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쥬스 비틀쥬스', '문경', '한국이 싫어서', '룩백', '코마다 위스키 패밀리'
"'비틀쥬스 비틀쥬스', 팀버튼 특유의 기묘한 세계관·캐릭터 눈길"
"'문경', 각기 다른 삶을 살던 네 여자의 뭉클한 상처 치유기"
"'한국이 싫어서', 한국 사회에 지쳐 떠난 주인공의 이야기"
"'룩백', 작화·내용·음악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어른에게도 추천"
"'코마다 위스키 패밀리', 위스키 강국 일본의 위스키 제조 과정과 가족의 이야기"
Q. 추석이 다다음주로 다가왔는데, 추석 때에도 극장가는 대목이죠?
현재 압도적인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는 일주일 뒤에 개봉하는 류승완 감독, 황정민·정해인 주연의 “베테랑2”입니다. 아직 언론 시사회가 열리지 않아서 저도 보지는 못했는데, 이 영화는 다음 씨네멘터리 시간에 소개해드리고요, 오늘 첫 번째 영화는 지금 열리고 있는 81회 베니스영화제의 개막작인 팀 버튼 감독의 “비틀쥬스 비틀쥬스”입니다.
Q. 이 영화의 전작인 “비틀쥬스”는 팀 버튼 감독의 출세작으로 유명한 영화죠? 우리나라에서도 개봉을 했었죠?
이 영화가 유명한 영화이고 저도 본 기억이 있어서 당연히 한국에서 개봉을 했겠거니 생각을 했는데, 사실 이 영화는 한국에서 개봉한 적이 없습니다. “비틀쥬스”는 1988년 영화인데,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에 비디오로만 출시가 됐었고 제목도 “비틀쥬스”가 아니라 “유령수업”이었습니다.
어쨌든 이 영화로 팀 버튼은 일약 스타 감독이 됐고, “비틀쥬스”의 주연이었던 마이클 키튼과 위노나 라이더는 역시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과 “가위손”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스타 배우로 발돋움합니다. 80년대 후반 할리우드에서 아주 독특한 색깔을 자랑하는 영화 중의 하나입니다. 이번에 이 영화의 속편이 무려 36년 만에 개봉을 했습니다.
Q. 제목인 “비틀쥬스”는 유령의 이름이죠?
그렇습니다. 비틀 쥬스는 유령들이 살던 집에 들어온 산 사람들을 쫓아내는 일종의 인간 퇴치사 유령인데요, 팀 버튼 세계관에서 이 유령은 공포스럽다기 보다는 짓궂은 떠벌이 스타일의 유령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코믹 판타지 호러 장르의 영화이고, “예술가라면 사물을 새롭고, 기이한 시선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팀 버튼 장르의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1편에서는 비틀 쥬스가 유령의 집에 이사 온 한 가족을 내쫓으려다 결국 실패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2편은 이런 1편의 세계관을 고스란히 물려받고 주연들도 그대로 나옵니다. 다만 주연 배우들이 나이들이 많이 들었죠. 비틀 쥬스 역의 마이클 키튼은 분장을 세게 해서 잘 드러나지 않는데, 1편 때 10대 후반의 딸 역할을 맡았던 위노나 라이더가 “비틀쥬스 비틀쥬스”에서는 50대라는 나이에 걸맞게 엄마 역으로 나왔습니다.
1편에서부터 유령과 대화하는 능력이 있던 위노나 라이더는 자신의 딸 아스트리드가 우연히 만난 남친 유령의 꾐에 빠져 저세상에 발을 딛게 되자 딸을 구하기 위해 1편에서부터 자신을 쫓아다닌 비틀 쥬스를 불러냅니다. ‘비틀 쥬스’를 세 번 외치면 비틀 쥬스가 나타나는 식이죠. 비틀 쥬스는 아직도 옛사랑 위노나 라이더를 잊지 못했는지 남편과 사별한 위노나 라이더에게 자신과 결혼을 하면 딸을 구해주겠다고 하고 위노나 라이더를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세상과 저세상을 오가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집니다.
