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금요일 '뉴스 속 경제' 시간입니다.
이달 초 인천의 한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 이후 전기차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정부, 제조사 모두 대응에 나선 전기차 안전 이슈, 이성일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화재가 보름이 지났네요.
◀ 기자 ▶
◀ 앵커 ▶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라, 이렇게 자동차 회사에 권고를 했잖아요.
◀ 기자 ▶
정부는 대신 전기차에 탑재한 배터리를 어떤 회사가 만들었는지, 전기차 만든 회사가 밝히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말 그대로 강제가 아니고 '권고'라서, 따르지 않아도 불이익을 줄 수 없지만, 국내외 제조사 대부분이 정부 발표를 전후해 공개에 나섰습니다.
현대·기아차가 정부 발표 이전인 지난 10일, 선제적으로 차종별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자, 수입차 시장 1, 2위 업체인 BMW·벤츠가 뒤따랐습니다.
공개된 내용 보면, 대부분이 우리 회사들이 만든 2차 전지 제품을 쓰고 있었지만, 화재 사고가 난 벤츠 전기차는 중국 제품을 쓴 것이 눈에 띕니다.
이와 별도로 현대·기아차, 그리고 인천 주차장 사고 차량을 만든 벤츠는 판매한 전기차 전부를 대상으로 안전 점검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 앵커 ▶
◀ 기자 ▶
전에 없던 일이죠.
◀ 앵커 ▶
좀 심각하게 보고 있는 모양이에요?
◀ 기자 ▶
중고차 시장에 전기차 매물을 내놓는 소비자가 늘었지만 찾는 사람들은 없다더라, 또 안전을 이유로 전기차의 주차나 지하주차장 진입을 막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거든요. 얼마나 오래갈진 모르겠지만요.
주거지에서 일어난 사고, 피해가 컸던 만큼, 전기차 자체에 대한 공포감으로까지 번졌음을 알 수 있는 반응입니다.
제조사 대응이 빨랐던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전기차 판매 초기, 내연기관차와는 다른 유형의 사고가 나고, 불붙은 배터리를 진화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알려져도, 전기차 판매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친환경 차량 수요가 상당 부분 옮겨가고 전기차 판매가 주춤해진 상황이라 전기차 제조사들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주요 전기차 판매사 가운데 예외가 있다면 시장 1위 테슬라입니다.
테슬라 차종의 상당수 모델이 중국산 배터리를 쓰고, 일부 모델은 중국에서 차체 조립까지 한 제품을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데도, 정부 권고 이후에 배터리 정보 공개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배터리 이상 증상을 감지하면 긴급출동 서비스로 지원할 것"이다, 이런 공지를 사용자에게 보내는 것 외에는 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 앵커 ▶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한다고 해서 사실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요?
◀ 기자 ▶
다소 앞선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소비자들이 공포감을 극복할 대책들이 나온다면, 앞으로 시장에서는 더 안전한 배터리를 만드는 2차 전지, 이를 쓰는 제조사가 유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마치 기술력 좋았던 인텔이 만든 프로세서를 쓴 고급 컴퓨터라는 뜻으로 '인텔 인사이드'라는 말을 마케팅 차원에서 쓰던 시절처럼, 안전한 배터리를 썼느냐를 따지는 전기차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전기차에 배터리를 탑재하는 과정을 보면, 배터리의 가장 작은 단위인 셀, 이를 모은 모듈 단위는 배터리 회사가 만들지만, 한 덩어리가 된 팩, 제어·충전 과정에서 배터리를 조정하는 소프트웨어는 자동차 회사가 담당합니다.
사고 차량도 중국회사가 만든 배터리를, 벤츠와 그 자회사가 운영·제어할 수 있는 부품으로 만들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화재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결함이 있었는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는 것만으로 사고를 완전히 예방했다고 말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 앵커 ▶
정부도 이것 말고 다른 대책들을 준비하고 있다면서요?
◀ 기자 ▶
그렇습니다. 크게 보면 두 가지인데요.
충분히 충전한 배터리에 충전을 계속하면 과열로 화재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과충전 방지를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이 첫 번째고요.
주거지 지하에서 화재가 나 피해가 커진 이번 사고를 교훈 삼아서, 전기차 충전·주차 장소를 지상으로 옮기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방안을 도입하더라도, 비용도 비용이고, 전기차 사용자들이 감수해야 할 불편이 뒤따르게 됩니다.
제조사가 어느 정도로 안전성을 책임지고·비용 부담을 해야 할지, 소비자는 얼마만큼 불편을 감당해야 할지, 정부가 준비할 대책에서 반드시 따져봐야 할 대목입니다.
◀ 앵커 ▶
네. 이성일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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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일 기자(silee@mbc.co.kr)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 금지
금요일 '뉴스 속 경제' 시간입니다.
