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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소방로봇, 한국과 프랑스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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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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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5일 파리 노트르담성당 화재에서 소방로봇 콜로서스는 영웅적 역할을 했다. 불길과 유독가스, 붕괴 위험으로 소방대원마저 모두 철수한 상황에서 소방로봇은 계속 물을 뿌려대며 불길을 잡고 성당 건물 전체가 붕괴하는 것을 막아내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파리 소방대원들은 진화가 완료된 뒤 진압작전의 ‘비밀병기’ 소방로봇을 소개하며 공로를 치하했다. 위험한 환경에서 재난로봇의 존재와 가치를 노트르담성당 화재는 전 세계에 알렸다.

미군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파병 군인들의 안전을 위해 폭발물 탐지와 해체 임무를 수행하는 군사용 로봇 팩봇을 작전에 투입했다. 3000대 넘는 팩봇이 사용됐는데, 병사들은 나중에 고장난 팩봇에 대해서 각별한 애착을 느끼는 현상이 보고됐다. “내 생명을 살려준 팩봇을 새것으로 교체하지 말고 고쳐달라”라는 게 병사들의 호소였다.

로봇은 위험한 작업을 대신하며 사람 목숨을 구하는 도구로 개발됐지만, 국내에서 산업용 로봇과 자동화 설비에 노동자가 희생되는 사고가 잦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산업재해 사망률 1위 국가다. 지난해 12월 아산의 한 식품공장에서 산업용 로봇은 수리하던 노동자 머리를 가격해 숨지게 만들었다. 2017년 9월 강릉 석란정 화재 진압 도중 소방관 2명이 순직하는 등 지난 10년간 19명의 소방관이 순직했다.

국내에서도 소방로봇을 개발·보급해왔다. 하지만 2016년 <엠비시>(MBC) 보도에 따르면, 대당 1억5000만원이 넘는 소방로봇이 개발돼 2014년 2대가 배치됐으나 거의 사용된 실적이 없다. 스위치·배터리·무선장치까지 고장나 계속 수리 중이고 실제 사용 결과 카메라·원격조종·계단이동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 33억원 예산이 투입됐지만 화재 현장에서 쓸모가 없어 정부는 2017년 로봇을 반납하고 추가개발도 중단하기로 했다.

왜 국내에선 제대로 된 소방로봇이 만들어지지 못했을까? <사람의 자리> 저자 전치형은 “로봇이 어떤 사람을 구해야 할까”라는 트롤리 문제의 질문을 “로봇은 인간이 인간을 구하는 일에 어떤 도움을 주도록 설계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에 필요한 로봇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출발점이다.

구본권 미래팀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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