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5 (화)

겨울 스토브리그의 새로운 열풍, 단장 교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SK 염경엽 단장이 넥센 지휘봉을 잡고 있던 지난해 1월 미국 애리조나로 스프링캠프를 떠나고 있다.인천국제공항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단장 교체가 겨울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해마다 겨울이면 시즌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휘봉을 놓은 감독들이 줄을 지었지만 이번 겨울에는 감독 교체보다도 단장 교체가 더 큰 열풍을 몰고 왔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절반이 넘는 6개 구단의 단장이 바뀌었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이렇게 많은 단장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교체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가장 먼저 단장 교체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구단은 kt였다. kt는 김진욱 감독 체제로 변화를 시도하면서 kt 농구단의 임종택 단장을 야구단 단장으로 이동시켰다. 이어 삼성도 신임 김한수 감독 임명과 동시에 홍준학 기획부장을 신임 단장으로 승진시켰다. 이후로는 선수출신 단장들이 속속 등장했다. 한화가 LG 감독을 역임한 박종훈 NC 2군 본부장을 단장으로 영입한데 이어 LG가 사상 처음으로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송구홍 단장을 선임했다. 피날레는 지난 시즌까지 넥센 감독을 지냈던 SK 염경엽 단장이었다. 넥센이 하루 앞선 지난 16일 선수 출신인 고형욱 단장을 선임했지만 염 단장 취임의 파장이 워낙 컸다.

단장 교체 릴레이는 여기가 끝이 아닐 수도 있다. NC 배석현 단장도 지난 가을 불거진 경기조작사건 은폐 의혹에 휘말려 직무정지 상태에 있다. 업무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새 단장을 선임할 가능성이 있다.

스포츠서울

한화 박종훈 단장.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 전면에 등장한 ML식 단장야구
대대적인 단장 교체는 메이저리그(ML)식 단장 야구가 KBO리그에도 정착돼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단장과 감독의 역할을 칼로 베듯 나눌 수는 없지만 대체로 단장은 선수단의 조각과 장기 육성 프로젝트를 전담하고 감독은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구단이 지향하는 방향으로 팀을 끌고간다. KBO리그에서도 단장이 중심이 된 프런트 야구를 간헐적으로 선보인 사례가 없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감독들이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해왔다. 프런트의 입김이 강한 경우에도 선수 수급과 육성 등에 관해서도 감독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두산이 선수 출신인 김태룡 단장의 주도 하에 구축한 시스템야구로 새로운 왕조시대를 열면서 프런트 야구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다. 선수 출신 단장들이 대거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새로 등장한 단장들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구단 상황에 맞게 선수를 수급하고 육성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를 뚜렷이 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SK 민경삼 전 단장.인천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 프런트도 무한책임
그런 의미에서 민경삼 전 SK 단장의 사임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민 단장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그동안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현장에 돌아갔다. 이제는 선수단의 수장 뿐만 아니라 프런트의 실무 총책임자까지도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나누는 시대가 된 것이다. 뚜렷한 사유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문 kt 김진훈 전 단장과 창단 이후 가장 낮은 9위로 추락한 삼성 안현호 전 단장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배경 역시 성적부진이다. 김 전 단장과 안 전 단장은 모두 조범현 전 감독, 류중일 전 감독의 퇴진과 동시에 교체됐다. 현장과 프런트에 동시에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정착됐다고 볼 수 있다.

감독은 성적을 포함한 단기적인 성과물을 구단에 제시해야 하고 단장은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안정적으로 성적을 유지하거나 끌어올릴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야 한다. 단장과 감독, 프런트와 현장이 정교하게 맞물리지 못할 경우 언제든 삐걱거리는 톱니바퀴를 빼낼 수 있다. 감독만이 책임을 지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스포츠서울

LG 송구홍 단장.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 사라지는 낙하산 인사
현장과 프런트가 책임을 나눠갖는 구조가 일반화되려면 프런트의 전문화는 필수적인 요소다. 구단 문화나 내부사정을 속속들이 꿰고 있지 않으면 현장과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없다. 오랜 경험을 통해 구단의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만큼 야구에 대해 깊숙하게 이해해야하고 야구계 전반을 폭넓게 들여다 보고 있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과거의 사례처럼 모기업 임원들을 단장으로 내려보내는 낙하산 인사를 함부로 할 수가 없게 됐다. 새로 선임된 단장들도 대부분 선수 출신에 현장과 프런트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거나 오랫동안 선수단을 지근거리에서 지원했던 인물들이다. 야구단 업무를 경험해보지 않은 이는 kt 임종택 단장 뿐인데 임 단장도 프로농구단을 이끌다가 야구단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에 완전히 생소한 업무를 맡았다고 볼 수는 없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모기업의 낙하산 인사보다는 내부승진, 선수출신, 전문가 영입 등이 단장 교체의 커다란 흐름으로 자리를 잡을 전망이다.
jin@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