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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배당금만 500만원’ 밸류업에 ‘기분좋은’ 은행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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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프로그램 금융지주 최대수혜

우리사주 매입한 은행원들

배당금만 수백만원씩 ‘따박따박’

10만KB 앞두고 “아직도 저평가”

헤럴드경제

#. 시중은행 과장인 A씨는 우리사주로 재테크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모회사 주가가 하락하며 배당률이 7% 이상으로 상승하자 우리사주 투자에 뛰어들었고, 지금도 매달 월급에서 40만원 정도를 우리사주 매입에 쓰고 있다. 우리사주 투자는 연 4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해주고 꼬박꼬박 배당금을 받는데, 3600주(액면가액 1800만원)까지는 배당소득 비과세 혜택까지 챙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A씨는 “다른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보다 우리사주를 통해 꾸준히 배당을 받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했다”며 “주가가 많이 올랐어도 당분간 차익 실현보다는 우리사주 매입을 통해 배당수익을 얻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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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를 입고 최근 금융지주 주가가 신고가 경신 행렬을 이어가자, 우리사주를 모아온 은행 직원들이 전례 없는 사내복지를 경험 중이다. 꾸준히 우리사주를 매입한 직원들은 1년에 배당금만 수백만원씩 받을 수 있는데다, 매도 차익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은행지주 최고경영책임자(CEO)들이 주가 부양의 의지를 갖고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펼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KB금융 주가 9만원 뚫나...밸류업의 최고 수혜자 ‘은행주’=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 주가는 전날 8만1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3개월 전보다 25.7%(1만6700원) 상승한 값이며, 1년 전과 비교했을 땐 70.1%(3만3650원)나 오른 값이다. 지난 20일에는 장중 최고가 기록(8만3400원)을 경신하기도 했다.

주가가 오르는 건 다른 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신한지주는 지난 3월 최고가인 5만1500원을 기록한 데 이어 이달 20일 5만원대에 재진입했다. 하나금융지주도 3개월 사이에 11.2% 올라 6만원대를 기록 중이며, 우리금융지주는 같은 기간 0.2% 상승한 1만2000원대를 횡보중이다.

일각에선 KB금융 주가가 9만원선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증권사 4곳이 9만1000~9만6000원으로 목표주가를 올려 잡은 데 이어 이달 21일 NH투자증권은 KB금융의 목표주가를 9만6000원으로, 교보증권은 9만2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한 주주환원 확대를 추진 중인 하나금융도 지난달 목표주가를 8만원대로 높이는 증권사들이 나왔고, 전날에는 교보증권이 8만3000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를 통해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한 금융지주 목표주가 컨센서스를 취합한 결과, 4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의 목표주가가 일제히 상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은 작년 말 6만9579원에서 이달 20일 8만6278원으로 24.0% 올랐으며, 하나금융(34.9%), 신한금융(26.4%), 우리금융(16.7%) 등도 목표주가 컨센서스가 상향됐다.

▶“연 배당만 500만원” ‘방긋’ 웃는 은행원들=이같이 금융주의 주가가 치솟자 우리사주를 매입한 은행원들의 표정은 점점 밝아지고 있다. 우리사주란 근로자가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자신이 근무하는 기업의 주식을 취득·보유하는 것을 말한다. 근로자에겐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경제적 보상이 되고, 기업 입장에서는 업무 성과를 만들기 위한 촉진 제도로 활용할 수 있어 직원들에 우리사주 매입을 장려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우리사주를 매입하는 직원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한다. 국민은행은 반기에 25만원, 1년에 최대 50만원까지 지원한다. 우리은행의 경우 월 5만원 이상 매입한 직원에게는 지원금 5만원을, 10만원 이상 매입한 직원에게는 15만원을 지급한다.

신한은행은 올해 1월 우리사주 매입 정책이 바뀌기 전까지 직원들이 의무적으로 우리사주를 매입하게 하는 정책을 시행해왔다. 모든 직원들이 월급의 6~10.5% 중 특정 비율을 선택해 우리사주를 매입했다. 단 올 1월부터는 의무 매입 제도가 희망제로 변경됐다.

이 같은 제도를 바탕으로 우리사주를 모아온 직원들은 우선 각 금융지주가 실시하고 있는 분기배당으로 얻는 현금이 쏠쏠하다고 말한다. 실제 4대 금융지주는 모두 올해부터 분기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으로 주주환원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과장 B씨는 “재작년부터 일 년에 네 번씩 분기배당을 받다보니 순수하게 들어오는 현금으로 보릿고개를 넘기고 있다”며 “지난 분기에 13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으니 현 주가로라면 연 배당금만 500만원이 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익 실현 기대도 커지고 있다. 금융주 주가가 크게 오른 3월부터는 매도행렬이 이어져 우리사주조합의 일손이 부족했을 정도라고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에는 주가가 10만원을 갈 거란 믿음을 가지고 우리사주를 계속 들고 있겠다는 이들이 더 많다”며 “여전히 은행주가 저평가돼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지주·은행 CEO들도 최근 자사주를 잇따라 매입하며 주가 부양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주가가 7만원대에서 오르내리던 3월 KB금융 주식 5000주를 평균 7만7000원에 매입했다. 우리사주를 포함한 양 회장의 보유주식 수는 5914주로 늘어났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지난달 5000주를 평균 4만2000원에 장내 매수하며 보유주식 수를 1만3551주로 늘렸다. 우리사주 포함시엔 1만6940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도 지난 3월 자사주 2100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홍승희·강승연 기자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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