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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개인보다 팀" 이름표 떼고 러시아와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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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스하키 친선경기 2패… 세계 최강과 막상막하로 겨뤄

백지선 감독 "선수들 자신감"

러시아 남자 아이스하키의 세계 랭킹은 2위. 세계 톱 클래스 레벨에서 정상을 다투는 러시아와는 달리 세계 23위에 불과한 한국은 2부, 3부 리그를 오간다. 지금까지 러시아와 대결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가 '신기루' 같은 존재였던 러시아와 사상 처음 맞붙어 선전했다. 대표팀은 18일 평창올림픽 남자 경기가 열릴 강릉아이스하키 센터 개관 기념으로 열린 러시아와의 친선경기 2차전에서 2대5로 졌다. 대표팀은 전날 1차전에서도 접전을 벌인 끝에 3대4로 분패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5~6년 전이었다면 점수 차가 10점 이상으로 벌어졌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맞붙은 러시아 대표팀은 최정예 1군은 아니다. 시즌이 한창인 NHL (북미아이스하키리그) 소속의 스타플레이어와 자국 리그인 KHL 가가린컵 플레이오프 출전 선수가 모두 빠졌다. 그렇다고 얕볼 상대도 아니었다. NHL 지명선수가 4명, 18세 대표팀과 20세 대표팀 출신이 9명이나 됐다. 러시아 연맹이 이번 친선경기 출전 팀을 '올림픽 B팀'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아이스하키인들은 경기 전 망신스러운 결과가 나올까 봐 은근히 두려워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한국은 브라이언 영, 마이클 스위프트, 마이크 테스트위드, 브록 라던스키 등 귀화 선수와 득점력 좋은 공격수 서영준 등이 개인 사정과 부상 등으로 빠진 상태였다.

하지만 한국 아이스하키는 이전과 달라져 있었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친선경기 유니폼에 이름표를 달지 않았다. 협회 고위 관계자는 "개인보다는 전원이 '하나의 팀'으로 싸운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름표를 뗐다"고 했다. 대표팀은 1차전에서 3골을 먼저 내줬으나 주눅 들지 않고, 마지막 3피리어드에 총력전을 펼친 끝에 안진휘와 김기성, 에릭 리건의 골로 1점 차로 분패했다. 아시아리그 최고의 골리인 맷 달튼도 '한국성'이란 별명답게 여러 차례 신들린 선방으로 골문을 지켰다.

한국은 2차전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덤벼들었다. 특히 1-1이던 2피리어드엔 성우제가 러시아 골문을 열어 한국이 2-1로 앞서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2―3으로 뒤진 채 끝난 2피리어드 종료 후 골리 맷 달튼이 허벅지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두 골을 더 내줬다. 2차전 유효 슈팅(골대를 향한 슛)은 한국이 18개, 러시아 20개로 대등했다.

백지선 대표팀 감독은 "하키 최강국인 러시아를 상대로 정말 환상적이고, 엄청난 경험을 했다"며 "앞으로 60분간 동일한 플레이를 지속할 능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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