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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현장 36.5] 마디마디 새겨진 삶의 역사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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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전라북도 군산시에는 간척사업과 미군 기지 확장으로 사라진 마을이 있는데요.

지난 목요일, 6백 년 가까이 이 마을을 지켜온 팽나무 한 그루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습니다.

마을은 사라졌지만 홀로 남아 역사의 증인이 된 팽나무와 그 나무를 지켜 역사를 기억하자는 사람들, 이종혁 영상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친구였고 놀이터였고 올라 다니고 그네 매고‥오래오래 살아계시니까 참 좋네요."

군산 선연리 끝자락에 위치한 하제마을

"안녕하셨습니까? 할아버지 팽나무님"

이 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할아버지에게 고향에 대한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건 팽나무 한 그루뿐입니다.

[여정진/하제마을 출신]
"태어난 곳도 이곳이고 탯줄도 여기에 묻은 데예요. 70년을 넘어서 와보니까 세월이 그냥 무심하네요."

마을 바로 옆 미 공군 기지의 탄약고가 확장되고 새만금 개발로 바닷길이 막히면서 어업에 종사하던 이천 명이 넘는 주민들은 마을을 떠나야 했습니다.

600여 년 한자리를 지켜온 팽나무에는 우리 삶이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하제마을은) 사람이 살지 않던 섬이었습니다. 어부들이 배를 묶었던 흔적이 남아 있는 나무입니다."

일제강점기의 아픔도 팽나무는 목격했습니다.

[구중서/평화바람 활동가]
"일본에 의한 간척공사들이 이루어지면서 한국의 농민들이 많은 노동력을 착취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농지를 약속한 대로 주지도 않았었고"

해방 이후 팽나무는 마을 주민들의 기쁨도 함께했습니다.

[서춘길/하제마을 주민]
"노랑조개, 꼬막 뭐 안 난 것이 없어요. 그때만 해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했어요. 개가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닐 정도로 벌이가 좋은 곳이 이 지역이었어요."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했던 팽나무

[나병호/군산시 학예연구사]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그리고 한국전쟁 시기 현대의 우리까지 군산의 삶과 군산의 역사와 함께한 나무입니다. 생물학적으로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 같이 있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떠났지만 팽나무만은 지키기 위해 시민들과 지자체는 발 벗고 나섰고 지난 금요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습니다.

600여 년 마을을 지키며 사람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팽나무가 더 오랜 시간 우리 곁에 머물게 됐습니다.

"아들딸 손자들이 팽나무를 보면서 여기가 아버지 놀이터였다. 앞으로도 600년을 더 살아 있었으면…"

취재·구성: 이종혁 / AD: 강로이 / 취재지원: 최인욱 / 디자인: 엄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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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구성: 이종혁 이종혁 기자(hyouk@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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