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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연이은 전기차 화재에 불안 확산...피해 막을 대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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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정진형 앵커, 이은솔 앵커
■ 출연 : 권민석 사회부 기자

[앵커]
최근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부 아파트에선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출입을 금지하자는 움직임이 이는 등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데요. 사회부 권민석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봅니다. 어서 오십시오. 최근에 전기차 화재가 계속 잇따르면서 전기차 트라우마다 이런 단어까지 생겨나고 있는데 아무래도 최근 이런 현상의 시작점은 인천 청라동에서 있었던 벤츠 전기차 화재라고 볼 수 있겠죠?

[기자]
지난 1일이었고요. 40대 차주가 인천 청라동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벤츠 EQE 승용차를 세운 건 지난달 29일 저녁 7시쯤이었습니다. 불이 난 건 이로부터 59시간이 흐른 지난 1일 새벽 6시 15분이었습니다. 가만히 서 있는 전기차에서 갑자기 폭발과함께 불이 나는 건 자주 있는 일은 일은 아닙니다. 당시 공교롭게 스프링클러까지 작동하지 않아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차량 140대가 불타거나 그을음 피해를 봤고 연기 흡입 등으로 2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또, 주차장 내부 온도가 한때 1000도 넘게 오르면서 지하 설비와 배관이 녹아 정전과 단수가 발생해서 국내 최대 피해가 난 전기차 화재로 기록됐습니다. 현재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임시대피소에서 생활하는 아파트 주민만 수백 명에 달합니다. 전기차 한 대가 촉발한 사고라고 믿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앵커]
벤츠 전기차 화재, 진압까지만 8시간 50분정도 소요가 됐다고 보도를 해 드리기도 했는데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다고 해서 이렇게 막대한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는데 이렇게 피해가 커진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기자]
앞서 말씀드렸던 대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많이 커진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차 한 대의 불이 무려 140대를 태울 순 없는 거고 옆 차에 옆 차, 또 그 옆 차로 불이 순차적으로 옮겨붙는 건데,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다면 전기차 불을 끄진 못했더라도 피해가 이렇게 커지진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내연기관 차에 불이 나면 불길이 위로 뻗는 데 반해, 전기차는 배터리가 바닥에 깔려 있어 불길이 옆으로 퍼지는 성질을갖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소방대원이 출동해 진화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버는 측면에서도 스프링클러 작동은 필수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5월 8일, 전북 군산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진 쉐보레 볼트EV 차량에서 불이 났지만 스프링클러가 작동해서 45분 만에 꺼졌고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그런데 아까 권 기자 설명 내용을 보면 가만히 서 있는 전기차에서 갑자기 폭발과 함께 불이 났다 이렇게 설명을 해 주셨는데 별다른 외부충격도 없이 이렇게 불이 났단 말이죠. 혹시 밝혀진 원인이 있습니까?

[기자]
앞서 지난 5일,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정밀 감식을 했고, 차량을 인천 서부서로 옮겨서 배터리팩을 분리해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CCTV를 확인한 결과 주차한 이후에 외부 충격이 가해진 정황은 없었습니다. 따라서 배터리 자체 결함 가능성 등이 제기되는데 1억 넘는 벤츠 EQE에 들어간 배터리는 세계 10위 업체인 중국 파라시스 제품입니다. 일단 2021년 3월,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은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3만 1천여 대가 특정 환경에서 화재 위험이 있다며 리콜을 시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파라시스는 결함을 인정하고 리콜 비용을 모두 부담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전기차 차체가 낮아서 바닥에 깔린배터리에 주행 중 외부 충격이 누적됐다가 한순간 폭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배터리는 양극재와 음극재를 분리하는 안전장치인 분리막이 있는데 이 분리막이 손상되면 쇼트가 발생하면서순식간에 내부 온도가 올라서 연쇄 폭발과 화재로 이어지게 됩니다. 벤츠 전기차에는 배터리 관리시스템을 비롯해서 각종 부품마다 작동 데이터 로그가 기록되는 만큼, 이 데이터를 얼마나 살릴 수 있는지가 이번 사고 원인 규명의 핵심으로 보입니다.

[앵커]
원인 규명 위해서 다각도로 살펴봐야겠습니다. 지난 6일에는 충남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금산이었는데요. 기아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죠?

