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윤보리 앵커, 정진형 앵커
■ 출연 : 김민경 기상·재난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퀘어 8PM]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폭염을 멈춘 건 반가운 비가 아닌 '200년에 한 번 올 법한 기록적 폭우'였습니다.
폭우가 지나고, 이제야 진짜 가을이 시작된 것처럼 서늘한 바람과 청명한 하늘이 펼쳐졌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주말 폭우 상황과 가을 날씨 전망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김민경 기자 나와 있습니다.
200년에 한 번 내릴 법한 기록적인 호우였다고요?
[기자]
네, 정말 어마어마한 기록이었습니다.
그래픽 보실까요?
부산과 거제도 300mm 이상, 서산, 순천도 200mm 이상 등 곳곳에서 9월 일 강수량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강수 강도도 기록적이었는데요.
창원의 1시간 최다 강수량은 104.9mm로, 기상청에서 창원 호우를 두고 200년 만에 한 번 내릴 수준이라고 분석할 정도였습니다.
[앵커]
다시 장마철로 돌아간 듯한데요.
원인이 뭔가요?
[기자]
시간 순서대로 볼까요?
토요일 새벽 1시 레이더입니다.
비구름이 두 갈래로 나뉘어 있는 거 보이시나요?
내륙의 큰 비구름, 그리고 남해안에 또 다른 비구름이 있는데요.
중부지방의 거대한 비구름대는 북쪽의 찬 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강하게 충돌하면서 생긴 '정체전선'에 의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충남 서산의 시간당 강수량 99.1mm가 기록된 게 이 비구름 때문이고요.
경남 등 남해안의 비구름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유입된 수증기가 지형에 부딪히면서 형성된 건데요.
화면에는 조금밖에 보이지 않지만, 이 서해 남부 해상에 있는 열대저압부가 남해안을 향해 접근하면서 뜨거운 수증기가 더 많이 유입됐습니다.
여기 보이는 곳곳의 남색이 시간당 100mm의 폭우를 뿌리는 강한 비구름인데요.
이 영향으로 창원에 비공식적으로 109.5mm, 공식적으로도 104.9mm의 강수량이 기록된 겁니다.
[앵커]
오후에는 저 서해 남부 해상에 있는 열대저압부가 다가온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태풍이 약화한 열대저압부가 남해안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찬 공기가 더 강하게 내려오면서 정체전선도 서서히 남하해 합쳐진 겁니다.
말 그대로 '정체전선'과 '태풍'의 잘못된 만남이었습니다.
레이더 화면 보실까요?
토요일 오후 3시입니다.
내륙의 비구름대가 많이 내려가서 충청 이남에 위치한 가운데, 전남 서해안 부근 보이시나요?
14호 태풍 '풀라산'이 남긴 비구름입니다.
태풍이 약화했어도, 이 비구름은 여전히 중심 풍속이 초속 19m의 강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하기 때문에 절대 약한 게 아닙니다.
이 태풍이 남긴 비구름이 내륙에서 내려온 정체전선에 의한 비구름과 합쳐지면서 더욱 강력하게 발달한 겁니다.
정리해서 비구름의 이동을 보면, 정체전선 비구름이 점차 남하하고 태풍 비구름이 남해안으로 유입되면서 두 개가 합쳐져 남해안을 지났기 때문에 남부지방, 특히 전남과 경남을 중심으로 호우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앵커]
9월 하순에 시간당 100mm 이상의 극한 호우가 쏟아진 건 이례적인 것으로 볼 수 있는 건가요?
[기자]
네, 9월 하순에 이렇게 많은 폭우가 내린 건 이례적입니다.
우리나라는 보통 8월 말에서 9월 초에 장마철처럼 비가 많이 오는 시기가 찾아오는데요.
이걸 가을장마, 2차 장마, 2차 우기라고 부릅니다.
보통 여름철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해 우리나라를 뒤덮으면서 정체전선을 북한 지방 위로 밀어 올리게 됩니다.
이 때문에 정체전선도 북쪽으로 밀려 올라가게 되죠.
