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도발 때와 달라
합참,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폭파 장면 공개 |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북한이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 도로를 폭파한 사실을 대내외에 전혀 알리지 않아 그 배경이 주목된다.
북한 주민이 보는 대내 매체인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지면에 두 도로를 폭파한 소식을 싣지 않았다.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도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조선중앙TV도 전날 밤 정규뉴스에서 이를 다루지 않았다.
북한이 2020년 6월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을 때는 조선중앙통신이 당일, 노동신문이 다음날 비교적 신속하게 보도했던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이번 경의·동해선 도로 폭파는 북한이 무인기 평양 침투를 주장하며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던 와중에 이뤄져, 이를 대내외 선전·선동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이 남북 연결도로가 이제 완전히 끊겼다는 사실을 안에도, 밖에도 공표하지 않은 의도를 두고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우선 대외적으로는 폭파 장면이 우리 군 폐쇄회로(CC)TV에 담겨 전 세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는 점에서 '남북관계는 끝났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목적은 달성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래픽] 북한 경의·동해선 도로 폭파 상황 |
대내적으로는 김 위원장이 천명한 '적대적 두 국가' 주장이 아직 북한 주민들에게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어서 일단은 '무인기 침범'에 초점을 맞춰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는 데 집중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지금은 무인기 위협에만 초점을 맞춰 '남한=적'이라는 프레임을 짜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도로 폭파와 같은 북한의 강경 대응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입법기관인 최고인민회의가 지난 7∼8일 헌법을 개정했지만, 김 위원장이 연초 지시한 통일 표현 삭제, 영토 조항 신설 등이 이뤄졌는지 공개하지 않은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중요한 개헌이 있으면, 해당 조문을 나중에 공개하더라도 보고자가 개헌 취지를 설명하고, 이를 관영 매체에 보도해왔는데 이번에는 생략됐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를 두고 선대 때부터 강조해온 통일을 헌법에서 지워야 하는 정당한 논리를 마련하지 못해 개헌해놓고도 공개하지 않았을 가능성, 개헌을 미뤘을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5일 정오께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에서 군사분계선(MDL) 북측으로 약 10m 떨어진 지점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폭약을 터뜨려 남북 연결 육로를 단절시켰다.
경의선·동해선 폭파 장면 지켜보는 시민들 |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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