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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뉴스퀘어10] 한국 첫 노벨 문학상 '한강의 기적'...한국문학 새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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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나경철 앵커, 엄지민 앵커
■ 출연 : 정여울 문학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퀘어 10AM]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앞서 부친의 기자회견 함께하셨죠.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왔습니다. 그동안 세계 주요 문학상을 석권해온 한강 작가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한강 작가의 작품 세계와 노벨문학상 수상의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정여울 문학평론가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앞서서 저희가 생중계로 전해드렸습니다. 한강 작가의 부친, 한승원 작가도 기자회견을 통해서 어제 수상을 전혀 예상 못 했다, 당혹스러웠다 이런 소감을 밝히셨는데 평론가님은 예상하셨습니까?

[정여울]
저희 작가들과 평론가들은 보통 누가 노벨문학상을 받을지 예측하는 이야기들도 하는데요. 언젠가는 받을 것 같다. 그런데 몇 년 안에 받을 것 같은데 올해인지는 몰랐어요. 왜냐하면 노벨문학상이 주로 어느 정도 나이가 많이 든 작가들에게 주로 주어졌기 때문에 한강 작가는 아직 젊기 때문에 그래서 몇 년 기다리면 받지 예상을 했었는데, 저도 그렇게 예상을 했었는데 올해라서 더 기쁘고요. 그리고 주변에 저도 그렇고 울컥하고 눈물 흘리고 이러신 분들도 되게 많았어요.

그러니까 서점이 아니라 아예 집에 원래 한강 작가의 작품이 많이 있는 독자들도 되게 많거든요, 저도 그렇고요. 그래서 항상 내가 사랑하고 감동받았던 작가의 작품이 마침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것이 정말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쁘고 감동적이다, 그렇게 좋아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약간 이게 노벨문학상 자체가 아니라 우리의 인생에, 삶에 되게 위로가 되고 축복이 되고 정말 오랜만에 진짜 좋은 소식이 들려서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얻고 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소식이 아닐까 싶어요.

[앵커]
밤새 정말 들뜬 분위기, 흥분한 분위기가 많이 전해졌는데 한강 작가는 이미 소설 채식주의자 맨부커상 받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잖아요. 그런데 데뷔는 시로 했더라고요?

[정여울]
맞아요, 시인으로 먼저 등단하셨고 그리고 소설로도 그다음 해에 등단하시면서 시집도 있고요. 그런데 주로 소설을 훨씬 더 많이 쓰셨고요. 그래서 이 소설 작품들을 보면 초기 작품부터 트라우마와 싸우는 작품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상처와 싸우고 또 이 트라우마가 사실은 잘 안 없어지잖아요.

우리 삶에 역사적 5.18이나 4.3 같은 역사적 상처도 없어지지 않는 상처지만 개인에게 아픈 상처도 채식주의자를 통해서 잘 드러나는데 보통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트라우마를 이야기할 기회가 별로 없거든요. 그런데 문학작품 속에서는 나처럼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내 아픔이 비정상이 아니구나. 나처럼 똑같이 아픈 사람이 있다는 것에 독자들은 감동을 받고 나와 함께 뭔가 공감해 주고, 내 아픔을 진정으로 위로해 주고 치유를, 희망을 주는 그런 주인공들이 문학작품 속에 있을 때 우리는 더 감동을 받고 위로를 받게 되는데 그런 면에서 한강 작가님의 작품은 항상 노벨문학상 이전에도, 또 부커상 이전에도 항상 우리 곁에 있었는데 상을 받으니까 이제 사람들이 막 서점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니까 진작 좀 더 많이 달려가 주시지.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서 더 많은 분들이 문학작품을 사랑해 주고 문학작품이 항상 우리 곁에 원래 있었다는 것. 지금도 많은 작가들이 정말 인생을 걸고 소설을 쓰고 시를 쓰고 에세이를 쓰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저도 좀 뜨끔했던 그런 답변이었고요. 한강 작가가 이렇게 노벨문학상 수상을 하면서 한강 작가의 가족도 함께 조명이 되고 있습니다. 문인 가족으로 굉장히 유명한데, 조금 전에 저희가 부친의 기자회견을 생중계하기도 했는데 한강 작가의 가족들을 좀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정여울]
가족분들 제가 자세히 알지 못하는데 원래부터 문인 집안이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향으로 항상 책을 좋아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그래서 세 남매 모두가 문학과 관련된, 스토리텔링과 관련된 일을 하고 계세요. 그래서 오빠인 한동림 씨도 신춘문예 등단 작가이시고요. 책을 내신 적이 있고요. 동생인 강인 씨는 만화작가로도 활동하고 계세요. 그리고 아버지는 여러분들이 잘 알고 계시듯 부녀가 동반으로 이상문학상을 최초로 수상하신 사례가 되었죠. 그래서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항상 종이책을 곁에 두고 책과 함께 살아왔던 사람들이 사실은 많은데 그런 사람들이 지금은 예능 프로그램이나 이런 것들 보면 책 이야기가 거의 안 나오잖아요.

