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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_뉴질랜드 3천km 트레일 종주 한인…"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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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진 숲길을 가로지르는 구불구불한 길,

귓가에 맴도는 건 조금씩 가빠지는 숨소리와 지저귀는 산새 소리뿐.

뉴질랜드 북섬 '케이프 레인가'에서 최남단 마을 블러프까지- 장장 3천km를 잇는 도전의 길, 테 아라로아 트레일!

50대 후반 나이에 이 장대한 길 완주 도전에 나선 사람이 있습니다.

[최은숙 / 뉴질랜드 동포 : 하루에 보통 한 6~7시간 그리고 좀 더 긴 구간은 9시간, 10시간 걸을 때도 있고요. 그걸 6개월 동안 했죠.]

테 아라로아 트레일은 뉴질랜드 환경보호국이 무려 35년 공사 끝에 일반에 선보인 탐방로로, 세계에서 가장 긴 도보 길이라 알려졌는데요.

협곡과 협곡 사이를 건너거나 험난한 산길이 끝없이 이어져 젊은 사람도 쉽게 용기를 내지 못할 만큼 어려운 길로 통합니다.

그런 험난한 여정을 은숙 씨는 여섯 달 만에 완주했으니-!

동포사회는 물론 뉴질랜드 현지 사회에서도 큰 화제가 되면서 도전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는 계기가 됐습니다.

[사라 브래들리 / 테아라로아 종주 하이커 : 3천 킬로 완주한 은숙 씨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대단해요. 테 아라로아를 완주한 사람을 만날 때마다 정말이지 영감을 받는데요. 그 경험을 전부 듣고 싶어요. 그들이 겪었던 일, 그것 때문에 어떻게 (삶이) 바뀌었는지, 그들이 사랑했던 것, 도전적이라고 느꼈던 것 등을 듣고 싶어요.]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며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는 길.

최은숙 씨가 50대 나이에, 그것도 홀로 걷기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은숙 / 뉴질랜드 동포 : 제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과거와 앞으로의 미래를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거 하고, 또 하나는 제가 남은 생을 한국에서 보낼 것인가, 뉴질랜드에서 보낼 것인가를 답을 찾으려고 했어요.]

20여 년 전, 새로운 도전을 위해 뉴질랜드 이민을 결심한 은숙 씨.

한국에서는 학습지 교사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은숙 씨에겐 낯선 땅에 새롭게 터전을 마련하는 일은 녹록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낯선 이곳에서 두 아이를 홀로 키워야 했던 뉴질랜드에서의 순간들은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최은숙 / 뉴질랜드 동포 : 처음에는 프랜차이즈 햄버거 하나 시키는데도 제가 말하는 거 못 알아듣더라고요. 영어를 못해서 무시당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다음에 일자리를 찾았는데 영어를 못 알아들어서 하루 만에 거절당한 적도 있고… 나는 왜 이렇게 잘하는 게 하나도 없나, 그래서 사실 화장실에 가서 매우 울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20년이라는 모진 세월을 견뎌냈습니다.

그렇게 이방인으로서 오랜 시간 살고 자녀들까지 키워내고 나니, 은숙 씨에겐 앞으로의 삶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최은숙 / 뉴질랜드 동포 : 항상 마음 한구석에서 내가 이 나라에서 과연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좀 심각하게 할 때였어요. 아이들이 다 독립을 해서 나갔기 때문에 제 인생을 찾고 싶은 그 전환점을 갖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57살 나이에 택한 앞으로 살아갈 내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

어쩌면 은숙 씨에게 지난 6개월의 여정은 뉴질랜드를 진정한 고향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소중한 시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최은숙 / 뉴질랜드 동포 : 지금 그 긴 3,000km를 뒤돌아보면 저한테는 너무나 많은 추억이 쌓였어요. 예를 들어서 나인티 마요 비치를 생각하면 개비라는 사람이 생각나고 넬슨 지역을 생각하면 제가 만났던 엘리슨이 생각나고 테 아라로아 트레일이 저한테는 고향이 된 듯한 느낌 그게 제일 컸던 것 같아요.]

[스캇 그리블 / 남편 : 예전보다 지금은 훨씬 더 자신감이 생겼어요.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내기 위해 도전하잖아요. 그래서 자신감이 크게 향상되었고 이제 테 아라로아가 은숙 씨의 열정이 되었습니다.]

자신감과 함께 삶의 방향을 찾으니 이젠 단순히 돈을 좇아 살아가는 게 아닌 행복하기 위한 일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가족의 소중함, 주변 사람과 나누는 일상생활이 이처럼 행복한 일이란 걸 깨달은 것이죠.

중년의 나이에도 여전히 삶이라는 항해에서 진로 고민이 있고, 그걸 깨우쳐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몸소 보여준 은숙 씨,

앞으로는 자신과 같은 고민이 있을지 모를 동포들을 위해 이 여정을 권하는 다양한 활동에도 나설 계획입니다.

[최은숙 / 뉴질랜드 동포 : 제가 트레일을 마치고 난 다음에 얻었던 성취감, 자신감을 뭔가 나누고 싶은 마음에 (뉴질랜드의) 한국 사람들을 위한 영상을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개인 SNS 동영상 채널을 열었습니다. 저 스스로는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을 했지만 남이 생각했을 때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었어요. (근데) 하이킹 친구들이나 아니면 현지인들이 너무나 대단한 일을 했다고 (해서 이 기분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자신을 위한 도전에서 삶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 뉴질랜드 동포 최은숙 씨.

그녀는 자신의 또 다른 인생 이야기를 써내려가기 위해 오늘도 힘찬 발걸음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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