Q. 1편은 한국에서도 꽤 많이 알려졌는데, 2편도 1편만큼 재미가 있습니까?
전반부는 다소 밋밋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팀 버튼 특유의 기기묘묘한 캐릭터들이 난장을 피우면서 흥미로웠습니다. 또 이 영화에는 모니카 벨루치, 윌렘 대포 등 명배우들도 새롭게 등장을 하거든요. 이 베테랑 배우들이 팀 버튼의 세계를 만나 펼치는 연기에도 눈길이 갔습니다. 팀 버튼 감독도 어느덧 60대 후반에 접어들고 있는데요, 여전히 악동같은 그의 영화 세계는 나이를 먹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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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음 영화로 가시죠. “문경”, “비틀 쥬스”와는 정반대 분위기의 영화라구요?
네. “비틀 쥬스”가 한바탕 떠들썩한 소동극이라면 “문경”은 조용한 힐링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의 친구 그의 아내”, “반두비”같은 작품으로 독립영화계에서 꾸준히 활약해온 신동일 감독의 신작인데요, 사회성 짙은 전작들과는 사뭇 다른 고즈넉한 분위기의 영화가 나왔습니다.
Q. 이 영화의 제목인 ‘문경’은 지명인가요, 사람인가요?
둘 다 입니다. 이 영화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번아웃된 문경이 경북 문경에 내려가서 2박3일 동안 겪는 일을 그린 영화입니다.
류아벨 배우가 연기하는 문경은 자신이 아끼는 후배 초월이 열심히 노력하고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전환이 어렵게 되자 휴가를 내고 초월의 고향인 문경으로 떠납니다. 거기서 첫 만행에 나선 비구니 가은과 집 나온 강아지 길순을 만나고 가은과 함께 길순의 주인을 찾아나서다가 집개를 잃어버린 유랑 할매를 만나 그의 집에 머물게 됩니다. 할매의 집에는 학교 생활에서 큰 마음의 상처를 입은 손녀가 내려와 골방에 틀어박혀 살고 있는데, 이 네 명의 여자들이 각자의 삶에서 겪고 있는 마음의 상처를 서로 간의 대화와 말없는 행동을 통해서 보듬는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Q. 문경 하면 보통 문경새재로 잘 알려져있는데, 이 영화가 힐링 영화라고 하니 어떤 명소들이 나오는지도 궁금하네요, 그리고 왜 하필 문경인지도 궁금하구요.
이 영화에 시사회에 가고 싶어진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주인공인 문경이 고모산성을 걷는 장면이었습니다. 신라 시대 석성인 고모산성, 선유동 계곡, 주암정 등 문경의 명소들이 영화 곳곳에 나와서 볼거리를 만들어줍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문경이 된 건 감독의 아버지 고향이기 때문인데요, 신 감독의 아버지가 문경에서 영화를 찍으라고 아들에게 얘기를 했지만 침묵하던 아들은 수년 전에 문경에 와보고 결국 이곳에서 영화를 찍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이 영화에는 또 베테랑 성우 최수민 씨가 할매 역을 맡았는데요, 최씨는 배우 차태현 씨의 어머니로 이 영화가 데뷔작인데 오히려 더 현실적인 촌로처럼 괜찮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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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음 영화로 가보시죠. “한국이 싫어서”. 제목이 도발적이예요. 같은 제목의 원작 소설이 있죠?
네, 기자 출신의 장강명 작가가 9년 전에 펴낸 소설 “한국이 싫어서”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구요, 한국독립영화계의 베테랑 감독 가운데 한 명인 장건재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Q. 어떤 내용입니까?
인천에 살면서 있는 서울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주인공 계나는 긴 출퇴근에 지치고, 원칙대로 하지 않는 상사에 질리고, 재개발을 기다리는 낡고 추운 집에 오들오들 떨며 사는 것도 지겹습니다. 기자 시험을 준비하는 다정한 남친이 있지만 한국 사회의 기존 가치관에서 한치도 어긋남이 없이 살아가는 것도 답답합니다.
계나는 결심합니다. 이렇게 살 순 없다고, 한국을 떠나겠다고. 워킹 홀리데이 프로그램으로 뉴질랜드로 떠난 계나는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현지 생활에 적응해가지만 인종 차별 등 그곳 생활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학 동기의 죽음에 잠시 귀국했던 계나는 다시 짐을 꾸려 한국을 떠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한때 ‘헬조선’이라는 말이 크게 유행했잖습니까. 지금은 “한국이 싫어서”라는 책이 나올 당시와 시차가 있어서 조금 상황이 바뀐 것도 같은데요, 감독은 원작과 10년 가까운 시차의 간극도 영화에 반영했다고 하는데, 그건 관객들이 보고 판단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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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박스오피스 톱텐에 올라있는 애니메이션 두 편 소개해주시겠다고요?