그래서 참 안타깝고, 책 프로그램들도 많이 폐지되고 그랬었는데 이렇게 항상 열심히 문학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 우리 주위에 있었고, 이런 사람들이 마침내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을 많은 어린이들에게 뭔가 희망과 용기를 주는, 어린이들이 책을 읽게 되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앵커]
말씀하신 대로 우리 문학계에 많은 활력을 불어넣은 것 같은데 사실 한강 작가가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하기 전에도 수상 이력이 굉장히 화려해요. 그동안 어떤 상 받았고 또 어떤 평가 받아왔습니까?

[정여울]
한국에서도 거의 안 받은 상이 없을 정도로 정말 많은 상을 받으셨고요. 그리고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서 굉장히 젊은 번역가가 채식주의자라는 소설을, 그것도 당시에는 한국어를 배운 지 거의 3년 정도밖에 안 됐을 때 정말 젊은 번역가가 파격적으로 번역가도 같이 상을 받게 돼서. 그래서 데버라 스미스와 함께 동반 수상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그때도 용기와 희망을 많이 얻으셨고. 또 그 이후에 메디치문학상도 굉장히 큰 상이에요.

그래서 메디치문학상, 또 기메문학상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유럽에서 이렇게 원래부터 한강 작가의 문학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던 이유 중의 하나가 역사와 인간이라는 주제, 역사 속의 인간이라는 주제, 그러니까 5.18이나 4.3 같은 경우에는 유럽이나 아시아에서도 각 나라마다 역사적 상처가 있는 나라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공감하기 좋은 인류의 보편적인 주제인 것 같아요.

그런데 특히 소년이 온다 같은 경우는 아직도 상처가 잘 없어지지 않은 정말 아직까지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있는 5.18 광주의 트라우마에 대해서 너무나 슬프고도 아름답게 소설적으로 형상화를 해 주셨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제가 고등학교에 가서도 한강 작가님 문학 강의를 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고등학생들이 소년이 온다를 그렇게 좋아하더라고요. 되게 저도 오히려 고등학생들한테 위로를 받았던, 우리 고등학생들이 책을 읽는구나. 그래서 되게 좋았고.

또 최근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 같은 경우는 4.3 사건을 다루고 있어요. 그래서 이런 것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것이 역사 속의 인간이 무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뭔가 권력이 있고 엘리트고 뭔가 힘이 있어서 역사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아주 평범한 자리에서, 아무 힘도 없는 중학생이 주인공이고 막 이렇잖아요.

그러니까 정말 내가 나에게 아무런 힘도 없는 것 같아도 우리는 평범한 자신의 자리에서 역사 속에서 뭔가 저항하는 인간, 희망을 이야기하는 인간, 뭔가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인간임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작가님의 작품 속에서 읽을 수 있어서 단지 문학이고 상을 받아서가 아니라 우리의 인생에 정말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됩니다.

[앵커]
역사와 인간이라는 한강 작가가 다루는 그 주제들을 좀 짚어주셨고. 한강 작가의 문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앞서 부친께서는 딸의 문장이 굉장히 섬세하고 아름답고 그러면서도 슬프다, 이렇게 표현을 해 주셨는데 평론가님은 어떻게 보세요?

[정여울]
작가님의 작품을 읽고 있으면 진짜 울었다는 분들이 되게 많으세요. 그 이유 중 하나가 자기가 특히 5.18에 대해서 잘 몰랐던,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 잘 몰랐던 분들은 소년이 온다를 읽고 이렇게까지 정말 가슴을 파고드는 이런 아픈 일이 우리 역사 속에서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을 정말 작품을 통해서 알게 되신 분들도 많거든요.

그런데 그 문체가 되게 시적이에요. 은유와 상징이 되게 많으면서도 그렇지만 막 어렵지만은 않아요. 굉장히 깊은 슬픔을 아주 아름다운 한글로.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릴 기회도 많이 되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그래서 요새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많이들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번 기회에 정말 많은 분들이 문학작품을 읽으면 문해력이 저절로 향상시되거든요.

