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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33살 최형우가 100억, 31살 최정은 얼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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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맛있는야구〕 FA 100억원 시대의 도래



최형우(33)가 자유계약(FA) 100억원 시대를 열었다. 100억원은 4년 순수 보장액이고 플러스 옵션까지 포함하면 그 이상이라는 게 시장의 분위기이다. 풀옵션을 채웠을 때는 120억, 130억원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한다. 하긴 최형우 자신도 “120억원을 받고 싶다”고 말해 왔다.

협상 테이블에 원 소속팀 삼성을 포함해 복수의 구단이 있었으니 선수의 입맛대로 몸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칼자루는 선수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 타이거즈의 모그룹인 현대기아차그룹이 경기 침체와 수익 저하로 위기경영을 선포한 마당에 구단이 100억원 이상의 금액을 발표하는 것도 무리수였을 것이다. 작년 사례를 보면 모그룹이 구조조정으로 한창 몸살을 앓고 있을 때 두산은 선수단 연봉 계약 상황을 발표하며 이례적으로 인상액은 보도자료에 넣지 않았다. 당시 두산 관계자는 “그룹 분위기상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렇다고 시장에 이미 에프에이 100억원 몸값이 기정사실화돼 있는데 100억원 이하의 액수를 발표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축소발표할 경우 의혹의 시선만 늘어난다.

순수보장액 100억원. 그것은 기아와 최형우가 접점을 찾기 좋은 발표액이라고 할 수 있다. 선수도 발표된 몸값에 대한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몇 년 전부터 총액을 줄여 발표하는 게 구단들의 트렌드가 됐다. 외국인선수 계약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옵션은 제외해 발표한다. 윌린 로사리오(한화)의 경우 연봉을 130만달러라고 발표했으나 올해 옵션까지 포함해 200만달러 가까이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내년 연봉 기준이 최하 200만달러부터 시작된다고 전해진다. 기아 헥터 노에시 또한 170만달러 연봉이 다가 아니다.

최형우의 총액이 어떻든 세자릿수 계약의 시대는 도래했다. 사실 이전부터 100억원대 계약이 있기는 했으나 발표만 그리 안 됐을 뿐이다. 문제는 최형우의 100억원 계약이 향후 에프에이 시장에 미칠 영향력이다. 당장 국내리그 복귀도 고민중인 이대호의 기준 몸값부터가 올라갔다. 또한 내년 시즌 이후 강민호(롯데), 정근우, 이용규(이상 한화)가 에프에이 재자격을 갖추며 최정(SK), 장원준(두산) 또한 내후년에 다시 에프에이 시장에 나온다. 최정의 경우 최형우보다 2살 어린 31살에 두번째 에프에이 재자격을 얻는다. 3루 수비 되는 내야 거포가 어디 흔한가. 최형우의 100억원의 몸값은 최정 계약의 기준점이 될 것이 자명하다.

리그 수준에 맞지 않는 에프에이 시장 과열은 물론 구단들이 초래했다. 그러나 구단의 연 관중수입을 초과하는 에프에이 선수 영입이나 구단 총연봉의 40% 이상을 에프에이 선수들이 가져가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구단들이 감내할 정도의 몸값이라고는 하지만 국내 경제 사정이나 구단 경영 상황에 맞지 않는 몸값 책정은 냉소와 비아냥으로 돌아올 뿐이다.

야구위나 구단들도 나름 이런 점을 인지하고 계약금을 전년도 연봉의 300%로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고민하고 있다. 육성형 외국인선수를 키우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구단들이 도를 넘은 ‘쩐의 전쟁’을 자제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이러다가 프로야구가 공멸할 것”이라고 말하고 안으로는 “OO 구단보다 돈을 더 주겠다”고 제안하는 이중적 태도를 버리라는 뜻이다. 이러다 진짜 거품으로 익사할 것 같아 하는 말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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