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형호 씨, 15년간 소아암 환자 위해 몰래 기부
[앵커]
오늘(10일) 부글터뷰는 60대 일용직 전기공 국형호 씨 이야기입니다. 3년 전 남양주의 한 호텔 공사 현장에서 안전 장비조차 없이 홀로 일하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재판 끝에 업체 관계자들이 안전 관리 감독을 제대로 안 했다는 결론이 나왔는데요.
이상엽 기자가 유족을 만나봤습니다.
[기자]
[김명자/고 국형호 씨 아내]
"(중환자실에) 들어가서 깨어날까 싶어 팔 주무르고 다리 주무르고"
원청과 하청 '안전 책임자들'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선고
공사 중 지하 기계실에서
한 여성의 남편이자 두 아들의 아버지로 살아왔습니다.
전기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갔습니다.
30년 차 베테랑 전기공 국형호 씨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 달은 텅 비었습니다.
[김명자/고 국형호 씨 아내]
"울며불며 (중환자실에) 들어가니까 정말로 막 줄줄이 그냥 수십 개 걸어놓고 있는데 아무것도 미동도 없었고"
일용직 하청 근로자로 일당 20만원을 받았습니다.
지하 기계실에서 배선 통로를 만드는 작업을 맡았습니다.
4m 높이 벽면에 설치해야 하는데 국씨가 밟고 있던 이동식 비계(임시 발판)가 뒤로 밀렸습니다.
국씨는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김명자/고 국형호 씨 아내]
"일어나서 집에 가자고 그랬더니 이렇게 눈물을 흘리시더라고"
검찰은 원청과 하청업체 관계자 2명을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습니다.
안전 책임자들이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JTBC는 재해조사 의견서를 확보해 살펴봤습니다.
이동식 비계에 바퀴 브레이크는 설치됐지만 실제로 쓰지는 않았다고 적혔습니다.
누구든지 비계를 밟고 올라서면 추락 위험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럼에도 업체 측은 당시 2인 1조였는데 보조자가 자리를 비웠고, 그때 국씨가 안전모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사망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모든 근로자에게 안전모를 지급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국씨의 보조자는 경찰 조사에서 "안전모를 쓰지 않았고 받지도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현장에서 안전교육을 받은 사실도, 작업 중 안전 감독이나 점검도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법원은 원청과 하청업체에 벌금 500만원을, 안전 총괄책임자와 현장소장에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도 이동식 비계 바퀴를 고정하지 않은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안전모 지급과 착용 여부를 관리 감독하지 않은 책임도 물었습니다.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선 업체들이 유족에게 8천 8백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김명자/고 국형호 씨 아내]
"집과 직장밖에 몰랐어요. 이 집을 늦게 장만했어요 사실은. 딱 2년 살다 가셨어요. 정말로 힘들게 반지하 방에서 살다가"
최근 유족은 유품에서 오래된 통장을 찾았습니다.
소아암을 앓는 아이들이 아프지 않길 바라는 소원이 담겼습니다.
[김명자/고 국형호 씨 아내]
"15년 전부터 어린이 소아암 같은 데 저 몰래 액수는 크지 않지만 기부를 하고 있었어요. 어린 생명들이 생명을 잃어가는 게 너무 마음 아프다고"
유족도 소원을 빌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에도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김명자/고 국형호 씨 아내]
"원청이든 하청이든 사업자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조심하고 안전하게 한다고 해도 사고가 일어나는 세상인데…"
원청업체 대표는 JTBC에 "유족에게 씻을 수 없는 슬픔을 드렸다"며 "재판 결과를 인정하고 반드시 배상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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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0일) 부글터뷰는 60대 일용직 전기공 국형호 씨 이야기입니다. 3년 전 남양주의 한 호텔 공사 현장에서 안전 장비조차 없이 홀로 일하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재판 끝에 업체 관계자들이 안전 관리 감독을 제대로 안 했다는 결론이 나왔는데요.
이상엽 기자가 유족을 만나봤습니다.
[기자]
[김명자/고 국형호 씨 아내]
"(중환자실에) 들어가서 깨어날까 싶어 팔 주무르고 다리 주무르고"
호텔 완공 이후
원청과 하청 '안전 책임자들'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선고
공사 중 지하 기계실에서
홀로 숨진 '일용직 전기공' 있었다
한 여성의 남편이자 두 아들의 아버지로 살아왔습니다.
전기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갔습니다.
30년 차 베테랑 전기공 국형호 씨입니다.
2021년 4월까지 빼곡했던 국씨의 수첩.
그런데 그 다음 달은 텅 비었습니다.
[김명자/고 국형호 씨 아내]
"울며불며 (중환자실에) 들어가니까 정말로 막 줄줄이 그냥 수십 개 걸어놓고 있는데 아무것도 미동도 없었고"
2021년 5월 3일 국씨는 경기 남양주의 한 호텔 공사 현장에 있었습니다.
일용직 하청 근로자로 일당 20만원을 받았습니다.
지하 기계실에서 배선 통로를 만드는 작업을 맡았습니다.
4m 높이 벽면에 설치해야 하는데 국씨가 밟고 있던 이동식 비계(임시 발판)가 뒤로 밀렸습니다.
국씨는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김명자/고 국형호 씨 아내]
"일어나서 집에 가자고 그랬더니 이렇게 눈물을 흘리시더라고"
검찰은 원청과 하청업체 관계자 2명을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습니다.
안전 책임자들이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JTBC는 재해조사 의견서를 확보해 살펴봤습니다.
이동식 비계에 바퀴 브레이크는 설치됐지만 실제로 쓰지는 않았다고 적혔습니다.
누구든지 비계를 밟고 올라서면 추락 위험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럼에도 업체 측은 당시 2인 1조였는데 보조자가 자리를 비웠고, 그때 국씨가 안전모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사망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모든 근로자에게 안전모를 지급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국씨의 보조자는 경찰 조사에서 "안전모를 쓰지 않았고 받지도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현장에서 안전교육을 받은 사실도, 작업 중 안전 감독이나 점검도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법원은 원청과 하청업체에 벌금 500만원을, 안전 총괄책임자와 현장소장에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도 이동식 비계 바퀴를 고정하지 않은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안전모 지급과 착용 여부를 관리 감독하지 않은 책임도 물었습니다.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선 업체들이 유족에게 8천 8백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김명자/고 국형호 씨 아내]
"집과 직장밖에 몰랐어요. 이 집을 늦게 장만했어요 사실은. 딱 2년 살다 가셨어요. 정말로 힘들게 반지하 방에서 살다가"
최근 유족은 유품에서 오래된 통장을 찾았습니다.
소아암을 앓는 아이들이 아프지 않길 바라는 소원이 담겼습니다.
[김명자/고 국형호 씨 아내]
"15년 전부터 어린이 소아암 같은 데 저 몰래 액수는 크지 않지만 기부를 하고 있었어요. 어린 생명들이 생명을 잃어가는 게 너무 마음 아프다고"
유족도 소원을 빌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에도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김명자/고 국형호 씨 아내]
"원청이든 하청이든 사업자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조심하고 안전하게 한다고 해도 사고가 일어나는 세상인데…"
원청업체 대표는 JTBC에 "유족에게 씻을 수 없는 슬픔을 드렸다"며 "재판 결과를 인정하고 반드시 배상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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