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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지상군 투입된 라파, 기근까지 덮쳤다···유엔 “식량 배급 전면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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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1월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피란민들이 식량 배급을 받기 위해 그릇을 내밀고 있다. 유엔은 5월21일 이스라엘군의 군사작전과 식량 부족으로 라파에서 배급이 전면 중단됐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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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한 가자지구 최남단 국경도시 라파에서 식량 배급이 전면 중단됐다. 유엔은 가자지구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계속되는 공격에 더해 심각한 기근 상황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유엔은 21일(현지시간) 구호품 부족과 군사작전 확대로 라파에서 식량 배급이 전면 중단됐다고 밝혔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라파에 있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EP) 창고 및 배급소가 현재 진행 중인 군사 작전으로 인해 접근이 불가능하다”며 “그곳은 활발한 전투 지역”이라고 말했다.

에뎀 워소르누 유엔 인도주의 사무국 운영국장은 지난 17일 이후 외부에서 라파로 진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지난 6일 이스라엘군이 라파 국경검문소를 장악한 후 8만2000t에 달하는 구호 식량이 이집트 국경 쪽에 쌓인 채 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군이 해안가에 구호품 해상 운송을 위한 임시 부두를 건설해 지난 17일 트럭 10대 분량의 구호품이 처음 하역됐지만, 이틀째인 18일 수송 도중 굶주린 군중들에 의한 구호품 약탈 사태가 벌어지면서 해상 운송 역시 중단된 상태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주 하역된 569t 분량의 구호품이 가자지구 전역으로 이송되지 못했다며 안전한 이송 경로를 마련하기 위해 이스라엘 및 유엔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과 국제 구호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이스라엘군이 라파에 지상군을 투입한 이후 가자지구 전역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된 상황이다. 피란민 140만명이 몰려 있던 라파에선 지난 2주간 유엔 추산 약 80만명(이스라엘군 추산 약 95만명)이 탈출해 칸유니스와 알마와시 등 인근 도시로 대피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보낸 구호품이 가자지구 안으로 반입되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던 라파에서 군사작전이 본격화되며 가자 전역에서 식량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다. 아비르 에테파 WFP 대변인은 “가자지구에서 인도주의 활동은 이제 거의 붕괴됐다”고 말했다. 그는 피란민들의 대규모 이동으로 난민촌이 급조된 라파 인근 도시들도 식수와 텐트, 배수시설이 부족하고 위생 역시 열악한 상황이라며 “그곳은 지구 위의 지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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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누세라이트 난민촌의 쓰레기 더미에서 한 주민이 쓸 만한 물건을 찾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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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은 굶주림을 전쟁 도구로 활용하는 등 민간인을 상대로 전쟁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CNN 인터뷰에서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미국에서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사람이 (가자지구보다) 더 많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엔은 가자지구 인구의 약 절반에 달하는 110만명이 심각한 수준의 기아 상태에 직면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빈번하게 구호 통로를 차단해온 것도 모자라, 구호 트럭의 이송 경로를 일부러 노출시키면서 구호품 이송을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군과 경찰이 구호 트럭의 동선을 고의적으로 노출하고, 이스라엘 극우 활동가들이 트럭을 막아서면서 국제사회가 보낸 구호품 전달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쟁 발발 이후 요르단강 서안지구 검문소 등지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가자지구로 향하는 구호트럭을 멈춰 세우고 구호품을 불태우는 등 구호 활동을 방해해 논란이 인 바 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 등 극우 정치인들은 가자지구 내 구호 트럭 반입을 막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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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부상을 입은 환자들이 가자지구 북부 데이르 알발라 난민촌 인근 알아크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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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스라엘군이 재진입한 가자지구 북부 상황도 심상치 않다. 북부에서 그나마 부분적으로 운영해온 병원 2곳이 이스라엘군의 포위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발리아 난민촌 인근의 카말 아드완 병원에선 응급실이 미사일 공격을 받은 뒤 중환자와 인큐베이터 속 영아를 비롯해 환자 150명이 긴급 대피했다. 이날로 사흘째 포위 공격을 받고 있는 인근 알아우다 병원에서도 이스라엘군의 포탄이 병원 5층을 강타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병원에 식수와 의약품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두 병원은 지난해 말 이스라엘군에 의해 포위돼 강제 폐쇄됐으나, 군 철수 뒤 부분적으로 운영을 재개했다. 이스라엘군은 이 병원들이 하마스 기지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병원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 36개 병원 가운데 3분의 2는 폐쇄됐고, 나머지는 부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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