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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승객들이 천장으로 튀어 올라”…이상기후탓 늘어나는 난기류, 안전벨트가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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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1일 영국 런던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던 싱가포르항공 ‘SQ321’ 여객기가 미얀마 인근 안다만해 상공에서 갑작스런 난기류를 만나 기내 선반이 부서지고 산소마스크 또한 흘러내린 모습. 승객들은 “난기류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진 출처 ‘X(옛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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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급강하하면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승객들이 천장으로 튀어 올랐다가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휴대전화와 신발도 날아다녔어요.”

21일 영국 런던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로 향하던 싱가포르항공 ‘SQ321’ 여객기에 탑승했던 승객 자프란 아즈미르 씨가 로이터통신에 전한 사고 후일담이다. 갑작스런 난기류로 태국 방콕공항에 비상착륙하는 과정에서 영국 남성 제프리 키친(73) 씨가 숨졌다. 공식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심장마비로 추정된다. 또 중상자 7명을 포함해 70여 명이 다쳤다.

승객들은 한 목소리로 “난기류를 전혀 예상하치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려던 제리 씨는 영국 BBC방송에 “나와 아내는 천장에 머리를 부딪혔고, 통로에 있던 승객은 끔찍한 공중제비를 돌았다”라며 “급락 전 아무 경고가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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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객기는 이륙 약 11시간 후 고도 1만1300m의 미얀마 인근 안다만해 상공을 날고 있었다. 그러다 약 5분 만에 9400m까지 급강하했다. 일기예보서비스 아큐웨더는 “항로에서 빠르게 발생한 뇌우가 극심한 난기류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번처럼 난기류로 비행기 탑승객이 숨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다만 미 국립대기연구센터의 래리 콘먼 연구원은 AP통신에 “골절 수준의 부상을 초래하는 난기류는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따르면 2009~2022년까지 난기류로 중상을 입은 사람은 163명에 이른다.

기후변화로 이런 난기류가 점점 자주 발생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CNN 등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서만 약 6만5000대의 항공기가 난기류를 경험한다. 이 중 5500대는 심각한 난기류에 직면해 안전 사고 우려를 높인다.

특히 영국 대기과학 전문가인 폴 윌리엄스 레딩대 교수는 지난해 연구 결과를 통해 “맑은 날씨에 갑자기 나타나는 ‘청천 난기류(CAT·Clear-air-turbulence)’가 1979~2020년 동안 37% 늘었다”고 밝혔다. 또 향후 수십년간 CAT 발생이 3배 늘고, 지속되는 시간 또한 최소 20, 30분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좁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제트기류 부근에서 발생하는 CAT는 기상학자들도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 현상으로 꼽힌다. NTSB에 따르면 이번 사고와 마찬가지로 난기류로 인한 사고 중 약 28%는 사전에 아무 경고가 없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난기류를 완전히 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기내에서는 최대한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영유아를 성인 무릎에 앉히는 관행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난기류로 인한 부상을 막기 위해 “자녀를 위한 별도 탑승권을 끊고 개별 좌석에 앉히라”고 주문했다. 또 좌석에 앉아 있는 승객보다 부상 위험이 높은 승무원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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