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2 (일)

[밀착카메라] 치우고 있는데 담배꽁초 '툭'…대체 왜? "한국이라서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앵커]

거리를 청소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쓰레기가 뭘까요. 담배 꽁초입니다. 아무 데나 툭 버려지는 담배꽁초가 하루에만 1200만 개가 넘습니다.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가 직접 거리를 청소하며 취재했습니다.

[기자]

저는 지금 서울 명동 거리에 나와 있습니다.

북적이는 인파 사이에서 눈에 띄는 건 이렇게 한 켠에 쌓여 있는 쓰레기들인데요.

버려진 담배꽁초부터 플라스틱 컵 그리고 이렇게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까지 정말 많습니다.

오늘은 제가 거리에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공무관이 되어서 이 거리를 한 번 돌아보겠습니다.

서울 명동 관광특구는 특히나 쓰레기 투기가 심각한 곳.

16명의 환경 공무관이 새벽 5시 반부터 밤 10시 반 까지 내내 치우지만, 말그대로 '돌아서면 그대로' 가 됩니다.

[김진욱/환경공무관 :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다시 갔다가 돌아오면 더러워져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아셨죠? {방금 치우고 나왔는데.} 처음에는 되게 '아…치웠는데 돌아서니까 그만이네 (했죠.)']

쓰레기 중 가장 많은 건 담배꽁촙니다.

[김진욱/환경공무관 : 그냥 이렇게 골목 같은 데는 그냥 다 담배꽁초라고 보시면 돼요.]

빗물 받이나 하수구, 바닥 곳곳에 끼어서 빼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김진욱/환경공무관 : (관할 지자체) 하수과에서 나중에 한 번씩 다 한 번씩 파줍니다.]

길거리에 꽁초를 '툭' 버리고 간 시민을 쫓아가 그 이유를 물었더니, 좀 황당한 답변을 합니다.

[꽁초 버린 시민 : 한국이라서요. 한국인들은 (바닥에) 다 버리니까…]

촬영 중 제 가까이서 담배를 피우던 외국인에게도 물었습니다.

[네덜란드 관광객 : {사실 여기서 담배피우면 안 돼요.} 어디서든 사람들이 담배 피우고 있어서 저도 그냥 똑같이 피우는 겁니다. 다들 땅에 꽁초를 버리는데 생각해보면 이상합니다.]

흡연자들이 지정된 곳에 제대로 버리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예전에는 '담배꽁초 전용 수거함'을 둔 적이 있습니다.

[김진욱/환경공무관 : 담배수거함 있죠. 이제 이런 데다가 설치를 옛날에는 했었어요. 근데 담배꽁초만 버리면 상관없는데… {거기도 또 다른 쓰레기를 버리는군요.}]

쓰레기통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에서 생활 쓰레기까지 갖고 나와 버리는 일부 '비양심' 시민이 문제입니다.

[김진욱/환경공무관 : 모르시는 분들은 '쓰레기통이 없으니까 이렇게 지저분한 거 아니냐' 하는데 쓰레기통을 놓으면 여기는 다 쓰레기장이 되기 때문에…]

환경공무관들이 꽁초를 치우는 와중에도 금연구역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거나, 쓰레기를 길에 버리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김진욱/환경공무관 : 치우고 있는데도 그냥 버리시는 분들도 많고…심한 말도 한 번 들어 봤죠. '내가 이거 버리니까 네가 쓸고 먹고사는 거 아니냐 (라고.)']

다음 날 새벽, 전날 청소했던 현장에 다시 가봤습니다.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도 있고요. 아니 분명히 어제 여기 다 치운 거리일 텐데…]

분명히 치웠는데, 새벽 사이 또 잔뜩 더러워지다 보니 환경공무관 입장에서는 '억울한 민원'도 들어온다고 합니다.

[김진욱/환경공무관 : 저희가 새벽에 깔끔하게 해놓으면 (금세 더러워지죠.) 가게 문 앞에만 좀 쓸어주시면 되는데 요즘은 다 구청으로 민원을 넣어요. 치워달라고…]

지금 시각 새벽 5시 다시 명동거리입니다.

곳곳이 쓰레기장 같은데요.

놀랍게도 이곳은 어제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환경공무관들이 치우고 또 치운 거리입니다.

밤사이 또 이렇게 누군가 쓰레기를 마구 버린 거죠.

지금은 가까스로 치우고 정리되고 있지만 '치우는 노력'보다 '마구 버리는 비양심'이 더 커지는 순간이 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올 겁니다.

[작가 강은혜 / VJ 박태용 / 영상자막 장재영 / 취재지원 황지원]

정희윤 기자 , 김영선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