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잇단 화재에도 '깜깜이' 정보…배터리 인증 요구 봇물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지난해 벤츠 전기차를 구매한 직장인 문모 씨는 최근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배터리 제조업체 정보를 찾아봤다.
다행히 국내 업체가 제조한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아파트 단지 내 일부 주민이 단체 대화방에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주차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마음이 썩 편하지만은 않다.
문씨는 "환경을 생각해서 비싼 전기차를 샀는데 이제는 전기차를 탄다는 이유로 잠재적인 가해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며 "배터리 제조사 인증을 하면 소비자나 주민 입장에서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며 배터리 안전성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배터리 인증제와 함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소비자 선택권'이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는 사실상 전기차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 차량 가격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전기차 제조업체보다 배터리 제조업체의 기술력이 더 결정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신차 출시 당시 차량 크기를 비롯해 최대토크, 전비 등 상세 제원을 소개하는 반면, 정작 중요한 배터리 정보는 제대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벤츠코리아 고객센터에 따르면 벤츠 차주는 서비스센터에 직접 방문해야 배터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한 전기차 차주가 자신의 차량 배터리 모델을 확인한 글을 올리자 "이런 정보는 어디서 찾아보느냐"며 다른 전기차 모델들의 배터리 정보를 요청하는 댓글이 잇따르기도 했다.
2020년 벤츠 모회사인 다임러그룹과 CATL이 향후 출시되는 전기차에 CATL 배터리를 우선 사용하기로 합의하는 등 그간 벤츠와 CATL이 밀월 관계를 유지해 온 데다 EQE 출시 당시 CATL 배터리가 탑재된다고 알려진 탓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등에 확인한 결과 이번에 불이 난 전기차에는 중국 배터리 업체인 파라시스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파라시스는 작년 글로벌 배터리 매출과 출하량 기준 세계 10위 업체다.
이를 두고 "CATL조차도 아니었다"거나 "명색이 벤츠인데 부품이 죄다 중국산일 줄은 몰랐다" 등의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ESG 소비자 선택권'이 주목받는 분위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은 "기업은 소비자가 정보에 기초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검증 가능하고 명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ESG 소비자 선택권'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원산지나 제조회사의 출처를 숨기는 것은 소비자를 오도하는 등 불공정한 표시로서 지양해야 한다"며 "식별력이 낮은 상표 사용으로 화재, 폭발 등 사고가 발생한다면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배터리 인증제는 제작사들이 전기차 배터리가 안전 기준에 적합한지를 국토부 장관의 인증을 받고 제작·판매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또 자동차 배터리 식별번호를 차량 등록 시 별도로 등록하도록 하고, 운행부터 폐차까지 이력을 관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인증제가 정착하고 소비자 선택권이 전기차 배터리까지 확장되면 품질을 앞세운 K-배터리사들의 경쟁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2011년 창립한 CATL이 6년 만인 2017년 출하량 기준으로 파나소닉을 제치고 세계 1위 배터리 제조업체로 등극하는 등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그간 고속 성장에만 집중하며 '안전 불감증'이 생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데 따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전기차 배터리의 최우선 순위는 '가격'보다는 '품질'이라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배터리 채택에 큰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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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국내 업체가 제조한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아파트 단지 내 일부 주민이 단체 대화방에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주차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마음이 썩 편하지만은 않다.
문씨는 "환경을 생각해서 비싼 전기차를 샀는데 이제는 전기차를 탄다는 이유로 잠재적인 가해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며 "배터리 제조사 인증을 하면 소비자나 주민 입장에서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옮겨지는 화재 발생 전기차 |
이처럼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며 배터리 안전성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배터리 인증제와 함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소비자 선택권'이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는 사실상 전기차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 차량 가격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전기차 제조업체보다 배터리 제조업체의 기술력이 더 결정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다만 현재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입할 때 배터리 정보를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는 것 외에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신차 출시 당시 차량 크기를 비롯해 최대토크, 전비 등 상세 제원을 소개하는 반면, 정작 중요한 배터리 정보는 제대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벤츠코리아 고객센터에 따르면 벤츠 차주는 서비스센터에 직접 방문해야 배터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한 전기차 차주가 자신의 차량 배터리 모델을 확인한 글을 올리자 "이런 정보는 어디서 찾아보느냐"며 다른 전기차 모델들의 배터리 정보를 요청하는 댓글이 잇따르기도 했다.
이번에 화재가 난 벤츠 EQE 차량의 경우 사고 초반에는 중국 1위 배터리업체인 CATL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2020년 벤츠 모회사인 다임러그룹과 CATL이 향후 출시되는 전기차에 CATL 배터리를 우선 사용하기로 합의하는 등 그간 벤츠와 CATL이 밀월 관계를 유지해 온 데다 EQE 출시 당시 CATL 배터리가 탑재된다고 알려진 탓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등에 확인한 결과 이번에 불이 난 전기차에는 중국 배터리 업체인 파라시스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파라시스는 작년 글로벌 배터리 매출과 출하량 기준 세계 10위 업체다.
이를 두고 "CATL조차도 아니었다"거나 "명색이 벤츠인데 부품이 죄다 중국산일 줄은 몰랐다" 등의 반응도 나오고 있다.
지하 주차장에서 옮겨지는 화재 전기차 |
이에 따라 'ESG 소비자 선택권'이 주목받는 분위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은 "기업은 소비자가 정보에 기초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검증 가능하고 명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ESG 소비자 선택권'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원산지나 제조회사의 출처를 숨기는 것은 소비자를 오도하는 등 불공정한 표시로서 지양해야 한다"며 "식별력이 낮은 상표 사용으로 화재, 폭발 등 사고가 발생한다면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기차 화재로 배터리 인증 요구가 잇따르는 가운데 국토부는 내년 2월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배터리 인증제는 제작사들이 전기차 배터리가 안전 기준에 적합한지를 국토부 장관의 인증을 받고 제작·판매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또 자동차 배터리 식별번호를 차량 등록 시 별도로 등록하도록 하고, 운행부터 폐차까지 이력을 관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인증제가 정착하고 소비자 선택권이 전기차 배터리까지 확장되면 품질을 앞세운 K-배터리사들의 경쟁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2011년 창립한 CATL이 6년 만인 2017년 출하량 기준으로 파나소닉을 제치고 세계 1위 배터리 제조업체로 등극하는 등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그간 고속 성장에만 집중하며 '안전 불감증'이 생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데 따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전기차 배터리의 최우선 순위는 '가격'보다는 '품질'이라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배터리 채택에 큰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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