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1915.4m) 천왕봉 바로 아래, 높이만 7m인 커다란 바위에 오른 작업자가 3D 스캐너로 이곳저곳을 살핍니다.
종이를 붙이고 두드려 무언가 본을 뜨기도 합니다.
폭 4.2m, 높이 1.9m 크기로 총 25행, 390개가 넘는 글자가 빼곡히 새겨져 있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인 1924년, 문인 묵희(墨熙, 1875~1942)가 지은 글로 확인됐는데 당시 석공들이 줄을 타고 내려가 바위에 직접 새긴 걸로 추정됩니다.
세월에 마모된 이 글자들, 판독해보니 이런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울분과 원통함을 금치 못하고서…이 남악(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기 울분과 새 세상이 오길 바라는 갈망이 담겨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지리산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권상순 의병장 후손이 2021년 바위 글씨 가운데 일부를 발견해 국립공원공단이 조사한 결과물입니다.
강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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