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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없어서 못 사는 서울 6억원 미만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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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중랑·노원·금천엔 아직도 많다


매경이코노미

서울 중랑구 신내동 ‘신내6단지시영’ 아파트 전경. 이 단지는 1996년 준공돼 올해로 29년 차를 맞은 구축 아파트지만 전용 59㎡가 아직 5억원 후반대에 사고팔리는 게 장점이다. (윤관식 기자)


서울에서 6억원 미만 아파트 품귀 현상이다. 디딤돌대출, 신생아특례대출 등 혜택을 보기 위해 찾는 실수요는 많지만 서울 강북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마저 9억원을 훌쩍 넘기는 등 중저가 아파트 찾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6억원 이하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6억원 이하에 팔린 아파트 비중이 전체의 4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 1분기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9314건 가운데 6억원 미만 아파트 거래량은 2188건으로 23.5%를 차지했다. 국토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래 1분기 기준 가장 낮은 수치다. 1분기 기준 서울의 6억원 미만 아파트 거래 비중은 2017년 70.7%에 달했지만 2018년 60.8%, 2019년 62.5%, 2020년 52.1%, 2021년 28.9% 등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집값 하락세가 가팔랐던 2022년에는 38.1%로 늘어나기도 했지만, 지난해 28%로 다시 낮아졌다.

금액대별로 살펴보면 6억원 이상~9억원 미만 거래 건수는 2568건으로 전체의 27.6%를 차지했다. 9억원 이상~15억원 미만은 2870건으로 30.8%다. 15억원 이상 거래는 1688건으로 18.1%다. 9억원 이상~15억원 미만, 15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 비중은 각각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고치다.

비율이 줄기는 했지만 6억원 미만 아파트는 여전히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다. 서민용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이나 ‘디딤돌대출’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자금도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6억원 이하 주택이 신청할 수 있는 보금자리론은 배우자와 합산한 연소득이 7000만원(신혼부부 8500만원, 다자녀 가구 1억원) 이하면 최대 3억6000만원(다자녀 가구·전세사기 피해자 4억원, 생애 최초 4억2000만원), 매매 가격의 60~70% 한도 내에서 대출이 가능하다. 디딤돌대출도 대상 주택가액은 5억원 이하(신혼부부 또는 2자녀 이상 6억원 이하)로 제한돼 있지만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 순자산가액 4억69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 요건만 맞으면 연 최저 2.45% 고정금리로 최대 4억원을 빌릴 수 있어 자금력이 부족한 젊은 층의 내집마련에 도움이 돼왔다.

다만 앞으로 서울 내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아파트값이 주춤했다곤 하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몇년 전과 비교했을 때 천정부지로 올라 있는 상태고, 이제는 서울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도 7억원을 넘겼기 때문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1억9598만원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11월 12억원을 넘어선 뒤 넉 달 연속 하락했다 4월 소폭 반등했다. 서울에서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를 구매하려면 이제 평균 7억5285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용 60㎡ 초과~85㎡ 이하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1억5244만원으로 집계됐다.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강북 지역(한강이북 14개구)으로 범위를 좁혀도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6억원을 훌쩍 넘긴 6억6721만원으로 나타났다. 강북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9억3832만원에 달한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지속되면서 서울에서는 9억원 이상~15억원 미만 아파트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서울에서는 6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를 점점 찾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경이코노미

6억원 미만 아파트, 어디에?

3년 전 20평대 값으로 30평대 가능

아직 서울 시내에 실수요자가 관심 가질 만한 6억원 미만 아파트가 남아 있을까.

올 들어 서울 25개 자치구 중 6억원 미만 아파트 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도봉구(77.9%)다. 이어 중랑구(58.1%), 노원구(57.8%), 금천구(53.1%), 강북구(48.4%), 구로구(45.4%), 은평구(31.6%) 순으로 저가 아파트 거래가 활발하다.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500가구 이상, 전용 59㎡(옛 25평) 이상인 저가 아파트를 찾아봤다.

도봉구에서는 쌍문동 ‘한양2·3·4차(1645가구)’에서 5억원대 전용 84㎡ 아파트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 3월 말 전용 84㎡가 5억3500만원에 실거래됐고, 이후 5억8000만~6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1988년 준공한 한양2·3·4차는 지난 2022년 재건축을 위한 예비안전진단을 실시해 도봉구로부터 통과 판정을 받은 후, 정밀안전진단 비용을 모금 중이었는데 최근에는 재건축 논의가 잠잠한 상태다.

한양2·3·4차 북쪽으로 조금 올라오면 올해로 준공 38년 차를 맞은 방학동 ‘신동아1단지(3169가구)’도 6억원으로 내집마련에 도전해볼 수 있는 단지다. 전용 84㎡가 지난 5월 6일 6억원(5층)에 매매 계약서를 썼는데, 아직 5억5000만원에도 중층 매물이 나와 있다. 신동아1단지는 지난해 초 정밀안전진단을 E등급으로 최종 통과하며 재건축을 확정 짓고 올 초에는 예비 신탁사인 코람코컨소시엄(코람코·교보자산신탁)을 통해 서울시에 신속통합기획 패스트트랙 신청을 마쳤다.

중랑구에서는 신내동 ‘신내6단지시영(1609가구)’이 대표적인 가성비 아파트다. 이 단지에서 가장 큰 평형인 전용 59㎡가 지난 2월 5억7000만원(5층)에 실거래된 뒤 6억~6억1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1층 매물이 괜찮다면 5억4000만원에 구매 가능하다. 지하철 6호선 봉화산역이 단지 바로 앞에 있고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경춘선 신내역도 이용 가능하다. 단지 앞에 정차하는 버스 정거장이나 2정거장 이동해 태릉입구역(6·7호선 환승)을 이용하면 강남 등 서울 주요 지역으로 이동이 편리하다.

노원구에서는 상계동 ‘한신2차(471가구)’ 전용 84㎡가 지난 2월 딱 5억9300만원(12층)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던 2021년 7억6800만원에도 거래됐던 아파트지만 최근 호가는 5억6800만~6억1000만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 2021년 이 아파트 20평대 가격으로 올해는 30평대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는 셈이다. 가구 수가 500가구에 못 미치지만 인근 ‘한신1차(420가구)’ ‘한신3차(348가구)’ 등과 맞붙어 있어 작아 보이지는 않는다.

금천구에서는 2000년 입주한 시흥동 ‘벽산1단지(2336가구)’가 가격이 저렴하다. 2021~2022년 6억원 중반대에도 거래되던 전용 84㎡가 지난 3월 5억2300만원(18층)에 팔렸다. 2000가구 넘는 대단지인 데다 주변에 2·3·5·6단지 등 아파트가 밀집해 있지만 대중교통을 타고 출퇴근하기는 쉽지 않다. 1호선 금천구청역까지 이동하려면 마을버스로 15분가량 이동해야 한다. 자차로 탑골로 등 주요 도로를 이용하면 시흥대로 진입이 수월하고, 여의도 접근도 용이하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0호 (2024.05.22~2024.05.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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