그러다 여름 끝 무렵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력이 약해지고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와 선선해지는 시기가 되면,
이 두 공기의 가장자리가 우리나라 내륙에 걸쳐지게 되면서 온도 차에 의한 정체전선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 시기가 가을을 앞둔 요즘 같은 시기이고, 마치 장마철처럼 비가 강하게 내려 2차 장마라는 말이 생긴 겁니다.
여기에 9월과 10월까지는 한반도로 태풍의 길이 열리는 시기로 호우와 함께 태풍 대비도 필요한 시기입니다.
1964년 9월 13일에는 서울에 시간당 116mm의 강수량이 기록됐고, 1927년에는 9월 11일에 제주도에도 1시간에 105mm의 폭우가 쏟아진 기록도 있는데 9월 초, 중순에 기록됐습니다
올해는 한반도에 더운 공기가 강하게 버티고 있어서 찬 공기가 내려오는 시점이 늦어지면서 9월 하순에 더 늦은 폭우가 쏟아지게 된 셈입니다.
[앵커]
조금 전에 가을장마라고 하셨는데, 장마치고는 비가 내린 기간이 조금 짧은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사실 가을장마는 공식 용어는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린 듯이 매년 초가을에 장마철 수준으로 비가 많이 내리고, 장마의 원인과 같은 정체전선에 의한 강수이기 때문에 언론에서 부르기 시작한 건데요.
하지만 여름철과는 북태평양고기압과 찬 공기와의 세력 싸움이 강하지 않아서 정체전선이 한반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지 않고 내려갔다가 다시 잠깐 올라왔다가 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2차, 3차, N차 장마라는 말도 나온 겁니다.
기상 전문가들 분석에 따르면 30일 이상의 여름 장마와는 다르게 가을장마는 보통 3일에서 7일가량으로 분석된다고 합니다.
[앵커]
그럼 이제 폭우 걱정은 덜어도 되는 건가요?
[기자]
네, 당분간은 맑은 가운데 낮 동안 곳곳에서 소나기만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변수는 10월 초인데요.
왼쪽이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한 수치 예측모델이 예측한 거고요. 오른쪽이 영국의 수치 예측모델입니다.
10월 2일 예상일기도인데, 태풍이 이렇게 대한해협으로 올라올 것으로 모의하고 있습니다.
아직 태풍이 발생하기도 전 단계이기 때문에 변동성은 무척 큽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태풍 '차바'가 9월 28일에 태풍으로 발달해 10월 5일쯤 부산을 지났는데요.
태화강이 범람하면서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준 사례가 있기 때문에 올해도 10월 초, 중순까지는 태풍 발생과 이동 경로에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네, 10월까지는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완연한 가을 하늘 같더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오늘 서울 하늘, 아침부터 구름 한 점 없이 파랬습니다.
내륙 곳곳에는 구름이 낀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지역에 파란 하늘이었는데요.
애국가에도 3절에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라는 가사가 있을 정도로 가을 하늘은 청명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하늘이 높은 건 아닙니다.
가을에는 북쪽에서 찬 공기가 밀려 내려오잖아요.
찬 공기는 여름의 따뜻한 공기보다 무거워서 밑으로 가라앉는데, 찬 공기가 무겁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대기 중에 부유물질들이 떠다닐 수가 없어서 맑고 청명합니다.
햇빛이 대기를 통과할 때 산란이 일어나는데요, 파란색 빛은 산란 되기 쉽습니다. 대기 중에 입자가 적을수록 빛의 산란이 줄어들어서 하늘이 더 파랗게 보이는 겁니다.
[앵커]
찬 공기가 내려오면 이제 더위는 진짜 끝난 건가요?
[기자]
오늘 아침 서울의 최저기온은 16.6도로 9월 들어 가장 낮았습니다.
한낮에도 전국에서 가장 높았던 곳이 제주도 고산으로 28.6도였고, 광주 26.5도, 서울은 26.1도 등 전국이 30도 아래에 머물렀습니다.