[기자]
금산군 금산읍에 있는 주차타워에 50대 차주가 기아 EV6를 세우고 충전기를 꽂은 게 5일 저녁 7시쯤이고요. 불이 난 건 6일 새벽 5시쯤입니다. 충전을 시작한 지 10시간 만에 화재가 발생한 건데요. 경찰은 전기차 하부 배터리 부위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해 불이 커진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인천 벤츠와 달리 EV6에는 SK온에서 생산한 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터리가 100% 충전되고도 충전기가 계속 꽂힌 채로 전류가 흐르면서 과충전이 화재를 불렀을 수 있단 의견이 나오는데 보다 정확한 원인은 감식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지난번에 저희가 보도로 많이 나가기도 했는데 탁송차 위에서 기아 레이가 갑작스러운 화재로 불타는 사고도 있지 연합회습니까? 이건 왜 그런 거예요?

[기자]
발생한 게 6월 30일 오후 인천 장수동 도로에서 생긴 거고요. 탁송 차량을 이용해 고장 난 2014년식 기아 레이 전기차를 수리 업체로 옮기던 도중에 불이 났습니다. 역시 차 바닥부터 불이 시작됐고, 소당당국은 배터리 부위에서 발화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불을 끄는 데 3시간이 걸렸는데, 탁송 차량 적재함이 함께 타버려서 탁송 기사가 사비로 수리하기도 했습니다. 잇따르는 전기차 화재에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긴 합니다.

[앵커]
맞습니다. 이렇게 연이은 전기차 화재로 시민들의 불안이 확산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전기차를 지하주차장에 출입금지해야 한다. 이런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엔 충전시설이 지하에 있는 전기차 주차시설을 지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속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꽉 막힌 지하에서 전기차에 불이 나면 인천의 경우처럼 피해가 커지기 때문이란 취지인데요. 다만,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 누적 대수가 60만 6천여 대에 달합니다. 무조건 지상으로 전기차 주차시설을 옮기자는 건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얘기고요. 요즘처럼 35를 넘는 폭염 속에 지상에서 충전하는 것도 화재에 취약할 수 있단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픽을 보실까요. 또, 통계적으로도 만 대를 기준으로 했을 때 내연기관 차 화재가 전기차 화재보다 발생 건수가 더 많습니다. 지난해 내연기관 차 화재는 4천7백여 건이었고, 전기차 화재는 72건이었습니다. 1만 대당 화재 발생 건수는 내연기관이 1.9대, 전기차 화재는 1.3대 수준입니다. 다만 최근 3년간 내연기관과 전기차 화재 피해액을 비교해보면 1건당 피해액이 내연기관의 경우 952만 원입니다. 하지만 전기차의 경우 1건당 피해액은 2,342만 원으로 2배를 웃돌았습니다. 발생 건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불이 났다 하면 전기차 쪽 피해가 큰 건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예방과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앵커]
차량 화재가 전기차가 원인은 아니다. 그런 말씀인 건데. 그러면 현실적인 대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기자]
일단 지상으로 충전시설을 옮기기 어렵다면 가장 먼저 거론되는 건 충전율을 낮추는 방안입니다. 과충전에 따른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서인데 배터리를 100% 충전하는 게 아니라 완속 충전기로 85%만 충전하면 전기차 화재를상당수 방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또, 급속충전기 충전율을 80%로 제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서울시가 9월부터 시행할 예정이고, 배터리 잔량이 80%에 도달하면 충전이 자동 종료됩니다. 완속 충전기에 과충전 방지 기능을 넣기도 하는데 시간과 예산이 필요해서 당장은 차주들이 배터리 충전율을 낮추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선 차를 완전히 물에 담그는 데 필요한 이동식 소화수조나 전기차 전체를 덮어서 산소를 차단해서 불을 끄는 질식소화덮개 확충 등이 대안으로 언급됩니다. 더 근원적으로는 배터리 자체의 화재 위험을 낮추는 건데, 리튬 배터리에 들어가는 인화성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해야 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26년, 삼성 SDI가 2027년쯤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전기차 화재에 대한 문제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 권민석 기자였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YTN 권민석 (minseok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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