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급발진 아닌 나를 의심해야"
"급발진 가능성, 태양이 지구 충돌할 확률"
안전기능 의무 장착 등 연구, 지원 필요
달리던 자동차가 제멋대로 질주하는 상황, 상상만해도 아찔합니다. 하지만 이런 '급발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태양이 지구와 충돌할 확률"에 가깝다는 것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박사들의 설명입니다. 오히려 가속페달을 실수로 밟아놓고 '급발진'이라 지레짐작하는 '확증편향'이 큰 사고를 일으킨다고 했습니다. 이런 생각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지 못하게 하고, 오히려 '풀 액셀'을 밟도록 한다는 겁니다. 지난 29일 원주 국과수 본원에서 교통과 연구원들을 만나 급발진 사고 감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일각에서 "감정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연구원들은 "비과학적"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지금 이 뉴스]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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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밟으면 차는 무조건 선다...EDR 조작은 불가능"
━갑자기 인도로 돌진하더니 골목으로 내달립니다.
차에 치인 보행자는 숨졌습니다.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페달 오조작으로 확인됐습니다.
빠른 속도로 좁은 골목을 지나는 택시.
기사는 차가 말을 안 듣는다 여겼습니다.
하지만 페달 블랙박스 속 오른발은 가속페달을 밟고 있었습니다.
[전우정/ 국과수 교통과장 : 이분은 언론에 이 영상을 공개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더이상 자기와 같은 실수를 사람들이 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분을 '의인'이라고 까지 표현하고 있습니다.]
실수로 밟은 가속페달에서 금방 발만 떼도 큰 사고는 막을 수 있습니다.
[전우정/ 국과수 교통과장 : 차가 내 의지와 달리 움직일 때는 차를 의심하지 마시고 운전자인 나를 의심하고, 발을 떼고, 내가 정확히 뭘 밟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게 잘 안 되는 건 '운전자의 머릿속' 때문입니다.
[전우정/ 국과수 교통과장 : 인지오류, 확증편향적 사고가 이분들이 발을 못 떼게 해요. '내가 맨날 언론에서 듣던 급발진이 일어났구나' 오해를 하게 되면 내가 밟고 있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못 뗀다는 거죠.]
최근 5년간 국과수가 감정한 급발진 의심 사고는 364건입니다.
이 중 88%는 페달 오조작 탓이었습니다.
급발진 인정은 단 한 건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감정을 신뢰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국과수는 "사고기록장치, EDR만 보는 게 아니라 운전자 신발 바닥에 남은 페달 자국까지 살피고 시뮬레이션으로 상황을 재현까지 하는 만큼 믿어달라"고 했습니다.
[전우정/ 국과수 교통과장 : 이런 데이터들을 이중 삼중으로 확인해서 EDR 검사 신뢰성을 확인한다는 거죠.]
어떤 상황에서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는 멈추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김종혁 국과수 감정관은 "제동 시스템은 독립적"이라며 "제동에 문제가 생겨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는 선다. 가속 페달과 동시에 밟을 경우에도 가속 페달이 무력화되도록 만들어져 있다"라고 했습니다.
국과수는 차량 급발진 발생 확률이 희박하다고 봤습니다.
[4226 전우정/ 국과수 교통과장 : (급발진은) 태양의 행성이 지구를 충돌하는 그 정도의 확률이다….]
그래도 사고를 막을 연구와 지원은 시급합니다.
일본은 차가 정지상태에서 급가속 되면 제동이 걸리는 장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박용길
영상편집 : 유형도
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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