이번 주 내내 대체로 한낮에는 25도 안팎으로, 당분간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부 지역에서는 한낮에 30도 가까이 오르면서 다소 더운 곳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1개월 전망으로 볼 때 10월 상순까지는 예년보다 더운 날씨가 예고돼 아침, 저녁은 선선해도 한낮에는 다소 더운 느낌이 들면서 일교차 큰 날씨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 있습니다.
감기 걸리지 않도록 건강관리에 신경 써주셔야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기상학적 가을은 아직 아니라고요?
[기자]
기상학적으로 가을은 '일 평균 기온이 20도 아래로 내려간 뒤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인데요.
하루 평균기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졌어도, 다음 날 다시 20도를 넘어선다면 '기상학적'으로 가을이 시작됐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래픽 보실까요?
빨간 선이 최고기온, 초록 선이 평균기온, 파란 선이 최저기온인데요.
서울을 기준으로 지난 10일가량의 평균기온을 보면, 여전히 20도 이상 머물고 있다가 9월 22일에 폭우로 기온이 떨어지면서 20도에 살짝 못 미치다가 다시 올랐습니다.
완전한 가을이 시작됐다고 생각했지만, 아직까진 '기상학적'으론 여름인 이유입니다.
특히 당분간 기온만 봐도 남부 지방은 아직도 30도 가까이 기온이 오르는 곳도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가을이 점점 짧아지는 느낌인데요.
완연한 가을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가을 날씨가 찾아오면서 단풍 소식도 있던데 주말 이후 강원도에 첫 단풍이 시작될 것 같다고요?
[기자]
네, 첫 단풍은 산 정상에서부터 20%가량이 붉게 물들기 시작할 때를 말하는데요.
전국에서 가장 먼저 단풍을 볼 수 있는 곳은 설악산입니다.
설악산에서는 올해 예년보다 3일 늦은 다음 주 월요일, 30일쯤 첫 단풍이 붉게 물들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이후 중부를 시작으로 한라산은 10월 16일, 내장산은 10월 24일쯤에 단풍이 시작되겠습니다.
단풍의 절정은 첫 단풍이 이후 2주 정도 뒤로 설악산은 10월 하순부터 다른 지역에서는 10월 말부터 단풍이 절정기로 접어들 전망입니다.
그런데 작년 단풍 어땠는지 기억하시나요?
지난해는 도심 곳곳에서 단풍이 제대로 물들지 못한 채 버린 '초록 단풍'이 많았습니다.
단풍이 곱게 물들려면 보통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일교차가 커져야 하는데
여름 더위가 늦가을까지 이어지다가 갑자기 쌀쌀해지자 제대로 색을 내지 못하고 떨어져 버린 겁니다.
올가을도 기록적인 9월 폭염과 열대야가 나타난 가운데 지난 주말 가을 폭우까지 쏟아져서 단풍 색이 예년만큼 고울지는 미지수입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이 시기에 가장 위험한 것도 있다고요?
[기자]
네, 아침 안개입니다.
안개는 낮에 햇볕의 영향으로 기온이 올랐던 반면에 밤사이에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생기는데요.
공기가 수증기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은 온도가 높을수록 큽니다.
낮에는 기온이 올라서 수증기를 담는 그릇이 대야처럼 크지만, 밤에 기온이 떨어지면 밥그릇처럼 작아지게 되는 겁니다.
그만큼 공기 그릇이 수증기를 담지 못해서 대기 중에 물방울로 떠다니는 게 안개인데요.
아침에 안개가 자욱하게 끼면 가시거리가 짧아져서 교통사고 위험성이 매우 커집니다.
지난 2010년 서해안고속도로, 2015년 영동고속도로, 2018년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의 차량 수십 대 연쇄추돌 사고의 원인은 모두 '안개'였습니다.
안개가 짙게 끼면 속도를 줄이고, 충분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비상등을 켜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앵커]
지금까지 날씨 전망, 김민경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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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연 : 김민경 기상·재난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퀘어 8PM]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폭염을 멈춘 건 반가운 비가 아닌 '200년에 한 번 올 법한 기록적 폭우'였습니다.
