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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앵커칼럼 오늘] 정치판은 파리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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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단 하나 사랑이, 내 단 하나 증오에서 싹텄구나! 놀라운 사랑의 탄생이, 혐오하는 적을 사랑할 운명이었다니!"

로미오가 원수 집안 아들이라는 걸 알고, 줄리엣이 한숨짓습니다.

"왜 그대는 로미오인가요…그대 이름만이 내 원수일 뿐…"

죽음마저 초월한 사랑은 두 가문의 원한을 잠재웁니다.

만델라는, 감옥에 갇힌 그에게 소변을 뿌리며 학대했던 교도관들을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했습니다.

"자기를 그 작은 감방에서 30년이나 썩게 한 자들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을까."

만델라에게 감화된 국가 대표 럭비팀이 결승에 진출하자, 흑백이 하나 돼 열광합니다.

"용서는 영혼을 자유롭게 합니다. 두려움을 없앱니다. 용서는 그토록 강한 무기입니다."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연애나 결혼을 할 수 없다는 사람이, 다섯 중 셋에 이르렀습니다.

가장 심각한 갈등으로 '보수-진보 갈등'을 꼽은 이가 열에 아홉을 넘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끼리 정치 이야기를 삼가는 건, 이미 상식입니다.

누구를 찍을지 가족이 싸우기 일쑤여서, 선거철을 앞둔 명절에는 아예 안 내려가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정치적 대립이 개인의 삶에 깊이 끼어들어 연애와 결혼까지 막아설 줄은 몰랐습니다.

그 증오와 분열을 부채질하는 분야로도 정치가 지목됐습니다.

'국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넷 중 셋에 이르러 압도적 꼴찌 였습니다.

국회 하는 모양새를 보면 그러고도 남습니다.

파리올림픽에서 빛을 발하는 우리 젊음들이 보이지도 않는 모양입니다.

실력과 투지는 물론, 유쾌 발랄한 데다, 배려하고 북돋우고 위로하는 품격까지 두루 눈부십니다.

승리의 눈물을 쏟는 일본 선수를 따스하게 안아주며 축하합니다.

피하다 넘어진 적수를 공격하지 않고, 손을 내밉니다.

단체전에서 윗체급과 탈진하도록 맞서고도 다시 나서, 후배들 모두에게 메달을 안깁니다.

양궁 석권의 위력은, 오로지 점수만 따지는 공정한 선발에서 나옵니다.

때론 쿨하게, 때론 울컥하게 고운 그들을 보며, 메달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분노와 증오는 제풀에 녹아버립니다.

8월 5일 앵커칼럼 오늘 '정치판은 파리를 보라'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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