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작년 12월 11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박성원 기자 |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해양수산부 장관 직을 사퇴한 지 40여일 만인 24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고, 자기 이름과 얼굴 사진이 들어간 현수막 100여 개를 부산 전역에 걸었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에 출마하기로 최종 결정하면 설 전후쯤 출사표를 던질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선거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전 의원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 신분이다. 그런 사람이 사실상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은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경찰은 지난달 19일 전 의원을 한 차례 조사했을 뿐 더 이상 수사를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전 의원은 “저와 제 주변을 체크해 봐도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피의자가 경찰 수사를 대놓고 무시한 것이다.
전 의원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은 민중기 특검이 작년 8월 통일교 핵심 관계자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으면서 불거졌다. 그런데 특검은 야당 후원 혐의만 수사하고 전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부분은 넉 달을 뭉개다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오자 그제서야 사건을 경찰로 넘겼다. 노골적인 편파 수사를 한 것이다. 민 특검은 이 일로 고발돼 수사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신속하게 수사해야 할 텐데 지난달 9일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은 아직도 이렇다 할 수사 성과를 못내고 있다.
통일교 관계자는 전 의원에게 현금 4000만원과 고가의 시계를 전달했다며 전달 과정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적극적으로 수사하면 혐의를 밝혀낼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경찰 수사는 통일교 시설에 대한 압수수색만 반복할 뿐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경찰이 수사를 못하는 게 아니라 정권 눈치 보느라 안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출범한 검경합동수사본부도 국민의힘을 겨냥한 신천지 수사에만 집중할 뿐 민주당의 통일교 관련 의혹엔 손을 놓고 있다고 한다. 통일교 특검을 하자는 야당 요구는 민주당이 사실상 묵살하고 있다. 정권과 검경이 모두 전 의원의 출마를 도우려 작정한 것 같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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