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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20대 해병의 죽음‥1년 전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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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내일이면 해병대 채 상병이 순직한 지 1년이 됩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2003년에 태어나 2023년에 숨진, 스무 살 젊은이의 죽음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채 상병은 왜 구명조끼도 없이 불어난 강물에 들어가야 했을까요.

1년 전 사고가 벌어지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덕영 기자가 전합니다.

◀ 리포트 ▶

작년 7월 19일 오전 9시 10분쯤.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폭우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던 해병대원 5명이 불어난 물살에 휩쓸렸습니다.

[포7대대장-병기소대장 통화 (작년 7월 19일)]
"보여? 얼굴 보여? <얼굴이 안 보입니다.> 아이. 아야. 알았어."

4명은 구조됐지만 불과 넉 달 전 해병대에 입대했던 채 상병은 결국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해병대원들은 왜 허리까지 불어난 급류 속으로 구명조끼나 안전로프도 없이 들어가야만 했을까?

사고 전날인 18일 오후 부대 최고 책임자인 임성근 사단장이 수색 작업 현장을 찾았습니다.

임 사단장은 왜 빨리 현장에 들어가지 않느냐고 현장 지휘관들을 질책했습니다.

[최 모 중령/포11대대장 (음성변조, 작년 7월 19일)]
"'대대장들이 네 말 안 듣냐?' 이런 식으로도 7여단장에게 얘기를 막 했었대."

곧이어 하달된 사단장 지시사항.

해병대가 부각되게 붉은 티셔츠를 입을 것.

바둑판식 수색정찰 실시, 군 기본자세를 철저히 유지하고, 특히 방송 차량에 대비할 것.

장병 안전보다 홍보에 더 초점이 맞춰진 지시였습니다.

폭우에 수색 작업은 위험하다며 철수하게 해달라는 건의는 묵살됐습니다.

[박 모 대령/해병대 1사단 7여단장 (음성변조, 작년 7월 18일)]
"정식으로 철수 지시는 좀 상황이 애매해. 내가 사단장님께 몇 번 건의 드렸는데, 첫날부터 알잖아."

밤에 열린 화상회의에서 수색 작업에 대한 사단장의 질책은 강도가 더 높아졌습니다.

"위에서 보는 것은 수색 정찰이 아니다", "내려가서 수풀을 헤치고 찔러보면서 찾아야 한다"며 구체적인 수색 방법도 지시했습니다.

현장 부대에는 압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기현/채상병 부대 해병대원 (전역)]
"되게 까라면 까야 되는 그런 분위기도 나와서…"

특히 바둑판식 수색이란 지시는 다음 날 해병대원들을 무리하게 물속으로 밀어넣는 직접적인 이유가 됐습니다.

[이 모 씨/채상병 부대 해병대원 (전역)]
"바둑판식 배열로 1m 이상 떨어져서 하라고 지시를 받았습니다. 너무 몰려 있으면 뭐라고 하니까 채상병이 원래는 얕은 수심에 있다가 좀 깊은 쪽으로…"

하지만 임성근 전 사단장은 자신은 작전 지시를 한 것이 아니라 지도를 한 거라며 책임을 떠넘겼고, 경찰도 대대장이 임의로 수색 지침을 변경한 거라며 임 전 사단장의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MBC뉴스 이덕영입니다.

영상편집: 김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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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편집: 김진우 이덕영 기자(deok@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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