경기장의 수용인원은 5만5000여 석이다. 한국 응원단은 붉은악마 등 원정 200여 명과 중국 내에서 찾아올 한국인 응원단을 모두 합쳐도 수백명 수준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경기 당일에 공안 8000여 명을 동원하기로 했다. 그만큼 한중전 당일 경기장 분위기가 우려된다는 의미다.

이번 경기는 한국 내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건으로 촉발된 양국 갈등 속에 치러져 주목받는다. 지금 중국에선 사드 여파로 중국 내 한국 유학생들이 주변의 눈치를 보며 지내고,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 제품을 거부하는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경기를 찾은 중국 관중들이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가 열릴 허룽경기장에선 지난 2004년 실제로 중국 관중이 던진 물병 등에 한국 팬이 다친 적도 있다.

조선일보

21일 중국 창사 공안들이 호텔에서 훈련장으로 이동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버스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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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시내 분위기는 조금씩 뜨거워지고 있다. 21일 만난 중국인 왕치앙(화재 안전관리원)씨는 "이번엔 맘대로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축구 선수들이 더 유명한 건 알지. 하지만 몇 만명이나 되는 중국 관중 앞에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겠소?" 23일 경기 티켓은 값이 최고 20만원까지 나가지만 모두 동났다. 관중 대다수가 추미(중국 축구팬)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안 때문에 손해 보는 일도 있다. 중국 대표팀은 21일 오후 4시부터 허룽경기장 보조구장에서 공식 훈련을 했는데,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훈련 과정 15분을 한국 취재진은 놓치고 말았다. 훈련장 입구에 쳐 놓은 바리케이드 뒤의 공안과 입장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 시간이 지나 버렸기 때문이다. "일부러 그러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취재진 사이에서 터져나왔다. 그래도 공안은 꿈쩍하지 않았다. 이날 중국 대표팀은 3m 높이 정도의 붉은색 가림막을 쳐놓고 훈련했다.

[창사=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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