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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세계최대 심해유전, 40년 탐사 끝에 '잭팟'…동해와 닮은점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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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비토르 아브레우 미국 액트지오사 고문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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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와 21세기 최대 심해 유전인 남미 가이아나의 유사성을 수차례 비교하면서 기대감이 한껏 부풀고 있다. 일각에선 동해에 더 많은 석유가 매장돼있을 가능성까지 솔솔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부 유사성을 인정하면서도 둘을 있는 그대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경계했다.



가이아나도 2014년 글로벌 메이저 기업이 손 떼



표면적으로 보면 영일만 일대는 2015년 발견된 가이아나 스타브록(Stabroek) 광구와 상당한 유사성을 보인다. 우선 수십년간의 탐사에도 번번이 좌절을 맛봤던 족적부터가 그렇다.

미국 석유기업 엑손모빌이 가이아나 스타브록의 심해유전을 발견한 건 2015년이지만 그 역사는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이아나는 글로벌 기업들의 도움을 받아 1975년부터 2014년까지 약 40개의 탐사정을 이용해 가이아나와 수리남 연안 탐사에 나섰지만, 유전 발견에 실패했다. 메이저 석유개발기업인 셸(shell)은 10년간 탐사를 이어오다 2014년 손을 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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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유사한 전적이 있다. 포항 영일만 일대 탐사가 시작된 건 1960년대부터였다. 호주 최대 석유개발회사 우드사이드는 2007년부터 동해 심해 가스전 공동탐사를 해오다가 지난해 “장래성이 없다”는 이유로 철수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우드사이드가 다른 광물회사를 인수하며 자금이 부족해지자 해외 사업을 정리한 것으로 본다”며 “유망구조 도출 전 철수했기 때문에 '장래성'에 대해 책임 있게 평가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가이아나의 사례를 놓고 보면 한국도 언젠가 잭팟을 터뜨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가이아나와 영일만 일대 모두 해저 1000m 이상의 심층 지층을 뚫고 내려가야 한다는 점과 유사한 트랩(석유·가스를 가두는 구조) 유형을 가지고 있는 점도 닮은 부분으로 꼽혔다. 엑손모빌 재직 당시 가이아나 리자 광구의 시추 과정에 참여했던 아브레우 고문은 "지질학적인 세팅은 다르지만, 트랩 자체는 동일한 유형의 트랩이 발견됐다"고 강조했다.



가이아나, 주변 지역도 산유국·유망성↑



다만 전문가들은 가이아나와의 지나친 비교는 섣부르다고 선을 그었다. 아직 시추도 하기 전에 ‘최대 140억 배럴’이라는 추정량이 강조되는 부분을 특히 경계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110억~120억 배럴로 추정되는 가이아나 유전의 ‘매장량’은 실제 시추를 통해 추정된 양이다. 반면 한국 정부가 동해에서 추정한 ‘탐사자원량’ 35억~140억 배럴은 시추 전 물리탐사 자료만을 해석해 도출해 낸 거라 둘을 비교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실제 파봤을 때 0일 가능성도 존재한 만큼 안갯속 숫자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최경식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가이아나(16%)와 한국(20%)의 탐사성공률을 비교하는 것도 우려했다. 그는 “굉장히 주관적인 숫자이고 이를 도출해낸 과정도 다르기 때문에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이아나의 경우 2001년 미국 지질조사국(USGS) 보고서에서 ‘가이아나·수리남 분지에 28억~326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돼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할 만큼 잠재적 가치가 높았던 땅이었다. 최 교수는 “인근 베네수엘라도 산유국인 만큼 발견이 늦어서 그렇지 유망성 자체는 한국과 비교가 안 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다만 추정 근거가 확실하다면 20%라는 숫자가 상당히 높은 확률을 보여주는 건 맞다고 인정했다. 강천구 교수는 “10%만 넘어도 시추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는데 20%면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최경식 교수도 “교차 검증을 통해 의혹 부분이 해소된다면 높은 확률이다”라며 “구체적인 보고서 내용은 국가기밀이라 밝히기 어려울 수 있다. 추후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참여하는 회사들의 면면을 보면 간접적으로 프로젝트의 유망성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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