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해부] 음주에 마약운전까지…'도넘은' 무법질주

[앵커]
매주 금요일, 이번 한 주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건 이슈를 짚어봅니다. 사건의 해부 시간입니다. 사회부 사건데스크, 최석호 차장 나왔습니다. 최 차장, 오늘의 주제는 뭡니까.

[기자]
오늘의 주제, 도로 위의 흉기, '도넘은' 무법질주입니다. 지난 2월, 오토바이 배달기사로 일하던 50대 가장이 만취 차량에 치여 숨졌습니다. 사고를 낸 벤츠 차량은 오토바이를 추돌한 뒤에도 100m 넘게 밀고간 뒤에야 멈춰섰습니다. 사고 당시, '도대체 얼마나 취했길래 이런 사고를 냈는지'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최근 법원에서 공개된 20대 여성 운전자의 혈중알코올 농도, 면허취소 수치인 0.08%보다 3배 가까이 높은 0.221%였습니다. 한마디로, 몸을 가눌 수조차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안모 씨 / '배달기사 사망' 만취 운전자 (2월 5일, 구속영장 심사)
"(구호조치도 안 하셨는데 돌아가신 피해자분께 하실 말씀 없으세요?) 죄송합니다. (피해자분 들이받은 거 알고 계셨어요?) 아니요. (음주 얼마나 했던 거예요?) …"

[앵커]
이 사건 기억납니다. 당시에도 공분을 불러일으켰죠?

[기자]
사고는 2월 3일 새벽, 서울 강남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습니다. 운전자는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활동하던 유명 DJ, 20대 여성 안모 씨였습니다. 당시 영상을 보면 사고 차량이 얼마나 빨리 내달리는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자 불꽃이 튀어오를 정도였습니다. 경찰은 안씨가 제한속도 시속 50km인 도로에서 100km 넘는 속도로 질주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최근 법원은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안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면서 "교통사고 '과실범'이기는 하지만, '고의범'에 가까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질타했습니다. 그 이유, 안씨에겐 사망사고를 막을 기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앵커]
어떤 기회가 있었다는 거죠?

[기자]
음주운전은 명백한 범죄행위입니다. 그런데 안 씨는 사망사고를 내기 불과 10분 전, 이미 한차례 사고를 내고도 또다시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1차 사고를 낸 뒤 피해차량 운전자와 5분 여간 대화를 나누면서 안씨는 "술을 많이 마신 것처럼 보이냐" "한번만 봐달라"고 하다가 경찰이 출동하기 전, 피해자에게 아무 말도 없이 차를 몰고 현장을 벗어납니다. 그리고 잠시 뒤인 새벽 4시 37분, 오토바이 택배기사를 숨지게 한 2차 사고를 냅니다.

[앵커]
오토바이 운전자를 치고도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해서 논란이 됐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망사고를 낸 후에도 안 씨는 차에서 한참을 나오지 않았습니다. 소방대원들과 시민들이 쓰러져 있는 배달기사를 살리려 하는 동안에도 안씨는 구호조치없이 반려견을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재판과정에선 "오토바이는 1차선으로 다니지 못하게 돼 있는데, 배달기사가 깜빡이를 켜지 않고 2차선에서 1차선으로 진입했다"면서 사고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도 했습니다. 법원이 선고한 징역 10년, 검찰 구형량인 징역 15년보다는 다소 낮습니다. 재판과정에서 안 씨 측은 "연예 분야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갖추고 해외공연을 하면서 국위선양을 했고, 매일 범행을 반성했다"면서 재판부에 75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습니다. 집행유예 등 관대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했는데, 중형이 선고되자 하루만에 항소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최근엔 음주를 넘어서 마약운전도 많아졌어요?

[기자]
지난해 마약에 취한 상태로 강남 한복판에서 운전을 하다가 인도로 돌진해 20대 보행자를 숨지게 한 일명 롤스로이스남, 기억하실 겁니다. 주차시비 과정에서 상대방을 흉기로 위협한 '람보르기니남'도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약에 취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더 심각하고 더 많은 일들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긴가요?

[기자]
그 심각성이 병원 CCTV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병상에 누워있던 환자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두손을 모은 채 남성에게 무언가를 부탁합니다. 손가락 하트를 그려 보이기도 하는데, 롤스로이스남과 람보르기니남에게 마약류와 마취제를 불법 투약한 의사들에게 약을 놔달라고 애원하는 사람들입니다. 경찰이 이들 의사 2명과 이들이 운영하는 병원을 수사했더니, 4년간 이들로부터 마약류와 마취제를 불법투약한 사람은 100명이 넘었습니다. 한사람에게 하루 최대 마약류 10차례, 마취제 56차례를 놔줬고, 돈이 없다고 하면 지불각서를 받고 '외상투약'까지 해줬습니다. 병당 10에서 30만 원을 받으면서 이들이 벌어들인 돈은 20억 원에 달합니다. 의사 2명이 구속됐고, 투약자 등 40명이 입건되긴 했지만, 음주운전, 마약운전을 막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음주, 마약, 그리고 무법질주,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최 차장, 잘 들었습니다.

최석호 기자(bully2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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