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안 주려고 이걸 견디나"…엄마가 삭발하고 구치소 다녀온 이유

[앵커]

양육비를 받지 못한 피해자이면서 다른 피해자들을 돕다가 명예훼손으로 벌금형을 받은 한 아이의 엄마가 있습니다. 벌금은 80만원이었지만 내지 않고, 구치소에 스스로 들어갔습니다.

수감된 지 7일 만인 오늘(12일) 나왔는데, 어떤 사연이 있길래 그랬는지 이희령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아직 어두운 새벽, 구치소 정문으로 걸어 나오는 강민서 씨.

강 씨는 전 배우자에게 양육비를 못 받은 피해자인 동시에 '양육비해결모임'(양해모)의 대표입니다.

6년 전, '배드페어런츠'라는 사이트에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공개했고, 지난 7월 명예훼손으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벌금을 내는 대신 7일 동안 구치소에 들어갔다 왔습니다.

[강민서/양육비 미지급 피해자 : (아이 아빠는) 4번의 감치(구속)가 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벌금을 내지 않고 들어가 본 건데 이거는 견딜 수가 없는 거예요. (미지급자들은) 자식한테 돈을 안 주려고 이렇게까지 있어야 하나…]

20년 넘는 시간 동안 양육비 지급 소송을 29번이나 진행했지만 강 씨가 받은 돈은 고작 270만원이었습니다.

[강민서/양육비 미지급 피해자 : (지금까지) 2억3390만원 미지급이더라고요. 최소한의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그렇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국내 전체 한부모 10명 중 7명 정도가 양육비를 한 번도 받은 적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나마 정부가 내년 7월부터 자녀 1인당 양육비로 매달 20만원을 선지급하기로 했지만, 너무 적습니다.

[김태희/양육비 미지급 피해자 : 아이들 생활비 학원비도 안 돼요. (문제집을) 한 5권만 사도 10만원이고, 정말 아이들 교재비 사고 나면 없는 돈이에요.]

한부모가족 아동은 그렇지 않은 가족의 아동보다 빈곤율이 무려 37%p나 높습니다.

이 때문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건 '아동학대'란 말이 나오는 겁니다.

[김태희/양육비 미지급 피해자 : 부모의 상황을 알고, 경제적인 모든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도) 더 해달라는 소리를 못 해요. 이런 부분 때문에 상처받는 아이들이 더 많다는 거죠.]

피해자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지급자로부터 양육비 전액을 강제로 환수하는 법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영상취재 공영수 조용희 / 영상편집 김영선 / 영상디자인 최수진]

이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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