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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중동질서 재편 나선 이스라엘…보복전쟁 딜레마에 속타는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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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 자제 땐 '저항의 축' 와해…대응 땐 경제·체제 붕괴 위험

하메네이 '답 없다' 현실 노출…전문가 "이란, 제대로 외통수 몰려"

연합뉴스

이스라엘에 살해당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이스라엘의 친이란 무장세력 토벌에 이란이 점점 곤궁한 처지에 몰리고 있다.

이스라엘의 과감한 군사 행동에 중동질서가 재편되는 조짐이지만 이란은 진퇴양난에 꺼내들 카드가 없어 속만 태우는 형국으로 관측된다.

30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이스라엘과 이란 대리세력의 분쟁은 이스라엘의 압도적 승리 행진으로 요약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를 1년 전쟁 끝에 빈사상태에 빠뜨렸다.

그러고는 하마스 지원을 명분으로 이스라엘 북부 접경지에서 도발을 이어온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최근 위기로 몰았다.

이스라엘은 이달 들어 헤즈볼라의 통신체계를 초토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미사일을 숨겨둔 레바논 전역의 무기고를 파괴하고 있다.

헤즈볼라 수뇌부를 제거할 목적으로 참수작전에 들어가 급기야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의 숨통까지 끊었다.

정보력과 첨단무기 과시는 무려 1천700㎞ 정도나 떨어진 예멘에 있는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를 폭격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을 결딴낼 수 있다는 군사적 우위를 짐짓 강조하는 행보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중동질서를 자국에 유리하게 재편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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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전을 통한 중동질서 재편을 노리는 것으로 의심받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EPA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나스랄라를 죽인 뒤 "지역 내 힘의 균형을 수년간 바꿀 수 있다"며 현재 국면을 기회로 평가했다.

이란은 수십년간 역내에 구축해온 군사 네트워크가 급속도로 약화하는 상황에서 상당한 혼란에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나스랄라 피살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이란 당국자들의 말을 전했다.

이란 지도부 내부에서는 그런 충격 속에 대이스라엘 보복을 둘러싼 격렬한 논쟁이 촉발된 것으로 전해진다.

강경파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전선을 이란으로까지 옮겨오기 전에 얼른 이스라엘을 타격해 억제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저항의 축' 구성원들이 당하는 굴욕을 구심점인 이란이 방치하면 네트워크 운용 동력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도 깔려있다.

그러나 온건파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내민 미끼를 물어 전쟁에 말려들면 안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여기엔 2년 전 반체제시위의 불씨가 완연한 형국에 서방의 제재로 고립된 경제가 전쟁으로 치명상을 입으면 체제 존립마저 위협받는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온건파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음모를 거론하며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취재진에는 "이스라엘이 무기를 내려놓으면 우리도 무기를 내려놓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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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에 빠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란의 최종결정권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이런 딜레마 속에서 해법을 결단할 수 없는 처지로 관측된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29일 성명을 통해 "저항군의 운전대를 잡고 이 지역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헤즈볼라일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정세 전문가들은 이란이 헤즈볼라에 대응을 떠맡긴 것으로 이를 해석하며 이란이 처한 궁지가 잘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새넘 배킬 중동국장은 NYT에 "이란이 이스라엘 때문에 지금 제대로 외통수에 몰렸다"고 진단했다.

배킬 국장은 "하메네이의 성명에서 이 순간의 심각성과 조심성이 드러난다"며 "하메네이로서는 지킬 수 없는 것을 아무것도 공언하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헤즈볼라에 비판적인 푸아드 시니오라 전 레바논 총리는 이란의 이중적 행태를 지적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이란의 '통합전선'이라는 개념은 일방통행을 뜻한다"며 "역내 동맹들은 이란 체제를 위해 아무 대가도 없이 피를 쏟는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란이 현시점에서 이스라엘에 군사적 대응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국제정치 전문가 발리 나스르는 WSJ에 "이란 정부 내 분위기는 내내 이스라엘의 미끼를 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나스르는 "(군사 대응이)지금 당장은 아닐 것"이라며 "이란은 이스라엘의 군사·정보 우위, 미국의 정치적 공백, 지중해에 배치된 미국 해군 때문에 이스라엘이 지금 전쟁을 하길 원한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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