폭우가 지나고, 이제야 진짜 가을이 시작된 것처럼 서늘한 바람과 청명한 하늘이 펼쳐졌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주말 폭우 상황과 가을 날씨 전망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김민경 기자 나와 있습니다.
먼저 주말 폭우 상황부터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200년에 한 번 내릴 법한 기록적인 호우였다고요?
[기자]
네, 정말 어마어마한 기록이었습니다.
그래픽 보실까요?
예년 장마철 전국 평균 강수량이 356.7mm인데요, 지난 토요일, 창원에는 무려 397.7mm나 쏟아졌습니다.
부산과 거제도 300mm 이상, 서산, 순천도 200mm 이상 등 곳곳에서 9월 일 강수량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강수 강도도 기록적이었는데요.
창원의 1시간 최다 강수량은 104.9mm로, 기상청에서 창원 호우를 두고 200년 만에 한 번 내릴 수준이라고 분석할 정도였습니다.
이 밖에도 진도에서 시간당 112.2mm, 해남과 서산에서도 시간당 100mm 안팎의 물 폭탄이 쏟아졌습니다.
[앵커]
다시 장마철로 돌아간 듯한데요.
원인이 뭔가요?
[기자]
시간 순서대로 볼까요?
화면 보겠습니다.
토요일 새벽 1시 레이더입니다.
비구름이 두 갈래로 나뉘어 있는 거 보이시나요?
내륙의 큰 비구름, 그리고 남해안에 또 다른 비구름이 있는데요.
중부지방의 거대한 비구름대는 북쪽의 찬 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강하게 충돌하면서 생긴 '정체전선'에 의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충남 서산의 시간당 강수량 99.1mm가 기록된 게 이 비구름 때문이고요.
경남 등 남해안의 비구름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유입된 수증기가 지형에 부딪히면서 형성된 건데요.
화면에는 조금밖에 보이지 않지만, 이 서해 남부 해상에 있는 열대저압부가 남해안을 향해 접근하면서 뜨거운 수증기가 더 많이 유입됐습니다.
여기 보이는 곳곳의 남색이 시간당 100mm의 폭우를 뿌리는 강한 비구름인데요.
이 영향으로 창원에 비공식적으로 109.5mm, 공식적으로도 104.9mm의 강수량이 기록된 겁니다.
[앵커]
오후에는 저 서해 남부 해상에 있는 열대저압부가 다가온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태풍이 약화한 열대저압부가 남해안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찬 공기가 더 강하게 내려오면서 정체전선도 서서히 남하해 합쳐진 겁니다.
말 그대로 '정체전선'과 '태풍'의 잘못된 만남이었습니다.
레이더 화면 보실까요?
토요일 오후 3시입니다.
내륙의 비구름대가 많이 내려가서 충청 이남에 위치한 가운데, 전남 서해안 부근 보이시나요?
14호 태풍 '풀라산'이 남긴 비구름입니다.
태풍이 약화했어도, 이 비구름은 여전히 중심 풍속이 초속 19m의 강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하기 때문에 절대 약한 게 아닙니다.
이 태풍이 남긴 비구름이 내륙에서 내려온 정체전선에 의한 비구름과 합쳐지면서 더욱 강력하게 발달한 겁니다.
정리해서 비구름의 이동을 보면, 정체전선 비구름이 점차 남하하고 태풍 비구름이 남해안으로 유입되면서 두 개가 합쳐져 남해안을 지났기 때문에 남부지방, 특히 전남과 경남을 중심으로 호우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앵커]
9월 하순에 시간당 100mm 이상의 극한 호우가 쏟아진 건 이례적인 것으로 볼 수 있는 건가요?
[기자]
네, 9월 하순에 이렇게 많은 폭우가 내린 건 이례적입니다.
우리나라는 보통 8월 말에서 9월 초에 장마철처럼 비가 많이 오는 시기가 찾아오는데요.
이걸 가을장마, 2차 장마, 2차 우기라고 부릅니다.
