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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소원성취될까 희망고문될까…‘행운의 땅’서 행운 바라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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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한·중전’ 열리는 중국 창사 가보니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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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축구 국가대표팀이 21일 훈련한 중국 후난성 창사 허룽 보조경기장. 주위에는 중국 축구팬들이 걸어놓고 간 걸개 몇 개가 눈에 띄었다.

“중국 필승” “끝까지 최선을” 등이었다. 23일 한국과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을 앞둔 중국대표팀에 대한 애절한 바람이 느껴졌다.

중국은 현재 2무3패로 A조 최하위다. 멀어진 월드컵 출전의 꿈이 한국에 지면 거의 무산된다. 중국의 현실적인 소망은 공한증(恐韓症)을 극복해 앞으로 희망을 발견하고 싶다는 것이다. 중국은 역대 한국전에서 1승12무18패로 크게 밀린다.

중국은 한국전 승리를 위해 지난 1월 경기 장소를 쿤밍에서 창사로 옮겼다. 쿤밍은 해발 1890m 고지대. 대표선수들을 일찍 모아 적응력을 높인 뒤 한국을 잡겠다는 게 원래 구상이었다. 그런데 쿤밍에서 지난해 11월 열린 최종예선 5차전 카타르전에서 중국 선수들의 체력이 막판 급속히 떨어졌다. 결국 중국축구협회는 한국전 장소를 창사로 옮겼다. 창사는 ‘궈주푸디(國足福地·축구 대표팀 행운의 땅)’로 불린다. 중국이 최근 이곳에서 치른 A매치에서 4승4무로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대표팀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다. 수비수 런항(허베이)이 소집 초기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런항은 지난해 9월 한국 원정에서 2-3으로 패할 때 2실점을 자초했다. 논란 속에 선발된 런항은 최근 자신을 “국족죄인(國足罪人)”이라고까지 했다. 국족은 중국축구 대표팀을 뜻한다.

공격진은 골가뭄에 시달린다. 중국이 최종예선 5경기에서 넣은 골은 2골. 1차전 한국전 2골 이후 4경기 무득점이다. 중국 언론도 최대 문제가 무력한 공격진이라고 했다. 마르셀로 리피 중국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한국전에서 골을 넣은 위하이(상하이 상강)와 하오쥔민(산동 루넝), 최근 중국프로리그 프리킥 골을 터뜨린 황보원(광저우 헝다), 지난해 6차례 A매치에서 2골을 기록한 장위닝(네덜란드 비테세)을 불렀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이탈리아 우승을 이끈 리피 감독은 중국프로축구 광저우 헝다 감독을 하다가 지난해 10월 대표팀 감독이 됐다. 이후 3차례 A매치 성적은 1승2무다. 중국 언론들은 “한국전, 28일 이란 원정이 최대 시험대”라며 “지난해 중국은 한국에 2-3으로 졌고 이란과 0-0으로 비겼다”고 비교했다.

창사는 중국의 영웅 마오쩌둥의 고향이다. 한·중전 장소인 허룽 스타디움은 5만5000석 규모다. 구름 같은 중국팬이 몰려들 게 분명하다.

중국팬들은 러시아월드컵 출전이 힘들어진 뒤 대표팀에 대한 실망감이 깊어졌다. 그런 실망감이 희망으로 바뀔까. 아니면 공한증을 한 번 더 앓고 더 깊은 절망에 빠질까. 23일 오후 8시35분 이곳 창사에서 중국 축구팬들의 ‘희망고문’이 시작된다.

<창사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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