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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고령자 야간∙고속도로 운전 금지?’… 정부, 설익은 정책 또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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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특정 연령층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진화

정부가 고령자에 대해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논란이 일자 21일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며 발표를 수정했다.

세계일보

게티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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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한 지 사흘 만에 철회한 ‘해외직구 금지’ 방침처럼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한 사안을 덜컥 발표했다가 저항이 일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은 지난 20일 발표한 ‘2024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에서 “고령 운전자 운전자격 관리, 운전능력 평가를 통한 조건부 면허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고령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면서도 보행자 등 교통안전을 현저하게 위협하는 경우에 한해 고령자 운전자격을 제한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조건부 면허제’는 인구 고령화에 따라 급속히 늘고 있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야간운전∙고속도로 운전 금지, 속도제한 등을 조건으로 면허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놓고 고령화 시대에 필요한 제도라는 긍정적 평가도 나왔지만, 교통약자인 어르신들의 이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관련 기사에는 “65세가 이상 고령운전자가 늘어나니 (해당 연령대 인구 증가에 따라) 사고도 당연히 늘어나는 것이다. 이동권은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데 정부가 이를 제약하는 건 잘못된 발상이다”, “70대에도 먹고 살기 위해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데 정부가 생계를 책임질 것이냐” 등 비판이 잇따랐다.

세계일보

국토교통부 박지홍 교통물류실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은 21일 참고자료를 내고 “조건부 운전면허는 이동권을 보장하고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라며 “특정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어 “조건부 운전면허는 의료적∙객관적으로 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평가한 뒤 나이와 상관 없이 신체∙인지 능력이 현저히 저하돼 교통사고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운전자만을 대상으로 한다”며 “내년부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충분한 여론 수렴과 공청회 등을 거쳐 세부 검토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초 방침을 사실상 철회하며 연구용역과 여론 수렴을 거쳐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부가 최근 철회한 ‘해외직구 금지’ 방침을 언급하며 “공익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 시민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도 있지만, 불가피하게 시민의 선택권을 제한할 때는 최소한도 내에서 정교해야 하고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며 “고연령 시민들에 대한 운전면허 제한 같은 이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현실과 괴리된 정책을 불쑥 발표했다가 철회하는 난맥상이 이어지는 데는, 정권 초기부터 지적된 정무적 기능의 문제와 함께 총선 패배 등으로 조급증이 커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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