보통 여름철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해 우리나라를 뒤덮으면서 정체전선을 북한 지방 위로 밀어 올리게 됩니다.
이 때문에 정체전선도 북쪽으로 밀려 올라가게 되죠.
그러다 여름 끝 무렵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력이 약해지고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와 선선해지는 시기가 되면,
이 두 공기의 가장자리가 우리나라 내륙에 걸쳐지게 되면서 온도 차에 의한 정체전선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 시기가 가을을 앞둔 요즘 같은 시기이고, 마치 장마철처럼 비가 강하게 내려 2차 장마라는 말이 생긴 겁니다.
여기에 9월과 10월까지는 한반도로 태풍의 길이 열리는 시기로 호우와 함께 태풍 대비도 필요한 시기입니다.
1964년 9월 13일에는 서울에 시간당 116mm의 강수량이 기록됐고, 1927년에는 9월 11일에 제주도에도 1시간에 105mm의 폭우가 쏟아진 기록도 있는데 9월 초, 중순에 기록됐습니다
올해는 한반도에 더운 공기가 강하게 버티고 있어서 찬 공기가 내려오는 시점이 늦어지면서 9월 하순에 더 늦은 폭우가 쏟아지게 된 셈입니다.
[앵커]
조금 전에 가을장마라고 하셨는데, 장마치고는 비가 내린 기간이 조금 짧은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사실 가을장마는 공식 용어는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린 듯이 매년 초가을에 장마철 수준으로 비가 많이 내리고, 장마의 원인과 같은 정체전선에 의한 강수이기 때문에 언론에서 부르기 시작한 건데요.
하지만 여름철과는 북태평양고기압과 찬 공기와의 세력 싸움이 강하지 않아서 정체전선이 한반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지 않고 내려갔다가 다시 잠깐 올라왔다가 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2차, 3차, N차 장마라는 말도 나온 겁니다.
기상 전문가들 분석에 따르면 30일 이상의 여름 장마와는 다르게 가을장마는 보통 3일에서 7일가량으로 분석된다고 합니다.
[앵커]
그럼 이제 폭우 걱정은 덜어도 되는 건가요?
[기자]
네, 당분간은 맑은 가운데 낮 동안 곳곳에서 소나기만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변수는 10월 초인데요.
왼쪽이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한 수치 예측모델이 예측한 거고요. 오른쪽이 영국의 수치 예측모델입니다.
10월 2일 예상일기도인데, 태풍이 이렇게 대한해협으로 올라올 것으로 모의하고 있습니다.
아직 태풍이 발생하기도 전 단계이기 때문에 변동성은 무척 큽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태풍 '차바'가 9월 28일에 태풍으로 발달해 10월 5일쯤 부산을 지났는데요.
태화강이 범람하면서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준 사례가 있기 때문에 올해도 10월 초, 중순까지는 태풍 발생과 이동 경로에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네, 10월까지는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완연한 가을 하늘 같더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오늘 서울 하늘, 아침부터 구름 한 점 없이 파랬습니다.
내륙 곳곳에는 구름이 낀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지역에 파란 하늘이었는데요.
애국가에도 3절에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라는 가사가 있을 정도로 가을 하늘은 청명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하늘이 높은 건 아닙니다.
가을에는 북쪽에서 찬 공기가 밀려 내려오잖아요.
찬 공기는 여름의 따뜻한 공기보다 무거워서 밑으로 가라앉는데, 찬 공기가 무겁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대기 중에 부유물질들이 떠다닐 수가 없어서 맑고 청명합니다.
햇빛이 대기를 통과할 때 산란이 일어나는데요, 파란색 빛은 산란 되기 쉽습니다. 대기 중에 입자가 적을수록 빛의 산란이 줄어들어서 하늘이 더 파랗게 보이는 겁니다.
[앵커]
찬 공기가 내려오면 이제 더위는 진짜 끝난 건가요?
[기자]
오늘 아침 서울의 최저기온은 16.6도로 9월 들어 가장 낮았습니다.