이달 초 인천의 한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 이후 전기차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정부, 제조사 모두 대응에 나선 전기차 안전 이슈, 이성일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화재가 보름이 지났네요.
◀ 기자 ▶
그렇습니다.
◀ 앵커 ▶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라, 이렇게 자동차 회사에 권고를 했잖아요.
◀ 기자 ▶
관련 부처가 연일 모여 대책을 논의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대신 전기차에 탑재한 배터리를 어떤 회사가 만들었는지, 전기차 만든 회사가 밝히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말 그대로 강제가 아니고 '권고'라서, 따르지 않아도 불이익을 줄 수 없지만, 국내외 제조사 대부분이 정부 발표를 전후해 공개에 나섰습니다.
현대·기아차가 정부 발표 이전인 지난 10일, 선제적으로 차종별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자, 수입차 시장 1, 2위 업체인 BMW·벤츠가 뒤따랐습니다.
결국 머뭇거리던 다른 수입사들도 공개에 나서게 됐습니다.
공개된 내용 보면, 대부분이 우리 회사들이 만든 2차 전지 제품을 쓰고 있었지만, 화재 사고가 난 벤츠 전기차는 중국 제품을 쓴 것이 눈에 띕니다.
이와 별도로 현대·기아차, 그리고 인천 주차장 사고 차량을 만든 벤츠는 판매한 전기차 전부를 대상으로 안전 점검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어떤 권고에 대해서 수입차 업체들이 어떻게 빨리 대응하는 모습을 본 적이 저는 없는 것 같습니다.
◀ 기자 ▶
전에 없던 일이죠.
◀ 앵커 ▶
좀 심각하게 보고 있는 모양이에요?
◀ 기자 ▶
중고차 시장에 전기차 매물을 내놓는 소비자가 늘었지만 찾는 사람들은 없다더라, 또 안전을 이유로 전기차의 주차나 지하주차장 진입을 막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거든요. 얼마나 오래갈진 모르겠지만요.
주거지에서 일어난 사고, 피해가 컸던 만큼, 전기차 자체에 대한 공포감으로까지 번졌음을 알 수 있는 반응입니다.
제조사 대응이 빨랐던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전기차 판매 초기, 내연기관차와는 다른 유형의 사고가 나고, 불붙은 배터리를 진화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알려져도, 전기차 판매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친환경 차량 수요가 상당 부분 옮겨가고 전기차 판매가 주춤해진 상황이라 전기차 제조사들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주요 전기차 판매사 가운데 예외가 있다면 시장 1위 테슬라입니다.
테슬라 차종의 상당수 모델이 중국산 배터리를 쓰고, 일부 모델은 중국에서 차체 조립까지 한 제품을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데도, 정부 권고 이후에 배터리 정보 공개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배터리 이상 증상을 감지하면 긴급출동 서비스로 지원할 것"이다, 이런 공지를 사용자에게 보내는 것 외에는 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 앵커 ▶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한다고 해서 사실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요?
◀ 기자 ▶
다소 앞선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소비자들이 공포감을 극복할 대책들이 나온다면, 앞으로 시장에서는 더 안전한 배터리를 만드는 2차 전지, 이를 쓰는 제조사가 유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마치 기술력 좋았던 인텔이 만든 프로세서를 쓴 고급 컴퓨터라는 뜻으로 '인텔 인사이드'라는 말을 마케팅 차원에서 쓰던 시절처럼, 안전한 배터리를 썼느냐를 따지는 전기차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전기차에 배터리를 탑재하는 과정을 보면, 배터리의 가장 작은 단위인 셀, 이를 모은 모듈 단위는 배터리 회사가 만들지만, 한 덩어리가 된 팩, 제어·충전 과정에서 배터리를 조정하는 소프트웨어는 자동차 회사가 담당합니다.
사고 차량도 중국회사가 만든 배터리를, 벤츠와 그 자회사가 운영·제어할 수 있는 부품으로 만들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화재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결함이 있었는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는 것만으로 사고를 완전히 예방했다고 말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 앵커 ▶
정부도 이것 말고 다른 대책들을 준비하고 있다면서요?
◀ 기자 ▶
그렇습니다. 크게 보면 두 가지인데요.
충분히 충전한 배터리에 충전을 계속하면 과열로 화재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과충전 방지를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이 첫 번째고요.
주거지 지하에서 화재가 나 피해가 커진 이번 사고를 교훈 삼아서, 전기차 충전·주차 장소를 지상으로 옮기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방안을 도입하더라도, 비용도 비용이고, 전기차 사용자들이 감수해야 할 불편이 뒤따르게 됩니다.
제조사가 어느 정도로 안전성을 책임지고·비용 부담을 해야 할지, 소비자는 얼마만큼 불편을 감당해야 할지, 정부가 준비할 대책에서 반드시 따져봐야 할 대목입니다.
◀ 앵커 ▶
네. 이성일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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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일 기자(silee@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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