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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라파흐 지상전 보름째…UN 기구 “식량을 나눠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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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1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자 남부 라파흐에서 식량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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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이하 기구)가 가자지구 최남부 라파흐에 모여있는 피란민에게 더는 식량을 나눠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의 라파흐 지상전이 보름 동안 이어지면서 구호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주민들은 재앙적 수준의 인도주의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이 기구는 21일(현지시각)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급 부족과 안전상 문제로 라파흐 식량 배급이 중단됐다”며 “보건센터 34개 가운데 7개만 운영이 되고 있다. 지난 열흘 동안 라파흐와 케렘샬롬 국경 검문소의 폐쇄로 의료용품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7일 가자지구 피란민이 대거 몰렸던 라파흐에서 지상전을 시작하며 이집트 접경 지대에 있는 라파흐 검문소를 장악했다. 구호품이 들어가던 주요 통로였던 라파흐 검문소는 폐쇄됐다. 이후 이스라엘군은 남부 또다른 검문소인 케렘샬롬 검문소를 재개방했지만, 지난 2주 동안 가자로 들어온 구호품 트럭은 약 30대 수준에 그친다. 전쟁 전 두 곳으로 매일 구호품 트럭 340대가 들어온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인근에서 전투가 계속돼 국제기구 요원들이 접근하기도 어렵다.



유엔 세계식량기구(WFP)의 아비르 에테파 대변인은 “가자 인도 지원이 거의 붕괴됐다”며 식량과 물자 공급이 대규모로 공급되지 않으면 “기근 상황이 번질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라파흐 지역에는 100만명 넘는 피란민이 있었지만 지상 공격이 시작된 직후부터 현재까지 90만여명이 다시 피란을 떠났다. 현재는 약 30만∼40만명이 남아있다고 이스라엘 당국은 추산한다.



인도주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이 3억달러를 들여 해안에 건설한 임시 부두가 지난 16일 운영을 시작했지만 상황은 여전히 녹록하지 않다. 최근 가자지구 일부 주민이 부두에서 출발한 국제기구의 차량을 덮치면서 구호품 운송이 일시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은 남부뿐 아니라 북부에 대한 공격도 이어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가자지구 북부 지역에서 아직 운영 중인 병원 두 곳 중 하나인 카말 아드완 병원 응급실에 미사일이 날아들었다며 21일 의료진과 환자가 대피하는 영상을 함께 공개했다. 영상에서 혼비백산한 사람들이 무너진 병원 벽 사이로 둘러 대피했다. 일부 환자들은 의료용 침대에 눕혀진 채로 실려 나갔다.



또 다른 병원인 알아우다 병원 인근에서는 사흘째 전투가 이어지고 이스라엘군 탱크가 시설을 포위하면서 의사와 태어난지 며칠 되지 않은 신생아를 비롯한 150여명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태라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병원 의사와 통화 내용을 인용해 전했다. 병원 응급구조대가 부상 신고를 받고도 출동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한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2월에도 하마스 대원들이 병원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비슷한 방식으로 병원을 봉쇄했다.



가자지구뿐 아니라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서도 사상자가 늘고 있다.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은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서안의 제닌 지역을 이스라엘군이 습격하면서 50살 의사를 포함한 7명이 숨지고 19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최근 이스라엘군은 ‘반테러 작전’ 명목으로 서안 지구를 공습하고 있다. 가자 전쟁 시작 이래 서안에서만 팔레스타인인 500명이 사망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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