한낮에도 전국에서 가장 높았던 곳이 제주도 고산으로 28.6도였고, 광주 26.5도, 서울은 26.1도 등 전국이 30도 아래에 머물렀습니다.
이번 주 내내 대체로 한낮에는 25도 안팎으로, 당분간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부 지역에서는 한낮에 30도 가까이 오르면서 다소 더운 곳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1개월 전망으로 볼 때 10월 상순까지는 예년보다 더운 날씨가 예고돼 아침, 저녁은 선선해도 한낮에는 다소 더운 느낌이 들면서 일교차 큰 날씨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 있습니다.
감기 걸리지 않도록 건강관리에 신경 써주셔야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기상학적 가을은 아직 아니라고요?
[기자]
기상학적으로 가을은 '일 평균 기온이 20도 아래로 내려간 뒤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인데요.
하루 평균기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졌어도, 다음 날 다시 20도를 넘어선다면 '기상학적'으로 가을이 시작됐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래픽 보실까요?
빨간 선이 최고기온, 초록 선이 평균기온, 파란 선이 최저기온인데요.
서울을 기준으로 지난 10일가량의 평균기온을 보면, 여전히 20도 이상 머물고 있다가 9월 22일에 폭우로 기온이 떨어지면서 20도에 살짝 못 미치다가 다시 올랐습니다.
완전한 가을이 시작됐다고 생각했지만, 아직까진 '기상학적'으론 여름인 이유입니다.
특히 당분간 기온만 봐도 남부 지방은 아직도 30도 가까이 기온이 오르는 곳도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가을이 점점 짧아지는 느낌인데요.
완연한 가을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가을 날씨가 찾아오면서 단풍 소식도 있던데 주말 이후 강원도에 첫 단풍이 시작될 것 같다고요?
[기자]
네, 첫 단풍은 산 정상에서부터 20%가량이 붉게 물들기 시작할 때를 말하는데요.
전국에서 가장 먼저 단풍을 볼 수 있는 곳은 설악산입니다.
설악산에서는 올해 예년보다 3일 늦은 다음 주 월요일, 30일쯤 첫 단풍이 붉게 물들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이후 중부를 시작으로 한라산은 10월 16일, 내장산은 10월 24일쯤에 단풍이 시작되겠습니다.
단풍의 절정은 첫 단풍이 이후 2주 정도 뒤로 설악산은 10월 하순부터 다른 지역에서는 10월 말부터 단풍이 절정기로 접어들 전망입니다.
그런데 작년 단풍 어땠는지 기억하시나요?
지난해는 도심 곳곳에서 단풍이 제대로 물들지 못한 채 버린 '초록 단풍'이 많았습니다.
단풍이 곱게 물들려면 보통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일교차가 커져야 하는데
여름 더위가 늦가을까지 이어지다가 갑자기 쌀쌀해지자 제대로 색을 내지 못하고 떨어져 버린 겁니다.
올가을도 기록적인 9월 폭염과 열대야가 나타난 가운데 지난 주말 가을 폭우까지 쏟아져서 단풍 색이 예년만큼 고울지는 미지수입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이 시기에 가장 위험한 것도 있다고요?
[기자]
네, 아침 안개입니다.
안개는 낮에 햇볕의 영향으로 기온이 올랐던 반면에 밤사이에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생기는데요.
공기가 수증기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은 온도가 높을수록 큽니다.
낮에는 기온이 올라서 수증기를 담는 그릇이 대야처럼 크지만, 밤에 기온이 떨어지면 밥그릇처럼 작아지게 되는 겁니다.
그만큼 공기 그릇이 수증기를 담지 못해서 대기 중에 물방울로 떠다니는 게 안개인데요.
아침에 안개가 자욱하게 끼면 가시거리가 짧아져서 교통사고 위험성이 매우 커집니다.
지난 2010년 서해안고속도로, 2015년 영동고속도로, 2018년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의 차량 수십 대 연쇄추돌 사고의 원인은 모두 '안개'였습니다.
안개가 짙게 끼면 속도를 줄이고, 충분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비상등을 켜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앵커]
지금까지 날씨 전망, 김민경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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