네 두 편 다 일본 애니메이션인데요, 먼저 “룩백”이라는 영화입니다. 메인 포스터 먼저 보실까요?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저는 이 포스터에 끌려서 이 영화를 보게 됐습니다. 포스터에 나오는 소녀들의 머리카락을 보면 다른 만화의 작화와는 조금 다른 걸 느낄 수 있는데요,
오시야마 기요타카 감독이 AI가 아닌 사람이 그리는 그림의 매력을 제대로 살려 보여주고 싶다면서 원본 이미지의 불필요한 선을 지워내지 않고 그대로 살려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림 자체의 매력이 살아있습니다.
Q. 이 영화는 지난 6월에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2주간 1위를 기록했다면서요? 제목도 그렇고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룩백’이란 제목에서 ‘백’은 등을 가리키기도 하고 만화의 ‘배경’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동급생인 후지노와 쿄모토는 만화 그리는데 진심인 친구들입니다. 후지노가 활달한 반면 쿄모토는 학교에도 오지 않고 방구석에 틀어박혀 그림만 그리는 외톨이입니다.
서로 몰랐던 두 사람은 교지에 네 컷짜리 만화를 그린 인연으로 졸업하면서야 서로 알게 됐는데요, 서로에 대해 대단한 실력자라고 생각하고 있던 두 사람은 서로의 등을 보면서 만화를 그려 출판까지 하게 되는데, 어느 날 코모토가 미대에 가서 제대로 그림을 배우고 싶다고 하면서 둘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쿄모토에게는 날벼락같은 사건마저 닥치게 됩니다.
‘어린애들 얘기잖아?’하고 생각하면서 흥미를 안가지실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이 영화는 결국 일과 재능과 창작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서 어른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특히 제작진의 면면이 탄탄한데요, 원작자인 후지모토 타츠키는 글로벌 히트작인 “체인소 맨”으로 일본의 차세대 천재 만화가로 떠오른 사람이고요, 감독인 오시야마 기요타카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와 “바람이 분다”의 원화를 그리고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작화를 담당했던 실력있는 애니메이터입니다. 작화와 내용, 그리고 나카무라 하루카의 음악까지,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입니다.
Q. 자, 마지막 영화는 술과 관련된 영화군요.
그렇습니다. 편 앵커는 어떤 주종을 가장 좋아하십니까? (앵커 답변)
요즘엔 트렌드 자체가 트렌드라서 뭐가 트렌드라고 말하는 게 좀 부질없이 느껴질 때가 있긴 한데요, 최근 술 트렌드 중 하나는 위스키입니다. 와인이 한창 인기를 끌었다가 그 트렌드가 위스키로 넘어왔다는 뉴스도 접하곤 하는데요, 지금 소개해드릴 영화 “코마다 위스키 패밀리”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바로 위스키를 만드는 집안 이야기입니다.
Q. 일본도 위스키 강국이잖아요.
위스키를 만든 지 100년이 넘은 나라구요, 스코틀랜드의 스카치 위스키와 미국의 버번 위스키처럼 일본 위스키도 하나의 특색있는 위스키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야마자키, 히비키 등이 대중적으로 알려져있지요.
이 영화는 할아버지 대부터 가업으로 위스키를 만들어온 중소규모 증류소인 코마다 증류소의 손녀가 아버지의 죽음과 경영난으로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위스키 브랜드 코마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입니다.
위스키 원주가 왜 중요하고 증류소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최상의 맛을 뽑아내기 위한 블렌딩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 위스키 제조 과정을 한 가족의 집안 사정과 엮어서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냈습니다.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안시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장편 콩트르샹 경쟁 부문 진출작입니다.
(※ 기사와 라이브 방송 내용은 100%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편상욱 앵커
■ 대담 : 이주형 SBS 논설위원
(SBS 디지털뉴스편집부)
이주형 논설위원 jool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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