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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나무 다시 심는다더니 발전소가?‥생태자연도 1등급지 '편법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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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지역을 환경부는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으로 지정합니다.

이런 곳은 보전이 우선이라 개발 허가를 받기 어려운데요.

벌목 등으로 훼손해 일부러 등급을 낮춘 지역이 지난 5년 동안 서른다섯 곳에 이르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개발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류현준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소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산등성이를 따라가 봤습니다.

갑자기 수풀이 사라지고 맨땅이 속살을 드러냅니다.

직접 산길을 따라 올라가 봤습니다.

경사면마다 나무를 베고 남은 가지들이 수북이 쌓였습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울창한 숲을 자랑하던 산이었는데요.

지금은 이처럼 잘리고 남은 나무들의 흔적만 보입니다.

이곳은 환경부에서 지정한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으로 환경영향평가에서 보전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산주인이 목재 수확을 하겠다며 벌목을 신청하자, 봉화군청은 3년 안에 다시 나무를 심는 조건으로 허가를 내줬습니다.

하지만 나무 1만 그루를 베어낸 산주인은 "벌채가 진행돼 산림이 훼손됐다"며 오히려 생태자연도 등급을 낮춰달라는 신청서를 냈습니다.

[봉화군청 관계자(음성변조)]
"벌채 행위만으로 이제 신청이 들어오는 거기 때문에 저희는 이제 벌채를 내줄 수밖에 없는 그런 입장이고…"

이곳은 생태자연도 2~3급 지역으로 내려가면서 풍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변순학/경북 봉화군 주민]
"산이 되게 좋았죠. 조림 새로 한다고 그래서… 풍력에 대한 거는 그 당시에는 전혀 이야기가 없었으니까요."

문경새재도립공원과 붙어있는 주흘산, 이곳 역시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었습니다.

산주는 주변에 피해를 주는 나무를 잘라내는 '숲가꾸기 사업'을 지자체에 신청하고는, 세 달 뒤 "해당 사업으로 식생이 교란됐다"며 등급을 내려달라고 합니다.

생태자연도 등급이 내려가면서 케이블카 사업에 탄력이 붙었습니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데 이어 내년 4월 착공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최근 5년간 나무를 베 생태자연도가 내려간 1등급지는 전국에 35곳입니다.

대부분 휑한 땅 위에서 각종 개발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임호선/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은) 개발업자에게는 개발의 걸림돌일 수밖에 없고요. 등급을 낮춰야만이 환경영향평가라든지 이런 부분들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어서…"

환경부는 지난해 벌채 허가를 내줄 때 생태자연도를 고려하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하려 했지만, 부처간 이견 끝에 보류됐습니다.

MBC뉴스 류현준입니다.

영상취재: 전인제 / 영상편집: 김민상 / 사진제공: 기후재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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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전인제 / 영상편집: 김민상 류현준 기자(cookiedou@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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