그래서 작품을 사랑하는 눈이 생기고 우리는 뭔가를 사랑하게 되고 관심이 생기면 열심히 하게 되잖아요. 한강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게 되면 다른 작가의 작품도 사서 읽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소설을 좋아하고 정말 사람들이 오늘처럼 서점에 사람이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그 많은 분들이 책을 읽어주신다면 그 책이 정말 실용서들도 되게 많잖아요.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까, 이런 책들도 많은데, 그속에서 문학은 항상 위태로웠거든요. 그런데 정말 이렇게 문학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누구나 남녀노소가 찾게되는 그런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조금 더 타인의 아픔을 공감해 주고 나의 아픔도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앵커]
덕분에 서점이, 그리고 특히 문학 코너가 저렇게 북적이는 모습을 굉장히 오랜만에 봤어요. 한강 작가 작품들이 굉장히 많은데 한강 작가가 특별히 이거 먼저 읽었으면 좋겠다, 추천하는 책이 있더라고요.

[정여울]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최근의 책인데 2021년에 나온 작품인데 작가들은 보통 모든 작품을 다 애착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에 쓴 작품이 사랑받기를 바라거든요. 그러니까 가장 나중에 탈고 했으니까, 가장 최근에 열심히 고생한 흔적이 묻어있으니까요. 그리고 또 작별하지 않는다 같은 경우에는 4.3 사건이나 5.18 민주화운동이 계속 조명이 돼야 되거든요.

계속 피해자들의 유족들의 상처를 치유해 줘야 되고 또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고 많은 분들이 정말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그런 많은 축복을 받으셔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분들이 많으세요. 그래서 어떤 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이 작품을 통해서 5.18과 4.3이라는 이 역사적 사건이 계속 뉴스에 나오니까 좋다고. 그래서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잘 몰랐던 사람들도 계속 이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 이거 알아야 되겠구나, 문학을 통해서 우리가 이 역사적 트라우마에 대해서 배우고 이해하고 공감해야 되겠구나, 그리고 우리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너무 많잖아요. 그래서 그 문제들을 우리 집단의 트라우마를 함께 해결해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돼서 더 좋다는 생각도 드는 것 같아요.

[앵커]
한강 작가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먼저 읽으라고 추천을 해 주셨고 평론가님은 어떤 책을 추천하고 싶으세요?

[정여울]
저는 다 좋은데요. 다 좋은데 채식주의자가 아무래도 가장 박진감 넘치고 약간 스릴러 같은 느낌도 들고요. 환상 같은, 꿈과 현실을 오가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었고. 그리고 우리가 말하지 못하는 것이 뭔가 먹고 싶어도 주변 사람들이 다 자장면을 먹는다고 하는데 나 혼자 샐러드 먹고 싶다고 말하는 게 참 어려운 세상이잖아요.

특히 한국 사회는 눈치를 되게 많이 보는 사회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은 내가 채식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주변의 인간관계가 다 달라지거든요. 사실 무너지죠. 그런데 그 무너지는 속에서도 고수하거든요.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야기는 잘 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채식을 하겠다. 그리고 눈앞에서 자기가 사랑하는 개를 죽은 아버지에 대한 분노, 상처, 이것을 치유하지 못했던 그 마음이 여전히 그 소설 속의 주인공에 남아 있었다는 것. 그래서 이런 주제가 우리에게 굉장히 큰 시사점을 주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트라우마는 우리가 잘 보살피지 않으면 트라우마도 유전되고 전염되거든요. 그래서 옆의 사람에게도 그 트라우마가 영향을 줄 수 있고 어머니의 아픔은 딸에게 유전되고, 이런 식으로 계속 트라우마가 옆으로 번져나갈 수도 있어요. 그래서 우리의 상처를 치유하고 또 상처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저는 읽고 쓰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좋은 문학작품을 읽고 뭔가 특별하게 거창하게 안 해도 돼요. 읽고 낭독하고 요새 필사 모임도 되게 많더라고요. 그래서 낭독하고 필사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분들이 도움을 받으실 것 같고요. 이렇게 채식주의자를 읽고 나면 아마 한강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시고 싶으실 것 같아요. 그래서 초기작인 여수의 사랑이라는 작품도 되게 좋고요. 검은 사슴도 좋고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정말 한강 작가의 광팬이라고 고백하시면서 자신의 책을 쭉 이렇게 쌓아서 보여주시는, 인스타그램 같은 데서. 쌓아서 보여주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나 이렇게 다 읽었다고 자랑하시는 분들이. 이건 참 좋은 자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문학을 사랑하는 시간, 그리고 문학이 결코 실효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실용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우리 인생에서 내 상처를 돌아보고 타인의 아픔을 돌아보고 그리고 진정으로 우리가 서로를 붙들기 위해서. 저는 이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작품 속에서 친구를 구하기 위해서, 친구의 안부를 묻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거든요.

그래서 사랑하는 존재들은 결코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것 같아요. 죽더라도, 우리가 상실이 있더라도, 트라우마가 있더라도 우리가 한 번 사랑했던 존재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가 문학작품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앵커]
이런 활기, 이런 열풍이 조금 더 오래 지속되면 좋겠습니다.

[정여울]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사랑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앵커]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정여울 문학평론가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정여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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