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규택지 공급규모 1만가구 안팎이지만 파급력 상당
文정부 때는 박원순 시장 반대로 그린벨트 해제 못해
'공포 매수' 수요자, 정부 신호 받아들일까…"서울서 미분양날정도로 공급"
서울 그린벨트 12년만에 해제…수도권서 8만가구 공급 |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지난해 '9·26 대책'에서 올해 '1·10 대책'에 이은 '8·8 대책'까지…1년 사이 세 차례 발표된 정부 주택 공급대책의 종착지는 서울 그린벨트 해제였다.
그만큼 서울 그린벨트 해제는 파급력이 큰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논쟁의 소지 또한 커 문재인 정부 때는 여러 차례 논의만 됐을 뿐 해제 결정에 이르지 못했으나, 현 정부는 "장래에 보다 더 확실한 서울지역 내 아파트 공급 여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서울 그린벨트 해제를 결정했다"(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고 밝혔다.
◇ MB정부, 그린벨트 해제로 4.1만가구 공급…이후 12년만
정부는 8일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내년까지 총 8만가구 규모 신규 택지 후보지를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 그린벨트는 6개구(중구·용산구·성동구·동대문구·영등포구·동작구)를 제외한 19개구 외곽에 149㎢ 규모로 지정돼 있다. 서울 전체 면적의 24.6%에 해당한다.
역대 정부는 주택 공급 등을 목적으로 서울 그린벨트를 지속적으로 해제해왔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임대주택 건립을 목적으로 3.47㎢를 해제했다.
이때 서울 그린벨트 해제로 공급된 주택은 4만1천가구다.
강남구 세곡동 6천500가구, 서초구 우면동 3천300가구, 내곡동 4천600가구, 수서동 4천300가구, 강동구 고덕·강일 1만1천800가구 등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에도 2천530가구 규모 신혼희망타운 공급을 위해 수서역 인근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했고, 2021년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자체 사업인 신내4지구(790가구) 주택공급을 위한 해제가 있었다.
부동산관계 장관 회의 |
◇ 오세훈 "그린벨트 일부 해제는 피치못할 선택"
문재인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에 나서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린벨트를 둘러싼 밀고 당기기가 한창이던 2018년 9월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함께 특별수행원으로 참석한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과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 자리에서까지 설득을 이어 갔으나 박 전 시장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에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논의 초반 그린벨트 해제에 부정적이었으나, 정부 입장을 받아들이면서 해제가 결정됐다.
오 시장은 이날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서울시는 중앙정부의 협조 요청에 따라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에 동참하고자 한다"면서도 "미래세대를 위한 자연환경 보존과 여가·휴식 공간 확보라는 서울시의 개발제한구역 지정 취지와 기본 원칙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소멸의 위기를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상적 집값 상승으로 보금자리 마련의 꿈이 더욱 멀어지고 있다"며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미래세대의 주거 마련을 위해 개발제한구역의 일부 해제를 검토하는 것은 피치 못할 선택"이라고 말했다.
서울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싸고선 주택공급 확대방안 발표 전날 밤까지 해제 최소화를 원하는 서울시와 국토부가 팽팽한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그린벨트 12년만에 해제…수도권서 8만가구 공급 |
◇ 서울 강남권 해제 유력…"선호지역 상당부분 포함"
관건은 어디를 얼마나 해제할 것인지다.
서울 내에서도 훼손돼 보존 가치를 잃은 그린벨트가 적지 않아 이런 지역을 주거지로 개발하면 주택공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국토부는 보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이명박 정부 때 보금자리주택을 짓고 남은 땅 인근인 서초구 내곡동 및 강남구 세곡동 일대 등 강남권이 해제 대상이 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다.
진현환 국토부 차관은 "서울에서도 선호 지역이 있는데, (이번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는) 선호 지역이 상당 부분 포함된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과연 언제쯤 실제 주택공급이 될 수 있느냐다.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한 이후에는 공공주택지구 지정, 지구계획 수립, 토지 보상, 주택 착공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주택 입주까지 8∼10년가량이 소요된다.
공사비 상승으로 분양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한 달 뒤 집값은 지금보다 더 비싸질 것'이라는 공포로 매수에 나선 실수요자들이 그린벨트까지 풀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신호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지켜봐야 한다.
김승배 부동산개발협회장은 "더 이상 방법이 없으니 서울 그린벨트 해제까지 결정했을 테지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은 일회성"이라며 "지금은 5년, 10년간 꾸준하게 주택이 공급되도록 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공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싸고 찬반이 갈리지만, 보전 가치가 없는 곳은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다만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콘셉트를 갖고 공급 방안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그린벨트 해제는 '확고한 주택공급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 차관은 "서울에서도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는 사태를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주택공급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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