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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컬처인사이드] 만능 소리꾼' 이자람의 음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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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판소리' 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한복을 정갈하게 갖춰 입고 구성진 목소리로 삶의 애환을 풀어놓는 명창의 모습이 먼저 떠오르실 겁니다.

그런데 이런 판소리가 바뀌고 있습니다.

전통 판소리를 다르게 해석하거나 심지어 외국의 문학 작품까지 소재로 삼아 새로운 소리와 신명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젊은 소리꾼 이자람이 있습니다.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판소리를 더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가는 이자람을 박순표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아빠와 함께 부른 노래는 5살 꼬마 아이를 단숨에 스타로 만들었습니다.

방송에서 출연 제의가 쏟아졌고 뜻하지 않게 판소리 명창을 만나면서 아이의 운명은 뒤바뀝니다.

[이자람 / 소리꾼·공연예술가 : 생경하고 낯선 소리였어요. 소리의 질감이. 입을 열지 않은 채로 1시간을 버텼다고 그만큼 낯설어하는 저를 어르고 달래고 해서 제가 입을 열었을 때 엄청난 칭찬 폭격을 하시면서, 저를 '우쭈쭈' 하시면서 소리를 처음 내게 해주셨거든요. 그리고서는 그냥 소리를 내자마자 선생님의 매력에 빨려들어 가듯이.]

이자람은 국악 중학교에 고등학교, 서울대 국악과 박사까지 거침없이 달렸습니다.

18살 때 심청가, 20살 때는 춘향가를 최연소로 완창했고, 판소리 다섯 마당을 모두 섭렵하며 재능과 성실함을 인정받았습니다.

[이자람 / 소리꾼·공연예술가 : 완창이라는 게 그냥 공연 준비한다, 독주회처럼 공연 준비하겠어. 많은 사람의 환호를 받으면서 짠~하고 하는 게 아니라 제가 판소리를 배우고 선생님과 보낸 시간, 제가 골방에서 연습한 모든 시간을 다시 되새김하면서 점검하는 시간이거든요.]

그러나 성공 뒤에 숨은 노력과 아픔까지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너무 맑고 청아한 목소리는 되려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담기에는 부족해 소리꾼으로서 목소리의 그늘을 만드는데 죽을 힘을 다해야 했습니다.

[이자람 / 소리꾼·공연예술가 : 또래의 친구를 7살 때 처음 만났어요. 소리한다는 전라도 친구를. 근데 걸걸한 목소리로 너도 소리하니 라고 물어보더라고요. 저 친구는 쉽게 말해 성골이다. 저것이 바로 성골이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서 DNA가 없다. 내 목소리에는 구성도 없고 그늘도 없다. 어떡하지? 연습밖에 방법이 없더라고요.]

스승의 죽음으로 방황하던 때도 있었고,

[이자람 / 소리꾼·공연예술가 : 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때 저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입을 떼려야 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요.]

지금까지도 창작 판소리에 대한 도전이 힘에 부칠 때가 있다고 담담하게 털어놓습니다.

[이자람 / 소리꾼·공연예술가 : 이게 내 길이 맞나, 나는 전통(판소리)만 해야 되나? 창작(판소리만)만 해야 되나? 이게 과연 다른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지금까지도 시시때때로 저에게 계속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이자람의 창작 판소리는 판소리를 더 쉽고 재미있게 만들었고, 공연마다 새로운 관객을 끌어들이면서 국악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자람 / 소리꾼·공연예술가 : 조선 시대에 창작을 하면서 만든 것이 지금 전해지는 전통 판소리란 말 이예요. 그렇다면 지금 소리꾼들도 분명히 지금 시대를 빨아 먹으면서
지금의 것을 만들 수 있잖아요. 저는 만드는 일 또한 전통을 하고 있는 거예요.]

판소리가 자신을 지탱해주는 뿌리라면 밴드는 스스로에 위안을 주는 일입니다.

학창 시절부터 시작했던 밴드 음악은 이젠 판소리와 함께 가는 동반자가 됐습니다.

[이자람 / 소리꾼·공연예술가 : 정통 판소리에서 느껴지는 굉장함의 이면에 있는 어떤 답답함, 그런 걸 밴드 음악으로 풀었고, 밴드에서 단발적인 호흡 때문에 답답했던 이야기는 창작 판소리로 긴 호흡으로 풀 수 있었고,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 받았어요.]

국악과 양악을 넘나들고 소리꾼에서 배우, 극작가로 수많은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자람.

6월에도 적벽가 완창에 나서며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을 이어가는 이자람은 젊은 소리꾼에서 시대의 소리꾼으로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YTN 박순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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