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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무엇이 옳은지만 생각해달라"...尹 채상병 특검 거부한 날, 국민의힘에 전달된 '눈물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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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국민의힘 의원들에 편지
생존 해병 어머니 편지 동봉
28일 본회의서 특검 찬성 촉구
한국일보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통과되자 방청석에 있던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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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특별검사(특검)법을 국회로 돌려보낸 21일 저녁, 국민의힘 소속 113명 의원실 앞으로 편지 4장이 도착했다. 국민의힘 의원들 마음을 돌리기 위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낸 '깜짝 레터'였다. 그중엔 대통령이 거부한 채 상병 특검법을 다시 살려달라는 생존 해병의 어머니가 남긴 눈물의 읍소도 한줄 한줄 새겨져 있었다.

채 상병 특검법은 28일 본회의에서 재의결되지 않을 경우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다. 재의결에 필요한 매직넘버는 '17표'. 민주당 등 범야권 의원들의 찬성표를 다 끌어모아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를 보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현재 찬성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국민의힘 의원은 김웅 안철수 유의동 단 세 명이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 수용을 강하게 압박하는 장외 여론전과 함께 국민의힘 개별 의원들을 접촉해 물밑에서 설득하는 '강온전략'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물밑 설득 총대 멘 박주민 "양심에 따라 용기 내달라"

한국일보

이재명(앞줄 왼쪽 두 번째부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채 상병 특검법 재의요구 규탄 야당-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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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대를 메고 나선 게 바로 박 의원이다. 박 의원은 홍익표 전 원내대표 체제에서 원내운영수석부대표를 맡아 채 상병 특검법을 포함, 여야 협상 메신저 역할을 했었다. 이날 도착한 총 4장의 편지 중 2장을 박 의원이 직접 썼다.

박 의원은 편지에서 채 상병 특검이 왜 필요한지 그 불가피성을 조목조목 짚었다. △국가안보를 지켜야 할 의무 △지지부진한 공수처 수사 △특검의 중립성 보장 등 독소조항 완화 △67%가 넘는 국민들의 지지 여론을 내세우며 찬성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다. 외부적 요인이 아니라 객관적 양심에 따라 일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국민을 위해 용기를 내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박 의원실은 130명의 의원실에 해당 편지를 발송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의원 113명을 포함해 개혁신당(4명), 새로운미래(5명), 자유통일당(1명), 무소속(7명) 의원 등이 포함됐다.

'찬성할 결심'... 김웅·안철수·유의동 등 '3명+알파'?

한국일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재적 296인, 재석 168인, 찬성 168인, 반대 0인, 기권 0인으로 가결된 가운데 본회의장 모니터에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찬성으로 표시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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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건 국민의힘 의원들의 '찬성할 결심'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은 이제라도 국민의 죽음을 외면하는 나쁜 정치와 결별해야 한다"며 "양심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때마침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건영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김웅, 안철수, 유의동 의원 등 3명 말고도 추가로 찬성표를 던질 의원들이 더 있다고 밝혔다. 이탈 표가 '3+알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 중에서) 윤 대통령이 괜한 선택을 했다. 장고 끝에 악수라는 표현을 하시는 분도 있다"고 전하며 "양심과 정의가 살아 있다는 걸 표결로 보여주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안녕하세요.
채수근 상병과 함께 급류에 휩쓸렸다 구조된 생존 해병 어머니입니다.
호우 피해복구 작업에 아들은 삽, 장화만 받았다고 했습니다. 혹시 물에 들어가게 되면 구명조끼는 주는 거냐고 중대장님께 전화라도 할까 싶었지만, 극성맞은 엄마 뒀다고 아들 눈총받을까 싶어 말았습니다.
후회스럽습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젊음을 바친 아들들에게 높은 분들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공감하고 위로가 되어주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렇게 해주지 못했습니다.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여야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필요한 일인지만 생각해주십시오.
생존 해병 어머니가 보낸 편지 내용 요약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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