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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밀착카메라] "내일 귀국인데 좀 들어가자" 실랑이 벌어지는 북촌,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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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관광객들 때문에 못 살겠다는 주민들 아우성에 최근 서울 북촌한옥마을에 '관광객 통행금지' 시간이 만들어졌죠. 그런데 잠깐 들어가는 것도 안 되냔 외국인들, 장사를 방해한다는 상인들 불만에 잡음도 적지 않습니다.

밀착카메라 이가혁 기자가 직접 현장 관리 요원이 되어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침 8시 서울 북촌한옥마을.

외국인들을 데리고 온 한 가이드가 구청 공무원에게 항의합니다.

[관광 가이드 : 7명밖에 안 돼요. 소리 안 내고 다닐게요. {네, 그래도 안 돼요. 오전 10시부터 방문 가능하세요.} 아니, 이런 게 어딨어요? {이분들 어디서 오신 거예요?} 프랑스에서요. 오늘 스케쥴을 맞춰야만 내일 또 지방으로 내려간단 말이에요. 이렇게 되면 하루하루 일정이 다 깨지는 거잖아요. 저희 그냥 말 안 하고 살짝만 사진만 찍고 이 앞에까지만 갔다 올게요. 이 입구에.]

[이은지/종로구청 주무관 : {아까 같은 경우가 많이 있나요?} 여행 업계를 통해서 저희가 많이 협조 요청을 드렸기 때문에 대부분 알고는 계세요. 그런데 이렇게 소규모로 단체 관광객 모시고 온 분들이나 이런 분들은 아직은 정확하게 모르는 때도 있습니다.]

지난 1일 관광객 통금제도가 시작된 후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종로구청은 이 마을 중심부를 일명 '레드존'으로 정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관광객이 머물 수 있게 했습니다.

내년 3월부터는 어긴 사람에게 과태료 10만원도 물릴 예정입니다.

일단 주민들이 느끼는 효과는 확실합니다.

[이우생/북촌 주민 : 아침에 산책하면 굉장히 이제 좀 상쾌한 기분이 들고, 이제 옛날로 돌아왔구나…]

하지만 보완해달라는 요구도 많이 나오고 있어,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보안관 마크까지 이렇게 있네요. 그리고 이런 팻말을 직접 들고 제한 시간에는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그런 역할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 {오전 10시 이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아 10시요?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오전 통금 시간을 모르고 찾아온 관광객 100여명이 발길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취지를 이해한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프랑스 관광객 : {이 규칙이 너무 엄격하다고 생각하세요?} 아니요. 주민 사생활 보호를 위해 좋은 것 같아요. 유럽이나 우리나라에도 이런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외국인 관광객 : 아무 문제 없습니다. 주민들도 사생활 보호가 필요하니까요. 여기는 주민들이 사는 곳이잖아요.]

다만, 제대로 안내했으면 시간 낭비 안 했을 거란 지적도 많았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 여길 네이버 지도로 찾아왔는데 통금에 대해서 언급되어 있지 않았어요. (더 많은 정보와 안내가 필요하다는 거군요?) 네, 지도에 안내가 있었다면 지금 제가 방문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제 오전 10시가 돼서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부터는 관광객들에게 주민 거주지다. 그리고 소곤소곤 대화해야 한다. 이걸 알릴 시간입니다.

많이 나아졌다지만 인파로 인한 혼란은 여전했습니다.

여행 가방 끄는 소리가 수시로 들리고, 주민이 사는 집이라고 안내를 해놓아도, 출입문에 오래 앉아 있는 건 기본.

여기 보면 관광객이 버리고 간 것으로 보이는 플라스틱 물통이 떨어져 있는데요.

보면 아랍어가 써 있네요. 아마 외국인 관광객이 버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여기도 보면 휴지가 이렇게 버려져 있는데 이렇게 짧은 구간이지만 벌써 이렇게 제가 3개나 주었네요.

[이승열/북촌 지킴이 근로자 : {조용히 해달라고 이렇게 하기도 하시죠?} 쉿! 이렇게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항의를 받으신 적도 있으세요?} 그렇죠. 가이드분들께서 '왜 이렇게 심하게 하느냐'고 항의를 가끔 합니다.]

이제 오후 5시가 됐습니다.

[이은지/종로구청 주무관 : '내려가 주세요' 라고 얘기하면서 천천히 내려가려고 하거든요. 마지막으로 사진 찍는 분들 있으면 조금 기다렸다가…]

헝가리에서 온 이 관광객들은 마지막 일정으로 왔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헝가리 관광객 : 아무런 소음도 안 낼 거고,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을 겁니다. 단지 좀 안쪽을 걷고 싶을 뿐이에요. 이게 왜 이해될 수 없는지 모르겠네요. 우리는 이 통금 제도에 대해서 사전에 공식적인 안내를 못 받았어요. 이게 오늘 한국에서 마지막 날이에요. 우리는 내일 떠난다고요. {참 슬프지만.} 네, 슬프네요.]

오전에 10시에 기다리면 들어갈 수 있다는 상황과 내일 아침 10시가 돼야 들어갈 수 있다는 상황.

그러니까 오전보다는 지금 상황이 더 아쉬워하는 관광객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상인 피해는 빨리 해결해야 할 숙제로 보였습니다.

오후 5시가 지나자 텅 빈 기념품 가게.

[인근 상인 : 이건 기본권 침해예요. 헌법에 원래 공공의 목적으로 개인의 재산이나 이익을 침해하면 보상하게 돼 있잖아요.]

상점만 이용하려는 관광객은 통금 시간에도 들여보내 준다는 게 구청 설명.

하지만 상인들은 이렇게 반박합니다.

[인근 상인 :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요' 그러는 사람이 누가 있냐고요. 돌아다니다가 힘드니까 들어오셔서 커피 한잔하시고 아이스크림 드시고 하는 거지.]

골목을 가득 채웠던 관광객들은 이렇게 어둠이 깔리자 더 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전국 최초로 시작된 관광객 출입 제한.

주민도 상인도 그리고 관광객들도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최선의 제도가 되려면 계도 기간 동안 조금 더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작가 강은혜 / 영상취재 유연경 / VJ 장준석 / 영상편집 김동준 / 영상자막 김형건 / 취재지원 홍성민]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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