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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얼마나 로비를 했길래… 쿠팡청문회 된 테크청문회

조선일보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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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얼마나 로비를 했길래… 쿠팡청문회 된 테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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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교섭본부장 미국 방문 와중에 열려
공정위 조사 관행 비판… “안전 장치 부족”
쿠팡 언급하며 “韓, 차별 않겠다는 약속 어겨”
김범석 등 “美기업인 대상 정치적 마녀사냥”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검열 법안’이라 비판 받아
미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 위원장인 에이드리언 스미스 공화당 의원이 13일 청문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

미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 위원장인 에이드리언 스미스 공화당 의원이 13일 청문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


미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 위원장인 에이드리언 스미스 공화당 의원은 13일 ‘해외 디지털 규제 동향’ 관련 청문회에서 “한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팩트시트(Fact Sheet·공동 설명자료)를 통해 미국 기업들이 차별받지 않고, 불필요한 무역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약속했지만 규제 당국은 미 기술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보 유출 사태로 정부·국회가 전방위적인 압박을 하고 있는 쿠팡을 하나의 사례로 거론했다. 트럼프 정부는 자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공정위 등의 규제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고 이게 한미 간 통상 갈등으로도 비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날 청문회는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런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가운데 열린 것이다.

스미스는 이날 “많은 교역 상대국들이 우리와 유사한 혁신 친화적인 규정을 갖추지 못한 채 자국 기업에 유리하도록 미국 기업을 약화시키려는 조치를 자주 부과한다”며 차별적인 디지털 무역 및 세금 조치는 미국의 경쟁 우위를 약화시킨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이를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다행”이라면서도 “수많은 나라들이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유해한 디지털 서비스세(digital service tax)를 유지하거나 도입을 고려하고 있고, 디지털 서비스 기업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수많은 다른 규제도 시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규제를 가장한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13일(현지시각) 미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 회의에서 한국 등의 디지털 규제를 겨냥한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유튜브 미 하원 세입위원회

13일(현지시각) 미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 회의에서 한국 등의 디지털 규제를 겨냥한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유튜브 미 하원 세입위원회


한미가 발표한 팩트시트를 보면 “한·미 양국은 미국 기업이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서 차별받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한다”고 돼 있다. 수잔 델베네 민주당 의원은 “내 고향인 워싱턴주(州)의 쿠팡 같은 기업들로부터 한국의 규제 당국이 이미 이러한 약속을 위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의회가 주도해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 기업을 보호하는 디지털 무역 규칙을 설정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캐롤 밀러 공화당 의원은 “한국 국회는 최근 통과된 ‘검열 법안(censorship bill)’을 포함해 미국 기업을 겨냥한 입법을 계속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두 미국인 경영진을 대상으로 정치적 마녀사냥(political witch hunt)을 시작했다”고 했다.

수잔 델베네 민주당 의원이 13일(현지시각) 열린 미 하원 세입위원회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 유튜브

수잔 델베네 민주당 의원이 13일(현지시각) 열린 미 하원 세입위원회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 유튜브


밀러가 언급한 ‘검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가리키는 것인데, 이와 관련 국무부도 최근 “한미 간 기술 협력을 저해할 것”이라 비판했다. ‘두 미국인 경영진’은 쿠팡 창업자인 범 김(Bom Kim·한국 이름 김범석)과 최근 우리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해롤드 로저스 한국법인 임시 대표다. 쿠팡은 대부분의 매출이 한국 시장에서 발생하지만, 델라웨어주(州)에 등록된 ‘쿠팡INC’가 한국 쿠팡 지분 100%를 들고 있는 미국 회사다. 다린 라후드 공화당 의원은 “미국이 공정하고 효과적인 디지털 무역 규칙 수립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미국의 가치관, 자유 시장 체제에 정면으로 반하는 디지털 무역 정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는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무역 장벽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우리가 압박을 가속하고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13일 미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 회의에서 한국 등의 디지털 규제를 겨냥한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

13일 미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 회의에서 한국 등의 디지털 규제를 겨냥한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


이날 전문가 자격으로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한 나이절 코리 아시아정책연구소(NBR) 비상근 펠로는 “한국은 유럽에서 볼 수 있는 문제적인 정책들을 따라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한 경쟁 정책을 도입하려 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사례”라고 했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독점과 불공정 거래를 사전에 규제하기 위해 기획돼 공정위가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제정 시도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미국 기업들은 한국 경쟁 당국의 표적이 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며 “다양한 업종의 미국 기업들이 경쟁 당국의 지속적인 표적 조사와 관련해 업종과 관계없이 공통된 불만을 갖고 있다”고 했다.

나이절 코리 아시아정책연구소(NBR) 비상근 펠로가 2026년 1월 13일(현지시각) 열린 미 하원 세입위원회 청문회에서 전문가 자격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 유튜브

나이절 코리 아시아정책연구소(NBR) 비상근 펠로가 2026년 1월 13일(현지시각) 열린 미 하원 세입위원회 청문회에서 전문가 자격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 유튜브


코리는 “트럼프 1기 때인 2019년 트럼프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해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하려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한국과의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그는 이번 주 여 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미 조야(朝野) 인사들을 만나고 있는 것도 언급하며 “핵심은 미국 기업들이 오랜 기간 공정위의 표적이 됐다는 것이고, 한국 내 조사 과정에서는 미국 기업이 공정하게 대우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절차적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했다. 코리는 지난해 11월 발간한 NBR 보고서에서 “조사 개시 기준이 낮고, 불필요하게 공격적인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정보 요청과 데이터 압수 규모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고 공정위 조사 관행을 지적했다. 영장이 없어도 사실상 비슷한 효과를 지니는 ‘임의 제출’ 같은 조사 방식을 특히 문제 삼았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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